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폴리스 익산'의 정체성 탐사(5)

  • 등록 2011.06.08 09: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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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진화의 중심 '전북도'

동북아 푸드메카는 이미 시작됐다.


예정보다 1년 정도 늦춰졌으나 2015년 익산에 들어설 국가식품클러스터(FOODPOLIS)는 이미 올 3월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의 본격 가동으로 기업유치 활동, 교류협력, 홍보사업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푸드폴리스의 익산 조성 배경을 국가식품클러스터센터 김영애 과장으로부터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 총 6회에 걸쳐 소개한다.


다섯 번째 순서로 축산물 진화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전북 지역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치즈.육계가공 산업 '전초기지'
안전성 바탕 고급육 시대 선도  


하림(대표 이문용)의 진보는 눈부시다. 소규모 양계장에서 출발해 연간 매출액 6000억원, 시장점유율 22% 국내 최고 육계업체로 성장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농장-공장-시장’의 3장 통합은 대한민국 육계 산업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 올해 여성소비자가 뽑은 품질·서비스 1위 역시 당당하게 차지했다.


전북에는 황금닭을 길러내는 곳도 있다. 진안 마령면 ‘마령생명영농법인(대표 정태한)’의 닭은 한 마리에 5만원을 호가한다. 달걀은 1개에 1400원. 정 대표가 한때 운영했던 서울 낙원동 마령토종삼계탕 ‘향계원’에서 이곳 닭을 맛보려면 마리당 25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당시 VVIP들의 주문이 쇄도했다는 게 정 대표의 귀띔.


전북의 강점은 닭뿐 아니다. 임실치즈는 또 어떤가. 국산치즈의 장을 연 곳이고 최근엔 고창 상하 까망베르 치즈 역시 국내 최초 자연치즈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한우단지도 주목할 만하다. 정읍은 축산물가공으로 보면 전국 2위. 6만8000두의 소가 길러지고 있으며 김제 익산 장수 충남서천 등지도 한우지역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다. 그 뿐인가. 정읍 산외 한우마을은 정육점과 음식점 등 70여개소가 성업 중이고, 연간 60여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등 매출액도 600억원에 달한다.


김제목우촌의 성장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 아시아 최대 도축장을 자랑하며 안전한 축산물 가공으로 수출까지 주도하는 중이다. 학교기업인 전북대햄도 친환경 수제(手製)를 표방하며 올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학교기업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등 약진하고 있다.


이처럼 맛의 고장답게 전북은 곳곳에 미래형 식품소재산업들이 산재해있다. 양질의 축산물들을 아우르기엔 교통망이 필수.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주목받는 이유다.

 


◆식품산업 강자로 부상한 ‘닭’


닭이 식품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한지는 이미 오래전. 그 흔한 통닭 한번 먹어보지 않은 이가 없고, 여름이면 삼계탕 또한 먹지 않고 나는 이가 드물다. 나아가 각종 간식거리가 개발돼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는 하림의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 양계장에서부터 출발했으나 단순 도계에 그치지 않고 개별 포장육 제품, 부분육 등으로 다양화시킨 시스템은 높이 살만하다.


또 주 단백질원인 닭고기를 균등한 품질과 안정적인 가격으로 대량 공급해 기존 탄수화물 중심 식생활을 단백질 위주 선진국형으로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계열사만도 20여개를 거느리고 농기업 최초 금탑산업훈장까지 거머쥔 하림이 노리는 것은 국제 경쟁력 갖추기. 세계 식품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주자로 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림이 패스트푸드의 강자라면 마령생명영농법인은 슬로우 푸드의 대표격. 성장촉진제 항생제 방부제 등을 사용하지 않음은 물론 밀식도 거부해 고가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정태한 대표(55)의 문제의식은 급성장과 동물복지차원에서 출발한다. 인류에게 고급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닭의 인위적인 급성장이 여러 가지 해악을 가져온다는 지적. 성장촉진제로 키운 육류를 많이 섭취하면, 어린이는 웃자라고 성인은 빠르게 늙는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이곳 닭은 최소한 8개월이 지나야 상품성을 획득한다. 사료도 항생제 방부제에서 자유롭다. 한약재 쌀겨 참숯 국산 콩.옥수수.풀.조개껍데기.싸라기 등으로 직접 만든 사료를 이용하는 것.


이런 연유로 농협중앙회축산사료연구소 잔류검사 결과, 항생제 방부제 성장촉진제 등 6가지가 모두 제로로 나타났다. 조사원들조차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깜짝 놀랐다는 게 이곳의 현주소.


정 대표의 노력은 이쯤에서 끝나지 않았다. 전국 곳곳을 쏘다니며 재래닭 180마리(15개 무리)를 수집한 다음, 그것들을 3년 동안 상호 교배시켜 키워냈다. 여러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근친교배를 막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는 현재 진안 마령농장 53만 평에서 2만여 마리의 재래닭을 옛날 촌닭처럼 키운다. 종자 환경도 중요하지만 성장기간과 야생성을 살려주는 것은 철칙. 사계절의 생리적 메커니즘을 겪어야 육질이 단단해지고 건강한 먹을거리가 생산된다는 이유다.


