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이하나기자] 천재 박사 아이슈타인은 "만약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슈타인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이며 꿀벌은 왜 이렇게 중요한 것일까? 꿀벌은 먹이 수집부터, 저장까지 자체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료비와 노동력이 적게 드는 산업으로 그 가치가 크다. 특히 꿀벌이 만들어 내는 프로폴리스와 로열제리, 꽃가루 등은 대표적인 천연생물자원으로 꼽힌다. 이에 푸드투데이는 꿀벌의 효능과 국내 양봉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상, 중, 하 3편에 나눠 짚어본다.<편집자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따른 기상이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양봉업은 화분 매개 기능으로 자연환경 보전에 중요한 역할자 뿐만 아니라 양봉 산물을 생산해 농가의 경제적 가치 창출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귀농인구가 늘면서 양봉 사육 가구 수도 늘고 있다. 이는 경종 및 타 축산업에 비해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교적 높은 자본회전율과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력으로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벌꿀 생산량은 240만 톤이었으며 그중 중국이 전체 생산량의 22.6%인 54만 3000 톤을 생산했다. 이어서 터키가 4.7%인 11만 4000 톤, 아르헨티나, 이란, 미국이 각각 3.2%, 2.9%, 2.8%인 7만 6000 톤, 7만 톤, 6만 7000 톤을 생산했고 우리나라는 1만 5000 톤을 생산해 세계 생산량 중 0.6%를 차지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국내 양봉 사육 가구 수는 2013년 1만9903 가구에서 매년 평균 5.5% 증가해 지난해에는 2만 6487 가구로 조사됐다. 사육 군수는 2013년 176 만 군에서 연평균 8%씩 증가해 지난해 259만 군으로 증가했다.
주요 양봉 산물로는 '벌꿀'과 '프로폴리스' 등을 들 수 있다. 2017년 양봉산업 경제 규모를 살펴보면 벌꿀 생산액은 1228억 원으로 전체 생산액의 53.7%를 차지했다. 프로폴리스는 500억 원으로 21.9%를 차지했으며 화분, 봉독 및 로열젤리가 각각 2.5%, 1.5%, 0.8%의 생산액 비중이다. 기타항목은 450억 원으로 19.7%를 차지한다.
국내 유통되는 벌꿀은 대부분 아카시아꿀(75%)로 농가 직거래가 70%에 이른다. 판매 형태를 살펴보면 생산자 직거래 70%, 대형마트가 11%, 농협판매 8%, 백화점 6%, 기타 전문 판매점 5% 순이다.
1인당 벌꿀 소비량은 0.6kg ~ 0.7kg/년으로 2011년 이후 정체돼 있으나 프로폴리스, 로얄제리 등 양봉산물 수요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양봉 농가 수 느는데 소득은 감소...이상기후, 바이러스 등 꿀 생산량 급감
이같은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양봉 농가의 소득은 38.1%나 감소했다. 문제는 이같은 소득 감소 규모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양봉 농가 조수입은 2014년 이후 2017년까지 증가세를 보였으나 2018년 꿀벌 100군당 조수입은 전년의 6466만 원에서 38.1% 감소한 4002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아카시아 나무에서 꿀을 본격적으로 취재하는 시기인 5월 잦은 강우와 기온 저온 현상으로 채취 전 꽃이 낙화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 꿀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다.
기온 변화로 꿀벌 바이러스 등도 생산량 감소에 한 몫했다. 바이러스 등 질병 발생률이 높아져 다수의 꿀벌들이 폐사돼 전체 꿀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순소득은 2017년의 2692만 원에서 92.3% 감소한 약 208만 원으로 추정된다.
양봉 관련 전문가는 "양봉 전업농일수록 소득 감소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대규모 경영에 따른 투자금이 많은 특성과 함께 이동 양봉의 특성상 교통비용과 이에 따른 인건비, 사료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입은 늘고 수출은 감소...가격경쟁력서 밀린 국산 꿀, 베트남 꿀에 잠식 우려도
FTA 체결 등 수입 개방화의 영향으로 꿀의 수입량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증가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5년간 천연꿀 수입량은 2013년 689톤에서 2018년 992톤으로 연평균 7.6% 증가했다. 반면 수출량은 2013년 77톤에서 2018년 33톤으로 연평균 15.5% 감소했다.
국가별 수입량은 미국(32.2%), 아르헨티나(23.5%), 캐나다(12.2%), 뉴질랜드(9.8%), 호주(7.8%), 그리스(5.3%), 베트남(5.3%) 순이었다. 수입단가 기준으로는 뉴질랜드 및 호주산 꿀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뉴질랜드와 호주산 천연꿀의 기능성 품질(예: 마 누카 꿀)을 인정받아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국가별 수출량은 태국(74.8%), 홍콩(10.8%), 중국(7.4%), 싱가포르(4.0%) 순이었으며 수출금액은 태국(42.8%), 홍콩(26.3%), 미국(8.7%) 순이다..
꿀의 수입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인데 매년 낮아지는 관세율로 수입꿀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FTA 발효 이후 캐나다산 천연꿀은 매해 100여 톤 이상씩 수입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관세율이 매년 낮아지고 있는 베트남산 천연꿀 역시 가격 경쟁력이 높아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베트남산 꿀은 TRQ 물량이 설정돼 있지 않은 상태이며 2029년에는 관세가 철폐돼 향후 베트남산 꿀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아카시아 나무 번식력 거부감으로 밀원수 부족...생산비 증가로 가격도 덩달아 올라
밀원수 부족 또한 수입 벌꿀과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아카시아 꿀의 주요 밀원수종인 번식력이 강한 아카시아 나무에 대한 산주들의 기피 및 생리적 쇠퇴 현상 등으로 인해 분포면적이 크게 감소됐다. 번식력이 강한 아카시아 나무를 산에 심으면 산을 버리게 되고 밭에 심으면 밭을 버리게 되기 때문에 환경 문제로 배척된지 오래 됐다는 것이 양봉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 양봉농가들은 밀원을 따로 보유하진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 소유의 산림이나 국가 산림에 의존하고 있는데 산주들이 아카시아 나무의 번식력에 큰 거부감이 있어 줄어드는 추세에 수종 확보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아카시아 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아카시아 나무가 필요한데 밀원수 부족에 따른 생산비가 증가함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수입 벌꿀과의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
황협주 한국양봉협회장은 "밀원을 확대해야 하며 단지화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아카시아나무의 밀원단지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우량벌 종자 개발 보급 및 양봉 사육시설도 질병관리를 강화해 농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등 양봉산업에도 현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하편>에서는 해외 선진 사례를 통해서 본 국내 양봉산업의 육성 방안과 지원 대책에 대해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