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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마켓] 죽 쑤던 즉석죽 시장, CJ가 살렸다...1위 동원F&B도 위협

파우치죽 '비비고죽' 선방...이유식 위주 중심서 일상식으로 진화
체력적 한계 식사준비 부담 40,50대 즉석죽 구매액 36.5% 증가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죽 쑤던 상품죽 시장이 살아났다. 그간 환자나 이유식, 노인층이 주로 먹는 것으로 여겨지던 죽은 이제 건강한 한끼를 표방하며 일상적 소비 제품으로 떠올랐다.


동원F&B가 30여년간 '용기죽'으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을 CJ제일제당이 '파우치죽'로 시장 판도를 뒤집어 놓은 것인데 기존 용기형 제품에 비해 맛과 품질을 개선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았다. CJ제일제당은 상품죽 시장 출시 1년도 안돼 단숨에 시장 2위 오뚜기를 제치고 1위인 동원F&B의 턱 밑까지 바짝 쫒고 있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즉석죽의 매출 규모는 2018년 885억원을 기록하며 2014년 357억원 대비 148%로 크게 성장했다. 이는 1~2 인 가구의 증가와 가정간편식(HMR) 트렌드가 확산 되면서 즉석 가열식에 대한 선호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즉석죽 특유의 건강한 이미지와 제품군의 다양화를 통해 바쁜 현대인들의 든든한 ‘아침밥 대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2016년부터 매년 2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즉석죽은 특히 겨울에 잘 팔렸는데 이는 추운 겨울 체온과 면역력을 높여주는 간편식 제품이라는 인식에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 매출 현황을 보면 4분기에 가장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으며 매년 꾸준히 증가 양상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이후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이루, 연중 고른 매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가장 높은 판매 점유율을 보인 채널은 편의점(37.8%)이다. 그 뒤로 할인점(24.7%), 독립슈퍼(16.2%)등의 순이다. 백화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통 채널은 매출액이 증가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매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점차 점유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37.8%로 2016년 대비 약4.6%p 하락했다. 반면 할인점은 매년 점유율이 증가해 2년 사이 5.2%p가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는 가격 차이로 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간편식 특성상 가까운 편의점에서 많은 구매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실제로 가장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할인점이 가격경쟁력으로 인해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죽 시장이 ‘용기’ 위주에서 ‘파우치’로 변화되면서 일상식으로 진화, 주요 소비층인 3045주부들을 겨냥하기 위해 유통채널을 확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aT 관계자는 "기존 용기형 제품의 맛을 개선한 파우치죽의 출시와 다양한 죽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된 점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며 '즉석죽의 일상적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용기'서 '파우치'로, 맛.품질 높이자 인기 폭발


동그란 용기죽 일색이던 즉석죽 시장은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지 못한 식품 품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이 죽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CJ제일제당은 비닐 재질의 봉지에 담긴 파우치 죽인 '비비고 죽'을 출시, 소비자들의 폭발적 호응에 힘입어 출시 100일 만에 500만 개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비비고 죽의 성공은 맛과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용량을 통해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실제 파우치죽 시장은 지난해 10월 전체 시장의 6% 규모였으나 비비고 파우치 죽 출시 이후 용기 시장의 절반 이상으로 성장하고 점유율 역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파우치죽은 용기죽에 비해 살균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비교적 내용물을 그대로 유지하기 쉬워 쌀알, 전복, 소고기 등 내용물의 식감이 직접 끓이는 죽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우치죽이 인기를 끌자 지난 30여 년간 용기죽으로 시장을 평정했던 동원F&B도 지난 10월 '양반 파우치죽'을 출시했다. 동원F&B는 1992년 '동원참치죽' 출시 이후 30년 가까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용기죽으로 시장을 이끌어 왔다. 2001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고 50%가 넘는 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CJ제일제당의 비비고죽이 선전하면서 동원F&B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0.2%였던 동원F&B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2월 51.2%로 떨어졌고 올해 8월에는 46.9%로 감소했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제품 출시 1년도 안돼 시장점유율 41.6%를 기록하며 2위 오뚜기를 단숨에 제치고 1위 동원F&B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파우치 죽이 고성장세를 보이자 파우치 죽을 출시 하지 않던 업체들도 파우치죽 제품군 출시에 나섰다.


가장 최근에는 오뚜기가 간편한 아침 대용식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오즈키친 파우치죽' 4종을 선보였다. 분말죽만 판매하다 2016년 용기죽으로 상온죽 시장에 뛰어든 오뚜기는 파우치 죽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풀무원 역시 슈퍼 곡물을 사용해 만든 냉장죽 제품 3종을 출시했다. 용기형은 편의점 전용 제품으로 간편함에 중점을 뒀고 파우치형은 가정에서 1~2인이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즉석죽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며 "전문점 못지 않는 맛과 가격 부담은 줄인 제품으로 간편죽을 찾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 40,50대 누룽지.죽 간편식 매출 전년비 198% 증가


즉석죽을 소비하는 구매층도 확대되고 있다.


1,2인 가구 중심이었던 가정 간편식 시장에서 40,50대 중.장년층의 매출이 급부상 하고 있는 가운데 즉석죽 시장의 매출도 40대 가구주가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18년의 경우 5인 이상 가구와 40대 가구의 밥·죽 간편식 각각 구매액은 각각 2017년 대비 59.3%, 36.5% 증가했다. 또한 40, 50대의 간편식 매출을 살펴보면 누룽지·죽 종류의 간편식이 올해 기준 전년보다 198% 증가했다.


이는 40,50대세대의 사회생활 참여가 더욱 왕성해지고 시간은 물론 체력면에서도 식사준비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손쉽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간편식을 많이 찾고 있는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혼자 사는 4050 중.장년 세대가 늘면서 식(食) 소비형태도 변화하고 있다"며 "소포장과 조리의 편리성, 간편성 중심으로 소비패턴이 바뀌고 이를 반영한 간편식 제품의 구매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