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슈점검] 식품 분야 집단소송제, 국내 식품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던 집단소송제가 식품안전 분야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9월 21일 법무부는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 방안’을 발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을 통해 집단소송제 대상을 확대하고 관련 절차를 개편하는 내용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 외에도 현재 국회에는 집단소송의 도입.확대에 대한 복수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집단소송제란 기업의 부당한 행위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특정 피해자가 다수의 피해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것으로 특정 피해자가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도 별도의 판결 없이 소송 판결 효력이 함께 적용돼 모두 배상받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집단소송제 도입 범위 확대 목소리는 라돈침대, BMW차량 화재·가습기 살균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커졌다.

식품 분야의 집단소송제 시행 있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조일호 한국식품산업협회 전무이사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농림축산식품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식품분야의 집단소송제도 도입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조 전무이사는 식품분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집단소송제 도입취지에 따른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돼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식품산업 넘어 농축수산물 생산업자, 식품접객업 등 식품분야 전반 대상

먼저 김종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적용대상 되는 식품산업 범위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짚었다.

개정안은 '식품위생법' 제2조에 따른 식품 등을 제조·가공·조리·수입하여 발생한 피해이거나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실을 알면서도 식품 등을 판매하여 발생한 피해를 집단소송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인삼제품 등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도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전문이사는 "사실상 식품산업을 넘어 1차 생산물인 농축수산물 생산업자부터 최종 판매자인 식품접객업자 등 식품분야 전반과 그 종사자를 집단소송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라며 "식품위생법은 제조·가공·조리·수입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해석상 농축수산물을 건조하거나 착즙해 판매하는 행위, 영농조합 등이 절임배추나 김치를 생산해 공급하는 행위는 물론 심지어 포장마차나 분식점의 음식물 조리·판매 행위까지 전부 이에 포함된다"고 

그러면서 "나아가 개정안은 식품위생법 위반사실을 알고 이뤄진 판매행위를 집단소송의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식품위생법은 위해·불량식품만을 규제하지 않고 그와 무관한 행정적 규제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행정법규 위반만으로도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산물유통·판매업자가 활어를 식품운반업 신고없이 운반·판매하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하는데 대법원 2017년 3월 15일 선고, 2015도2477 판결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활어의 판매로 발생한 피해 역시 집단소송의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는 것이다.

식품 섭취 개인차 커, 제조.가공.유통.소비까지 복잡한 단계로 이뤄져
다양한 식품 섭취한 경우 '동일한 식품' 피해 범위 확정하기 어려워

"집단소송제도는 다수에게 발생한 집단적인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기 위해 인정되는 민사소송법상 특례에 해당한다"면서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와 가해자 및 피해사실이 무엇인지 여부가 즉각 확정될 수 있어야 하며 ▲대량소비 및 판매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 발생과 이에 대한 사업자의 보상능력을 전제로 한다는 내재적 한계를 가진 제도이다"

조 전문이사는 "식품은 섭취에 따른 개인별 차이가 있고 농축수산물 형태의 1차 생산부터 가공, 제조, 운반, 저장, 판매, 소비까지 거쳐야 하는 복잡한 단계로 이뤄져 있어 피해자, 가해자, 피해사실을 곧바로 특정하는 것이 어렵고 그 특정에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합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식품에 대해서만 집단소송을 도입하는 권미혁 의원이 발의한 '식품안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는 집단소송 도입에 대해 남소 가능성이나 기업부담의 증가,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자의 재판청구권 침해 등의 우려가 있고 구체적인 식품피해 사례에 있어 식품의 제조공정이 일부 다른 경우나 소비자가 다양한 식품을 이미 섭취한 경우 등에 있어서 '동일한 식품'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범위를 확정하기 상당히 어렵다는 의견을 담고 있다.

종업원 30인 이하 영세업체 약 94%...소송 비용.시간 감동 못해 도산.폐업 우려
소비자기본법 등 이미 다른 유형 법류로 사업자-소비자간 분쟁 해결하고 있어

식품산업은 그 종사자가 250만 명에 이르지만 종업원이 30인 이하인 업체가 전체의 약 94%일 정도로 영세한 산업이다.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식품의 생산 및 판매에 종사하는 광의의 인구는 어림잡아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한다는 추측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품산업에 국한해 보더라도 영세업자들이 집단소송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공업용 우지라면 사건, 대왕 카스테라 사건 등을 통해 수차례 확인된 바와 같이 집단소송 제기로 형성될 위해식품 의혹과 이를 매도하는 분노 여론은 매출과 신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쉽게 도산하거나 폐업에 이르게 돼 추후 위해성이 없거나 책임 없음이 확인된 경우에도 그 손해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러한 특성 때문에 채선당 사건, 선릉역 짬뽕 사건 등 식품 관련해 블랙컨슈머 관련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단소송이 도입되는 경우라면 이러한 부작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비자기본법'은 프랑스 및 일본의 집단소송을 변형한 단체소송은 물론 집단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해 위해·불량식품으로 인한 사업자와 소비자간 분쟁 해결과 피해 구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비록 다른 법규이지만 이미 다른 유형의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정안이 입법화된다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두 종류의 집단소송제도가 상존하게 돼 충돌 가능성은 물론 관련 산업이나 해당 종사자가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목하고 "식품산업의 본류에 해당하는 위해·불량식품 제조와 제품의 표시로 인한 피해라고 한다면 기존의 '제조물 책임법'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피해 구제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조 전문이사는 "최근 농축수산물의 안전 관리를 위해 중복된 규제 등을 일원화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식품분야 집단소송제 도입도 그 시스템 속에 포함해 위해·불량식품에 대한 피해 구제 방안 등이 논의돼야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농축수산물을 비롯한 식품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은 (잠정적) 피해자인 일반 국민과 (잠정적) 가해자인 식품분야 종사자의 권익을 모두 침해하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어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