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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 칼럼> 건강 기능 식품; 100세 시대의 동반자?

100세 시대. 설마 했는데 정말인 것 같다. 그런데 길어진 수명만큼 건강도 따라줄까? 아무도 장담을 못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건강 챙기려고 부산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모든 걸 다 갖춰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100세 시대는 재앙이다.  

100세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구원 투수같이 나타난 건강 기능 식품. 식약처가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니 100세 시대 건강 지킴이가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명절 때 마다 효도 선물의 대표 주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웰빙’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되면서 하나의 트랜드로 각 연령층에 파고 들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딱히 건강 기능 식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뚜렷하게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도 무언가 내 건강을, 아니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들어야할 보험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무얼까?  

여기서 잠깐 건강 기능 식품이 출현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1991년 전 세계적으로 암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을 때 미국 국립 암연구소는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신비한 물질들이 우리가 늘 접하고 있는 식품에 존재한다고 공표하였다. 

이 물질들은 마늘, 고추, 생강, 콩, 브로콜리, 배추, 카레, 녹차 등에 함유되어 있는 식물성 화합물로서 발암물질을 무독화 시키거나, DNA 손상을 차단시키는 전략으로 암 발생을 막아준다고 밝혔다. 

잇따라 들려오는 식품속의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들의 존재는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성분들이 식품 속에 있을 것이라 믿어 왔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었다. 또한 만성 질환의 실천적 해결책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성장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던 식품·제약산업은 이에 즉각 반응하였다. 건강 기능 식품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바로 갖추었다. 이렇게 학계, 소비자, 기업이 하나가 되어 건강 기능 식품은 급물살을 타고 우리 속으로 들어왔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보다도 부가가치가 높은 건강 기능 식품 산업을 선점하기 위하여 정부까지 법을 제정하고 연구비를 풀었다.

눈부시게 등장한 건강 기능 식품에 오히려 영양학자들은 당황하였다. 영양소 하나 하나가 밝혀지고 그 효능이 규명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했는가! 아니 영양소야 말로 인체가 만들지 못하여 외부로부터 반드시 공급 되어야 하는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성분들인데, 사람들이 영양소는 뒷전으로 미루고 건강 기능 식품에 매달리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으니… 도대체 아직까지 정체가 모호한 건강 기능 식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정의할 것인가? 

마침내 2009년 미국 영양사 협회와 식품 학회는 공동으로 ‘건강 기능 식품’은 영양소는 아니지만 인체의 건강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한 식품이라 정의하고 이의 존재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건강 기능 식품’을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처럼 오해하고 있다. 왠지 거부감이 있는 약 대신 건강 기능 식품으로 혈압과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관절염, 아토피 등 만성 질병들을 고치고 싶어 한다.
  
왜일까?  약식 동원의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딱 들어맞는 개념이니까. 딱딱한 의학적 설명보다 카더라 통신을 통한 건강 기능 식품의 체험담이 더 귀에 솔깃하니까. 그 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어라 해도 건강 기능 식품은 영양소와는 격이 다르다. 영양소는 부족하면 신체가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들을 하는데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결핍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건강 기능 식품 성분들은 인체에서 생합성 되기도 하고, 다른 성분들로 대체가 가능하고, 부족해도 뚜렷한 결핍증이 나타나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생리활성으로 건강을 증진시키고, 노화를 억제하고, 만성 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효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바로 현대인들이 찾고 있던 건강의 질적 향상과 건강 수명을 연장 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의 하나인 것이다. 

그러면 100세 시대 건강 기능 식품은 필수품인가?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식품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식품에는 영양소와 건강 기능 성분이 다 들어 있다. 그것도 다른 유익한 성분들과 가장 조화롭게 들어 있어서 효과를 배가시킬 뿐 아니라 부작용도 없다. 영양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건강 기능 식품은 무용지물이고 사치이다. 

우리 몸도 영양소와 생리 활성 물질이 풍부하며,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하는 영양 균형식을 요구한다. 그게 맘처럼 쉽지 않을 때 건강 기능 식품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자. 100세를 살아가려니 여러 가지로 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