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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성하盛夏의 오후에 만난 강원도...전통주갤러리 시음기

'지장수 호박 막걸리'&'만강에 비친 달'&'모월 연'&'영월의 '예밀와인 드라이'&'동강 더덕주'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지금은 너무나도 흔한 여행지가 된 해외와 제주도, 모두 하늘길을 거쳐야 갈 수 있는 곳이다. 비행기를 타는 일이 특별한 일로 여겨지던 90년대 말까지 강원도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로 손꼽혔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기억 속의 강원도는 자연, 그 자체다.

한여름의 원주는 푸른녹음과 치악산의 향긋한 복숭아의 고장,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맞닿은 홍천으로 가는 길은 아픔을 밟고 혼자 핀 것만 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야생화로 뒤덮여 있었다. 맑은 날의 동해안의 등대는 속초 시가지는 물론 하늘과 경계선이 모호한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최근 캠핑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영월은 또 어떤가. 장원에 오른 후 통렬하게 비난했던 사람이 자신의 조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삿갓을 쓰고 전국을 유랑했던 김삿갓의 노스탤지어, 영월은 동강이 흐르는 빼어난 자연환경 덕분에 사계절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기록과 해학의 민족, 전통주에 담긴 강원도의 힘은 무엇일까? 서울 강남역 인근에 전통주를 시음하고 구매도 할 수 있는 전통주갤러리가 있다. 농식품부가 위탁운영하는 이 곳은 매달 한 지역을 선정해 5종의 전통주로 상설시음회를 열고 있다. 7월에 시음이 가능한 전통주는 강원동해에서 생산되는 '지장수 호박 막걸리', 홍천의 '만강에 비친 달',원주의 '모월 연',영월의 '예밀와인 드라이', '동강 더덕주'다.

 

전통주갤러리의 입구에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표기된 브로셔와 엽서가 진열돼 있었다. 벽면에는 갤러리라는 명칭답게 식품 명인의 술이 하나씩 빼곡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첫 번째 시음한 전통주는 2014년 우리술 품평회 최우수품질상을 수상한 '지장수 호박 막걸리'. 물맛 좋기로 소문난 동해시의 약천골 지장수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장수라는 도슨트의 설명이 이어졌다.

단호박 가루를 첨가한 막걸리는 적당히 단 맛에 목 넘김이 좋고 특이하게 막걸리 병의 뚜껑이 컵의 용도도 가능해 실용성이 돋보였다. 프리미엄 약주인 '모월 연'은 두 번 담금해 백일 이상의 발효와 숙성의 시간을 거친 달지 않고 산미가 강한 술이다. 원주의 특산미 '토토미'를 이용해 물, 누룩만을 이용해 만든다.

 

치악산을 뜻하는 '모월'과 '토토미' 매달 작가와 협업해 바뀌는 레이블까지 '모월 연'은 원주의 DNA를 오롯이 담았다.

 

만개의 달이 강을 비추고 있다는 낭만적인 뜻을 가진 '만강에 비친 달'은 홍천에서 생산되는 탁주다. 현대적이고 감각있는 병 디자인으로 기존 제품들과 차별성을 뒀으며 단호박을 첨가한 노란빛이 달빛을 연상케했다.

예밀2리 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된 '예밀와인 드라이'는 지난해 우리 술 한국와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제품이다. 포도 쥬스를 연상케하는 투명함과 특유의 산미가 조화를 이룬다. 캠벨 포도를 사용해 상큼하고 깔끔한 맛과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까르베네 쇼비뇽이나 멜롯 품종 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코리안 와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음했던 전통주는 '동강 더덕주'. 쌉싸래하지만 향긋한 더덕향이 입안을 감돌즈음 대추의 달콤한 뒷맛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이 은은한 향긋함의 일등공신은 더덕의 공이 크다. 통째로 들어간 3년 산 더덕은 마치 자식에게 좋은 것을 모두 내어주는 한국의 부모를 꼭 닮았다.

 

경영철학이 담긴 와인과 위스키의 세련됨을 따라가기에 전통주의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전통주는 투박하지만 술의 색채가 한국의 고장, 감성을 담았다. 2000여개에 이르는 모든 전통주가 그 가치의 빛을 내는 것은 아니다. 트렌디한 패키지와 맛,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통주의 대중화는 사실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전통주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유통채널과 보틀 숍은 더 증가할 것이다. "내 취향과 맞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모험이 하기 싫다면 전통주 갤러리를 찾아 오늘 마실 술을 추천받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