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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슈] 산란계 농장 HACCP 의무화...법안 처리 속도 내는 정부, 반발하는 농가

정춘숙 의원, 종축장.농장 HACCP 의무화 법안 대표발의
식약처 "10월 안에 제정 예정, 업계와 간담회 등 소통할 것"
농가 "반쪽자리 제도...원종계 생산단계부터 단계적 시행해야"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축산물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종축장 및 농장부터 단계적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업계는 '원종계 사육' 생산 단계부터 이뤄지지 않는 HACCP 인증은 반쪽짜리에 불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번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촉발된 축산물의 생산,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으로 종축장 및 농장부터 단계적으로 HACCP을 의무화하고 농장의 출입.조사 권한 및 공중위생상 우려가 있는 농장에 대한 긴급조치.정보공개 권한을 명확히 했다. 

HACCP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조리·유통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 우려가 있는 위해요소를 확인, 평가하고 중점관리요소를 지정, 관리하는 과학적인 예방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HACCP 인증을 받은 농가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 신뢰를 잃은 바 있다. 이에 식약처는 올해 초 계란의 안전한 유통을 위해 식용란을 전문적으로 선별·포장하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신설하고 식용란선별포장업과 햄·소시지·햄버거패티 등 식용가공품에 대해서는 HACCP 적용을 단계적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법률안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대규모 산란계 농장, 종축장부터 가축사육시설에 대해 단계적으로 HACCP을 작성.운용할 의무를 부과하고 가축사육시설에서 생산된 축산물(원유, 식용란)의 검사결과 이의가 있는 경우 가축사육시설의 경영자도 재검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모든 가축사육시설(소, 돼지, 닭 등)에 대한 공무원의 출입.조사 권한을 확대했다.

아울러 위해사고가 발생한 가축사육시설의 경영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가축사육시설의 경영자 등에게 가축 또는 그 생산물의 출하정지, 판매중지 등 긴급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의원은 "살충제 계란 사태를 통해 축산물의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이 노출돼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종축장 및 산란계 농장 등에서는 HACCP 의무적용을 하지 않아 생산단계 위생.관리가 취약하고 농장에 대한 축산물 안전관리 공무원의 출입.조사 권한이 미비하고 위해사고가 발생한 농가에 가축의 출하중지 등 공중위생상 조치를 하거나 정보공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불분명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축산물 공급을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 업계 반발 거세...닭, 모계 안전성 중요 원종계 사육 단계부터 권장으로 시작해야
'농장에서 식탁까지 책임진다?'...원종계 제외한 HACCP 반쪽자리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육계' 생산단계가 아닌 '원종계'의 생산단계부터 HACCP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이원화된 이력제 업무를 해썹과 함께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육계산업은 4개의 원종계회사가 수입해 사육하는 원종계 사육 단계부터 시작한다"며 "하지만 현재 안전관리통합인증의 생산 단계는 육계의 생산단계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즉, 원종계 사육부터 육계 초생추 부화까지의 단계는 안전관리통합인증의 통합관리 범위에 속해 있지 않는 것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사육환경에서 살모넬라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계로부터 물려받는 ‘난계대 질병’ 중 한가지로 이는 생산농장의 방역수준이나 사양관리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며 오직 ‘원종계 사육’생산단계부터 중점관리 돼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예를 들고 "육계의 생산단계가 아닌 원종계의 생산단계부터 HACCP를 적용시키는 등 ‘안전관리통합인증’의 생산단계 관리범위를 확대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관리통합인증제는 가축의 사육, 축산물의 처리.가공.유통.판매 등에 참여하는 농장 또는 작업장ㆍ업소 등 모든 곳이 HACCP을 적용하고 있는 브랜드 경영체를 인증하는 제도이다.



경기도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농장주는 "(HACCP)의무화라는 것이 현장에서 5~60% 정도가 준비돼 있다면 모를까 하고 싶어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농장들의 반발이 쎄다. HACCP을 못지키 농가가 미허가 농가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닭고기는 소, 돼지하고 틀리다. 가금류 특히 닭은 일부다처제로 모계 중심사회를 형성하고 모계의 안전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의무화도 좋지만 원종계도 (HACCP인증)안되고 있는 판에 의무사항이건 선택사항이건 간에 이력제과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뿌리단계인 원종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안전관리통합인증을 받은 업체 수는 미미하다.  2018년도 3월 현재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홈페이지 공시 기준으로 안전관리통합인증을 획득한 육계 업체는 하림, 참프레, 올폼, 동우, 체리부로, 한국육계유통 등 6개 업체 뿐이다. 

또 다른 농가 역시 "소비자가 알아서 차별화하게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건 잘못하면 소비자가 오해하게 생겼다. 정부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책임진다고 하지만 실제 원종계는 해썹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증을 받는 다고 해서 가격을 더 올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해썹이 받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제 값을 받고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 최대한 빨리 진행, 10월 안에 제정할 것...농식품부와 간담회 개최, 업계와 소통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계속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계획대로 진행을 되고 있다"면서 "(정춘숙 의원 대표발의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10월 안에는 제정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다. 최대한 빨리 공포가 될 수 있도록 의원실하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해당 법안이 위원회에 접수 돼 있는 상태고 의견수렴 기간 동안 간담회나 설명회를 개최해 업계와 소통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계부터 시행되야 한다는 의견에는 "법안 내용 살펴보면 종축장도 포함이 된다"면서 "그러나 종축장, 농장 중 어느쪽을 먼저 시행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사육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농장 지원금, 관리.운영에 대해서는 "기존 해썹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니 그 안에서 지원은 이뤄질 것"이라며 "농식품부에 위탁관리 운영할 계획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