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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닭고기와 계열화 사업

류경선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동물자원과학과 교수

붉은 닭의 해 2017년도 어느덧 단풍이 시작되는 가을, 시월에 진입함으로서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축산 강단에서 지켜 본 올해는 참으로 유난스런 한 해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음기(陰氣)를 쫒아내고, 양기(陽氣)를 불러오며, 액운(厄運)을 쫒아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한해는 되돌아보면 닭의 수난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발병된 AI(조류인플루엔자)로 올해 4월까지 전국적으로 3800만 마리의 닭들이 살처분 되었으며, 거의 종식되었다고 판단되었던 AI는 6월 들어 전통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재발되어 긴장의 연속이었다. AI 발생으로 인하여 산란계에서 살 처분 여파로 연초부터 계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급기야 계란의 수입 등, AI 발병 후유증은 농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깊은 주름살을 패이게 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처럼 그 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하여 계란소비시장이 급감하는 등 “참! 닭스럽다”고 할 정도로 수난은 계속 되어왔다. 

그렇다면 왜 닭이 이렇게 화제가 되는지 생각해 보자. 닭은 인류가 가축 중에서 가장 먼저 사육한 가금류에서 백미(白眉)로 약 5천여년 전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국 운남성, 필리핀에서 들닭 형태로 발견되었으며,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신라시조인 혁거세왕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설화와 신라를 계림(鷄林)으로 불리는 등을 배경으로 추론하면 닭은 삼국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육되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가난했던 1960~70년대에 가구당 닭을 몇 마리씩 사육하여 집안 대소사에 활용했던 씨암탉이라는 단어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농가에 없어서 안 될 중요한 가축이었다. 

80년대 중·소규모 사육농가도 등장했지만 대부분의 농축산물이 투기성이 흥행했던 시절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하여 일순간에 흥망성쇠를 반복하였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하여 도산된 사육농가의 야반도주 등 닭고기 시장은 항상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후 80년대 말부터 국내에서 계열화사업이 최초로 시작되면서 양계산업에 혁명이 시작되었다. 축산업에서 언제나 위험요소로 투기적인 형태가 반복되던 시절을 뒤로 하고 육계산업은 하림, 성화산업 등이 주축으로 주변의 사육농가와 동반상생을 목표로 계열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즉 하림 등 계열화를 실행한 기업은 병아리와 사료, 약품 등 원자재를 공급하고 농가는 사육에 전념해 닭을 생산하면 100% 판매를 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져 육계산업의 안정화를 이룬 것이다. 그 결과 육계 사육농가의 평균소득은 지난 94년 2500만원에서 2004년 6800만원, 2014년 1억6000만원, 2016년 1억8000만원으로 여기에서 제경비(30~40%)를 제외하더라도 연 평균 1억1000만원(한국육계협회 분석)에 달하는 고소득 농업으로 탈바꿈했다.

닭고기 자급률과 소비량도 급격하게 증가되었다. 1980년대 말부터 계열화 사업이 시작되고 90년대부터 국내 닭고기 자급률은 80% 이상으로 2016년 기준 85.2%, 돼지고기 75.2%, 소고기 37%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은 결과를 보여왔다.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과 국내 생산량(도계수수) 역시 최근 10년 사이 각각 1.6배 성장해 2007년 8.6㎏에서 2016년 13.9㎏(농촌경제연구원 추정치) 도계 수수도 2007년 638,730천수에서 2016년 992,518천수에 도달하였다. 



물론 이러한 성과가 육계 계열화를 시작하였던 기업의 공(功)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계열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주체와 객체간 갈등이 존재하였으며, 지금도 계열화에서 제기되는 ‘갑질’ 논란은 유사계열사에서 발생되고 있으며 농가와 계열화 주체는 끊임없이 부딪치고 있으므로 상호간의 약관을 하나하나 수정해야 되는 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농가의 입장에서는 작은 의혹마저 기업의 ‘갑질’로 여겨질 것이며, 행여 자신만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항상 조바심과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파열음으로 인하여 육계에서 계열화 사업 자체가 매도되거나 다시 시장질서롤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愚)”를 범하는 행위와 유사할 수 있다. 

이제는 농가와 기업간 불공정 약관은 정부가 중재하고, 갑질을 일삼거나 능력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패널티로 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닭의 해에 발생되었던 제 문제로 인하여 경험한 수난들이 많았지만 상서로운 기운을 가져온다는 닭의 힘찬 날개짓과 홰를 치는 울음으로 세상을 밝게 일깨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꼬끼오, 꼬끼오, 꼬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