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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언박싱55]미슐랭을 받는 사찰음식 레스토랑 '발우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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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며. 진리를 실천하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음식부터 정보까지 풍요를 넘어 과잉이 된 시대에 비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채우고 채우면 흘러넘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발우공양鉢盂供養. 발우는 승려의 밥그릇을 뜻합니다. 발우는 부처가 가섭이 모시던 용을 밥그릇에 가둬 항복을 받아낸 일이 있는데, 그 밥그릇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이 곳은 사찰에서 전승되고 있는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해요. 안국동, 조계사 맞은편에 위치한 사찰 음식 레스토랑 '발우공양'은 홀은 운영하지 않고 룸으로만 이뤄졌습니다.

에피타이저는 순두부와 파프리카가 곁들여진 간장이 나옵니다. 하얀 눈처럼 부드러운 손두부와 5년 된 슴슴한 간장이 입맛을 돋아요. 그 다음 영양소와 단 맛이 농축된 겨울무로 만든 죽과 동치미가 정갈하게 나옵니다.

평소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저에게도 좋은 기운이 전해지는 새콤한 동치미에 정신이 번쩍들었습니다. 무를 곁들인 죽은 과식과 과음으로 고생하던 저의 위장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어 나온 된장배추찜, 뿌리채소 겉절이, 해초버섯볶음은 정말 자연이 조미료가 된 맛이었어요. 된장을 곁들인 겨울 배추의 달큰함과 매생이와 해초의 바다내음이 버섯과 어우러져 와인과도 페어링이 훌륭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우공양'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모듬버섯강정은 어린이들도 즐길 수 있는 맛입니다. 버섯 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고기의 식감이 좋았습니다. 시래기밥과 된장찌개, 계절 나물과 양념장은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기다리는 농작물의 특징이 돋보이는 구성이었습니다.

농작물은 계절의 햇살이 다르다는 것을 인간보다 잘 아는가봅니다. 에너지를 농축해서 각자의 특징을 담은 맛이었어요. 끝으로 나온 계지차는 손발이 찬 제에게 반가운 차였어요. 달콤하지 않지만 달콤한 향이 나는 계피나무의 어린 가지와 곶감은 아메리카노와 생크림 케이크 만큼 잘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한 세대가 겪고 답습한 것을 그 다음 세대가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을 '지혜'라고 한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불교라는 종교를 갖지 않으면 접할 기회가 없었던 사찰음식, 승려들이 공양하던 음식을 미슐랭까지 받게 한 저력. 즉석음식부터 간편식까지 인스턴트 음식이 넘쳐나서 감정까지 인스턴트가 된 시대,

지쳐가는 마음에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고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위로하는 사찰음식의 힘은 바로 그런 지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