토종닭 수출도 눈에 띄는 대목. 전북대양계산학연협력단(단장 류경선 교수)과 익산 용안면에 있는 싱그린푸드시스템(대표 김준형)은 2008년부터 산란노계 수출에 나섰다.


이는 전북대양계산학협력단이 꾸린 2007년엔 닭고기수출연구사업단(단장 강창원)으로 인해 가능했다. 이와 더불어 삼계탕 춘천닭갈비 등 국산 닭고기 식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설립 당시 한국의 양계산업체 수출은 연 900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사업단 출범 1년 만인 2008년 1200만달러 수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09년엔 17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강창원 단장은 “사업단의 목표는 5년 내 1억 달러를 수출하는 것”이라면서 “양계산업에 대한 수출전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책, 제도, 생산, 가공, 포장, 해외영업 등에 뛰어난 전문가 인력풀을 형성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단은 수출전략 수립과 실행을 위해 서울사료, 하림, 마니커F&G, 농협목우촌 등과 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틈새시장 블랙홀 ‘치즈산업’


국산치즈의 출발은 40여년 전 벨기에인인 지정환 신부로부터다. 임실지역 농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치즈 생산을 권유하면서. 말하자면 1967년 설립된 임실치즈피자가 국산치즈의 본산인 셈이다.


생산량은 전국의 1%정도. 하지만 임실은 치즈마을의 체험을 통해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 공이 크다. 이와 함께 임실군이 기능성 치즈연구실과 치즈과학연구소를 지어 연구지원에 적극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생산량에 있어선 매일유업에 합병된 고창 상하 치즈가 최고를 자랑한다. 특히 상하는 국내 최초 한국산 원료 ‘까망베르 치즈’를 출시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거기다 청정지역이라는 이점으로 품질도 합격점을 받은 상태. 고품격 치즈로 각광받으면서 입지를 선점해가는 중이다.


외국계 프랜차이즈점과 경쟁이 특히 심한 것이 피자시장. 임실치즈피자는 100% 국내산 쌀을 이용해 도우(피자 빵)로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북에서 생산된 순수 국내 쌀 100%를 이용해 도우를 만들다보니 웰빙을 추구하는 트렌드에도 안성맞춤이다.


정희균 미사랑임실치즈피자 대표는 “임실치즈피자는 밀가루와 달리 매우 쫄깃한 질감이 남다르고 느끼함을 제거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성인층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또 “치즈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매우 큰데다 유업계의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유제품 중에서도 시장경쟁이 가장 치열해 FTA로 시장이 개방되면 전면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축산업계 ‘안전’화두 변신 속도전


100만원짜리 암소고기 선물세트 시대가 도래했다. 전북한우협동조합(조합장 장성운)은 지난해 송아지 출산 경험이 없는 ‘총체보리한우 미경산(未經産) 암소’에서 고급육만으로 꾸린 선물세트를 추석절에 선보이기도 했다.


장성운 조합장은 “롯데마트 바이어와 협의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시험 도축해 소비자 반응을 점검했다”며 “총체보리한우 미경산암소는 지금까지 선보인 최고의 한우 그 이상의 고급육 시대를 열게 됐다”고 자신했다.


이처럼 전북지역은 축산물 마케팅도 앞서가고 있는 상황. 정읍의 축산물가공 규모는 전국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김제목우촌은 아시아 최대 도축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출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 전북에서 수출의 선두주자는 김제목우촌이다. 1995년부터 홍콩에 돼지고기를 수출하기 시작해 외화벌이를 톡톡히 하고 있는 상태.


이는 김제목우촌이 내수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핵심에 있는 것이 1995년 개장된 김제 육가공공장의 안전관리 시스템. 개장 2년 만인 1997년 일본 후생성이 검역 면제업체로 지정할 만큼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제품’이 가능했다.


이후 한국생산성본부로부터 ISO 9001을 획득한 데 이어 햄소시지·프로포크 KS품질 인증, 도축·부분육·육가공 등 부문별 HACCP지정업체로 인정받기도 했다.


개장 10여년 만에 국내 굴지의 육가공업체들을 제치고 CJ, 롯데에 이어 3위의 자리에 올라선 것도 놀라운 도약. 안승일 공장장은 “브랜드 인지도가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충성도와 가격경쟁력에서는 전체 업체 중 1위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 뿐 아니다. 최근 코리아리서치의 농협 내 브랜드 인지도 조사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목우촌브랜드가 인지도 86%, 이용률 61%로 수위를 차지했으니 그 위상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참예우 한우브랜드를 특화시키고 있는 전주김제완주축협(조합장 박영준)도 최근 돼지고기 수출에 관심을 쏟고 있는 상태. 국내 처음으로 러시아 시장을 타진중인 박영준 조합장은 무난하게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 구호는 요즘 축산물 생산현장의 화두다. 그만큼 안전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었고, 업계 또한 이에 부응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푸드투데이 정리=김진영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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