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기준안을 마련해 각 지자체에 시달한 것과 관련 오리농가들이 오리 산업 진흥을 고려하지 않는 방역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평가기준안은 오리농가를 1등급에서 5등급까지 평가해 방역조치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오리 농가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평가기준안이라는 것이다.
11일 한국오리협회(회장 김만섭)에 따르면 최근 농식품부는 각 시.도에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기준(안)'을 시달했다.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안)에는 현재 오리를 사육하고 있는 오리농가들의 위험도를 55개 세부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해 오리농가를 1~5등급 분류하고 등급에 따른 방역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해당 안이 현장 상황은 반영하지 않은 채 오리농가에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오리업계는 현실성 없는 이번 평가기준이 실제 농가에 적용 시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농가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겨울철 사육제한 농가 선정 및 오리 입식 전 검사표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자자체가 이번 평가기준을 입식 전 검사표로 활용하게 된다면 사실상 겨울철 오리사육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특히 평가기준안에는 경작농 겸업농가가 아니면 +4점,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 가금 사육농가가 없는 경우 +1점처럼 농가가 납득하기 어려운 항목도 다소 포함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평가기준 내용 중 해당 오리농장의 밀집도, 인근 철새도래지로부터의 거리, AI 발생이력 등의 환경평가기준은 농가의 노력으로는 개선될 수 없는 사항으로써 1등급의 경우 상대평가로 상위 15% 이내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본 평가기준을 통한 등급평가로 인한 지속적인 규제나 사육제한 등 제재가 가해질 경우 결국 농가를 폐업으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여론이다. 따라서 오리협회는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 기준(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3일 발표한 조류인플루엔자긴급행동지침(SOP) 개정안도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관련단체 의견수렴은 없었으며, 특히 내용중에는 인체감염 위험이 있는 H7N9형 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경우의 방역조치가 신설 되어 항원검출 시부터 인체감염 위험성 확인시까지 반경 10킬로미터 이내 이동제한 등 방역조치가 취해지게 된다.
문제는 현재도 H5형과 H7형 AI 항원이 검출될 경우 이동제한 등 방역조치가 취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H7N9형 등 인체감염 위험성” 이라는 문구를 SOP에 삽입 및 방역조치를 할 경우 닭, 오리 등 가금산물의 급격한 소비감소가 불가피하다.
또한 H7N9형 바이러스가 모두 인체감염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니고 유전자염기서열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으므로 이와 같은 민감한 사항은 관계기관 의견수렴을 통한 개정이 아닌 중앙가축방역심의회를 통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오리협회의 주장이다.
김만섭 오리협회장은 "산업의 큰 피해를 야기하는 임시방편 AI 대책인 사육제한 정책은 철회하고 대규모로 지출되고 있는 오리농가 사육제한 보상금을 사육시설 개편을 위한 지원금으로 전환해 나감으로써 AI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지금부터라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리산업의 불황을 야기하는 규제일변도 방역정책에서 벗어나 농가가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역, 산업의 진흥을 고려하는 방역 정책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