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홍성욱 기자] 노래연습장을 찾은 손님이 주인 몰래 술을 반입해 마셨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원칙적으로 노래연습장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법원은 손님이 몰래 술을 들여 왔다고 해도 책임은 주인에게 있다고 판결한다. 테이블 위에 맥주를 놓고 노래를 부를 만큼 공공연하게 행동한 것을 충분히 눈치챌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은 손님의 이러한 행동을 제지해야 한다는 것.
야구장이나 극장에서도 주류를 판매하는 요즘, 국내 노래연습장 문화가 자리잡은지 30년이나 흘렀지만 이 곳만은 제자리다.
노래연습장 업계는 오랫동안 청소년 출입이 금지되는 밤 10시 이후부터 주류를 판매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게 요구해왔지만 문 턱은 쉽게 낮아지지 않았다.
한 노래연습장 업주는 술을 달라는 손님에게 팔자니 불법이고 안 팔자니 손님이 떠나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라고 한탄했다.
노래연습장에서 술을 팔지 못하는 이유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음산법)때문이다. 지난 2001년부터 노래연습장에서 알코올 도수 1% 이상의 주류를 반입이 금지됐고, 여기에 2006년 10월 29일부터 퇴폐영업을 방지하기 위해 음산법까지 적용받게 됐다.
현행법상 노래연습장업자는 주류를 판매.제공할 수 없고 접객행위나 타인에게 그 행위를 알선하는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노래연습장업자와 접대부에게만 적용돼 왔다.
그렇다 보니 술이나 도우미를 요구한 손님은 처벌을 받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김상철 충북노래문화업협회장은 "노래연습장 사업주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불안에 떨며 영업을 하고 있다"며 "캔맥주 판매 및 쌍벌제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의원에게 수차례 법률개정을 요구해 왔지만 그 문턱은 너무나 높다. 영업을 하면서 전과자로 전락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캔맥주(4.5도)는 평소 길거리를 지나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이나 상점에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시는 음료이지만 노래연습장에서는 청소년실이 있다는 점만으로 판매 금지 규제를 하고 있다"며 "현재 청소년실이 있는 코인노래연습장과 일반노래연습장은 확연이 구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인 손님이 주류 판매를 요구하며 이용하다보니 이러한 불법적인 사항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인 노래연습장 업주가 민·형사상 그 책임을 지고 있다"며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쌍벌제로 개정해 고객들도 이러한 불법적인 사항의 요구를 제한하고, 금지사항을 위반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직장인 회식 필수코스.서민 애환 달래주던 노래연습장...코로나19로 신음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밀폐된 공간 방문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노래연습장을 찾는 발길도 끊겨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서민의 애환을 달랬던 노래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방문판매업체.노래연습장.단란주점.유흥주점 등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곳은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들 시설이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지 않거나 출입자 명단을 허위로 작성 또는 부실하게 관리하다 적발되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사실상 영업 중지를 의미하는 집합 금지 명령 등의 행정처분도 받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우리 회원 노래연습장에서는 QR코드, 업장내소독 및 소독대장, 고객출입명부 작성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가며 영업했으나 이제는 모든 업소가 폐업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만3000여개 노래방이 영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