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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패류독소 예방관리를 위한 제언

박희옥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패류독소(貝類毒素)는 매년 봄철이 되면 바다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에 인접한 남해안 및 남동해안의 패류 생산해역에서 주로 문제가 되고 있다(그림1). 일반 미생물과는 달리 가열·조리하거나 냉동하여도 패류독소는 파괴되지 않고 남기 때문에 섭취해도 되는 허용기준 이상의 패류독소가 있는 수산물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패류독소 식중독 예방을 위하여 언제 어떻게 해서 발생하고 허용기준 이상의 패류독소가 남아 있는 수산물을 사람이 섭취하는 경우 어떠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패류독소는 일반적으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3월경부터 발생하기 시작해서 4~5월경 15~17℃일 때 유독성 플랑크톤(와편모조류의 일종인 알렉산드륨)이 매우 빠르게 늘어나게 되면서 최고조를 나타내다가 18℃이상이 되는 6월 중순경부터 자연적으로 없어지는 계절적 발생의 특성이 있다. 

홍합이나 바지락 등과 같이 껍데기가 두 개로 된 조개류 즉, 이매패류(二枚貝類)와 멍게나 미더덕 등과 같이 얇은 껍질을 외피로 주머니(낭)를 이루고 있는 피낭류(被囊類)가 이러한 유독성 플랑크톤을 먹고 체내에 독소를 축적하게 된다. 패류독소는 마비성(痲痹性), 설사성(泄瀉性), 신경성(神經性) 및 기억상실성(記憶喪失性) 패류독소 총 네 가지로 분류되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신경독인 마비성 패류독소(PSP, Paralytic Shellfish Poison)가 주로 문제되고 있다. 


<패류채취 금지해역>

-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 및 가덕도 천성동 연안

- 경남 거제시 대곡리석포리 및 창호리 연안

- 창원시 진해구 명동, 마산합포구 구산면 심리 및 내포리, 송도 연안

- 고성군 외산리 연안


패류독소는 가열, 조리, 냉장, 냉동해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일정 농도(허용기준 0.8㎎/㎏) 이상으로 패류독소가 축적된 수산물을 사람이 섭취하는 경우 입술 주위의 마비에 이어 점차 얼굴, 목 주변으로 퍼지면서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을 수반하고 심한 경우 근육마비, 호흡곤란으로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패류독소가 축적되어 있는 수산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패류독소가 허용기준 이상 발생한 바닷가에서 패류를 채취해서 섭취하지 말아야 되고 우리나라 바닷가의 패류독소 발생현황과 유통 중인 수산물에 대한 검사결과를 확인 후에 구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관련 정보는 식약처 홈페이지(공지사항)와 식품안전나라,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패류독소 속보)와 모바일, 휴대전화 문자(SMS) 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 패류독소의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처음으로 검출되는 시기와 가장 높은 농도로 올라가는 시기가 예년보다 약 1개월 정도 빨라졌으며(표1), 식약처 용역으로 수행되었던 ‘기후변화 사업단 개발 모델 및 시뮬레이션’ 연구결과에 따르면 패류독소가 최고 농도로 증가하는 시기는 현재 3~4월에서 2040년에는 겨울철인 2월로 앞당겨지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그림 2). 


이와 같이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 해역의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패류독소 검출 시기도 앞당겨지고 부산, 경남의 남해 바닷가에서 주로 발생하였던 패류독소 기준초과 해역도 점차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패류독소를 관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국내 패류독소 검사관리 체계를 간략히 살펴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계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협의하여 봄철 패류독소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패류 생산해역 102개 지점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및 지자체의 수산물 생산 관련부서에서 패류를 출하하기 전에 검사를 실시하고 출하 후 유통판매 및 최종 소비단계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지방식약청)와 지자체의 식품위생 관련부서에서 모니터링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생산해역에서 패류독소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패류 채취와 출하를 금지하도록 하고 유통단계에 기준 초과로 부적합 판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제품을 신속히 회수하여 폐기 조치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인 패류의 특성상 바다에서 출하된 후 단기간 내에 소비자에게 판매가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생산해역과 유통단계 안전관리를 하는 기관이 이원화된 체계에서 상호 긴밀한 정보공유와 협력 대응조치가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부적합한 패류가 출하되어 유통된 경우 신속하게 회수하여 폐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재작년 계란 살충제 사건 시, 살충제 검출 계란이 대량으로 유통되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하여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경상남도 해역에서 생산되어 시중의 대형 마트를 통해서 유통되었던 홍합제품에서 패류독소 기준이 초과된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광범위한 패류 생산해역을 대상으로 검사를 확대하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패류 생산단계에서 허용기준을 초과한 패류를 완전하게 차단하지 못하는 경우 시중에 유통되어 소비자가 섭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내 패류독소 안전관리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현행 패류독소 검사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생산과 유통단계의 이원화된 안전관리체계에서 관계기관 간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경우 국민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패류독소 기준 초과 수산물을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첫째, 패류 출하 후 경매되어 시중에 유통되는 길목에 있는 위(공)판장을 대상으로 부산·경남지역에 권역별 신속 검사체계를 구축하여 보다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검사장비와 인력 예산을 확보하고 패류의 경우 특정시기만이라도 위(공)판장을 통한 유통을 의무화하고 외국에서 수입되는 패류에 대해서는 상대국 생산해역에 패류독소 발생이 우려되는 시기에 수입되는 경우 패류독소 검사 후 통관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행 패류독소 검사 방법인 실험동물 접종실험을 하기 위해 특수한 실험동물 검사시설을 갖추지 못한 기관에서는 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확립된 기기분석법의 표준물질을 개발하여 일반 실험실에서도 단시간에 많은 시료를 검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검사를 확대하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패류 생산해역에서 생산자 스스로 자율 규제검사를 신속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현장 신속 스크린 검사방법을 개발·보급함으로써 기준 초과된 패류의 출하·유통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해야 된다. 

셋째, 패류독소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사전에 예보하고 패류독소 발생 예측해역의 수산물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집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식약처에서 기존에 구축한  여름철 비브리오패혈증 사전 예보체계와 같이 패류독소도 발생 원인이 되는 유독성 플랑크톤과 바닷물 온도 등 해양환경인자와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패류독소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해역을 사전에 예측하여 선제적으로 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패류독소 기준초과 제품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패류독소 발생 및 검사결과 등 관련정보를 유관기관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 수산물의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노르웨이와 같이 수산물 강국으로 발 돋음 할 수 있는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인근에 있는 중국 사람들이 과거에는 수산물을 가열·조리해서만 먹던 식습관이 바뀌어서 이제는 활어를 날것으로 먹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국내 소비되는 수산물뿐 만 아니라 대량으로 수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15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시장이 인접해 있기 때문에 물류 측면에서도 커다란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수산물 소비와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생과 안전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수산물의 안전관리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우리 수산물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의 신뢰를 확고히 해 나아간다면 우리 수산물 관련 산업의 미래는 그 어는 나라보다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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