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편집자 주>푸드투데이가 새로 나온 음식이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 후기를 리뷰합니다. 맛이 궁금한데 모험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거나 해박한 지식은 아니더라도 솔직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cho.9114로 디엠을 보내주세요. 술,고기,와인,스시야,미슐렝레스토랑,노포,신상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찾아갑니다. 진중함과 깊이는 없지만 월급을 오롯이 먹는데 탕진하는 기자가 '내돈내산' 후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화창했던 토요일, 저의 봄을 앗아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동료 기자 한명과 지인 두명(한달 전 술자리에서 오다가다 알게된 죄 없는 사람들을 인질처럼)과 함께 한강에 피크닉(낮술모임)을 다녀왔습니다. 하다하다 이젠 한강까지 나갑니다. 야외에서 마시는 술은 덜 취할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죠.
오늘의 라인업. 저렴한 스파클링 한 병과 역시 저렴한 레드 하나. 최근 관심이 생긴 전통주 두 병. 저렴한 가격이 친분의 깊이를 말해주죠?^^ 그리고 동행한 지인이 레드 하나, 사망자 속출을 예고하는 위스키 하나(배우신 분으로 인정)를 가져왔네요.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들과는 딱히 감성을 나눌 사이는 아니기 때문에 술과 음식만으로도 충분합니다.(그치만 공교롭게도 일행 중 하나가 쓸데없이 사려깊게 스피커를 가져왔고 술의 힘으로 기분이 좋아진 저는 계속 레드벨벳과 볼빨간을 외쳤다죠...)
동료 기자가 신림동에서 공수해온 마약 떡볶이와 순대, 소풍간다는 행복감으로 대충 싼 도시락(꼴랑 유부초밥에 샌드위치 몇 개 싸갖고 와서는 먹는 내내 맛있어? 정말 맛있어? 돈주고 사먹을 맛이야?를 묻고 또 물어봄)에 플라스틱 와인잔을 꺼내 시음(낮술판)을 벌여...봅니다.
스타트는 역시 뽀글이 스파클링이죠. 청량함이 매력인 스파클링와인은 정말 훌륭한 샴페인의 대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선택한 스파클링인 은 '헨켈 블랑 드 블랑'(Henkell Blanc de Blancs), 화이트에디션 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파클링을 소비하는 독일의 스파클링와인입니다. 수입사는 하이트진로네요?
하지만 스파클링와인이 그렇듯 처음엔 기포가 힘차게 오르지만 오래가지는 않아요. 텍스쳐는 부드럽고 산미가 조금 새콤하게 느껴져요. 가격대가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드실 수 있는 스파클링입니다. 와인 전문 앱 '비비노'평점은 3.4예요.
두 번째는 레드와인 '젠틀 피그'입니다. 스페인와인으로 비비노 평점은 3.5점이고요. 향이강하고 묵직한 레드와인인데 개인적으로 맛은 별로였어요. 별로야 별로. 이런걸 내가 갖고오다니. 별로였기 때문에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세 번째는 일행이 가져온 '1879S'입니다. 칠레산 까베르네 쇼비뇽으로 한 번 마시면 18홀 79타가 가능하다는 마케팅으로 '골프와인'으로 불립니다. 비비노 평점은 3.1로 '젠틀피그'보다 낮은 점수지만 바디감이 있어서 저는 '젠틀피그'보다 이게 낫네요.
4명이서 와인 세병을 순식간에 마시고 전통주로 갈아탑니다. 술마켓에서 구매한 국순당 '오디랑' 생산과정이 깐깐하다는 국순당 고창명주라는데 맛은 어떨까요? 국순당 고창명주는 전라북도 고창군 심원면에서 생산하고 있다죠? 도수는 13도입니다.
달아요 달아.(일행들이 너나 많이 먹으라고 짜증냄) 검붉은 컬러는 예쁘고 향도 좋지만 너무 과하게 달고 바디감이 1도 없습니다. 마치 얼굴과 몸매는 예쁘지만 생각도 없고 오빠오빠만 할줄 아는 20대 여자애를 대하는 느낌이랄까요.
국순당의 만행을 대신 사과하며 다음 술을 오픈합니다. '좋은저녁 석류' 청정 무주에서 재배되는 머루를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도수는 12도입니다. 농업회사법인 산들벗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디저트와인처럼 마셔도 될 만큼 적당히 달고 컬러도 예쁘고 석류향이 깔끔했습니다. '오디랑'으로 흥분한 일행들이 진정되기 시작합니다. 토요일 대낮부터 낮술을 하니 세상 모든 풍경이 아름다워 보이고 너그러워지는 순간입니다.
기분좋게 술이 올랐을때 멈춰야 했는데 가져온 술은 모두 마셔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대망의 위스키를 오픈하기전 일행 한명이 이대로 죽을 순 없다며 황급히 탕수육을 주문합니다. 한강에 짜장면,치킨,피자 온갖 배달음식이 배달된다는거 아셨나요?
위기감을 직감한 저는 위스키를 마실 얼음컵을 사러가는 일행에게 술자리에서 저의 최애템 초콜릿과 바나나우유를 부탁합니다. 바나나우유=빙그레는 공식인데 본인이 안먹는다고 서울우유라는 경솔하고 황당한 선택을 하다니 그래서 그친구가 여자친구가 없나봅니다. 진지하게 연애담을 들어준 제 자신이 미워질 때쯤 탕수육이 도착하고 드디어 오픈.
더치타 싱글그레인위스키. 산토리는 사실 한국에서는 맥주로 유명하지만 사실 위스키제조사로 더 유명한게 산토리지요. 저는 히비키와 야마자키는 먹어봤는데 치타는 처음 마셔봤어요. 산토리는 상쾌한 바람 같은 위스키라고 광고를 하는데 그 맛이 어떨까요?
밝은 금색으로 도수는 43도입니다. 원래 위스키 특유의 오크통 향을 싫어해서 전 위스키를 즐기진 않지만 향이 은은하고 깨끗했어요. 옅은 오크향과 바닐라향이 올라오면서 적당한 단맛으로 피니쉬도 괜찮더라고요.
취기가 잔뜩 올랐지만 이미 한강가는길에 심상치 않은 포스의 포장마차를 발견하고 2차 장소를 정했기 때문에 '자매포차'로 이동합니다.
한강으로 들어가는 굴다리 바로 앞, 한적한 골목 끝에 있는 '자매포차'. 기본안주로 오이와 초장이 제공되는 이곳이 '찐'이네요. 잔치국수와 코다리찜, 그리고 알콜이 뭐가 부족했다고 참이슬을 외칩니다.
멸치육수가 은은한 국수 국물이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이었어요. 호박고명도 올라가고 양도 많았고요. 제가 양념되거나 물에빠진 물고기를 싫어해서 코다리찜은 어떤 맛인지 모르겠지만 국수 맛을 보니 어떤 메뉴도 기본은 하실거같아요. 그 다음은 기억이 없네요...
인생 망하는 습관중 1번이 똑같은 사람들끼리 몰려다니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왜 어째서 제 주위는 저같은 사람들일까요?(니가 그런 사람만 찾아다니는게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