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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지금] 국내 식품업계, 네슬레 벽 못 넘는 이유는?

CJ.농심만 매출 대비 연구비 1% 넘어, 동원F&B.오뚜기 0.3% 그쳐
네슬레.아지노모도 등 글로벌 식품기업 3% 가까이 과감한 투자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내 식품업체들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투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식품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0.2~0.3로 R&D 활동은 거의 정체 상태다. 반면 다국적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비율은 3% 가까이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의 R&D 비용이 매출액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1%를 넘긴 곳은 CJ제일제당과 농심이 유일했다. 

CJ제일제당(대표 신현재)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1220억원, 매출액 대비 1.6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2016년(1.69%) 대비 줄긴 했으나 바이오기술연구소, 식품연구소, 소재연구소, 생물자원연구소, 제약연구소, CJ RCA 등 연구개발 조직을 갖추고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농심(대표 박준)은 지난해 3분기까지 186억원을 투자했으며 최근 3년간 1.1%를 유지하고 있다.

대상(대표 임정배, 정홍언)의 경우는 지난해 3분기까지 171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 매출액 대비 비중은 0.76%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5년 0.87%, 2016년 0.83%로 해마다 줄고 있다.

동원F&B(대표 김재옥)와 오뚜기(대표 이강훈)는 연구개발비용이 상위 3개 업체와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동원F&B와 오뚜기는 같은기간 각각 56억(0.26%), 53억(0.34%)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식품제조업체는 전년에 비해 성장성이 둔화됐지만 높은 수준 유지, 수익성과 재무안정성도 개선돼 경영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식품제조업체의 매출액과 총자산 증가율은 각 4.9%, 6.5%로 과거 3개년 평균보다 높고 제조업 평균을 상회하며 '깜작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률과 이자보상비율 역시 각 6.5%, 801.7%로 2010년대 들어 가장 양호했다.

하지만 전체 매출 대비 2%가 넘는 비용을 투자하는 네슬레와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네슬레는 미국 등 전 세계 29곳에서 R&D 센터를 직접 운영해 국가별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 일본글로벌식품기업 아지노모도 역시 2.6%에 달한다.

제품 연구개발에 소홀하다 보니 인기제품 베끼기(미투제품)는 업계의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미투제품으로 인한 식음료 업계의 소송은 늘고 있다. 

최근에는 CJ제일제당이 자사 '컵반'에 대해 오뚜기와 동원F&B가 출시한 컵밥이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패소했다. 법원은 오뚜기와 동원F&B 제품 형태가 컵반과 동일한 점은 인정했으나 모방에 따른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네네치킨은 지난해 11월 경쟁사인 bhc치킨에 대해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15년에는 파스타소스 후발 주자인 샘표식품은 1위인 대상에게 표절시비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노이트 마케팅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용선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저성장 기조이며 식품제조업체는 실물투자가 둔화되고 R&D 활동도 정체되고 있어서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2015~2016년 식품제조업체의 성장률이 높았던 것은 2012~2015년 설비 투자와 R&D 투자가 개선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식품제조업체는 재무구조가 양호하지만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나 연구개발투자는 활성화되지 않다"며 "중장기 성장세를 유지‧제고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수익 모델 발굴과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