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푸드메카는 이미 시작됐다.
예정보다 1년 정도 늦춰졌으나 2015년 익산에 들어설 국가식품클러스터(FOODPOLIS)는 이미 올 3월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의 본격 가동으로 기업유치 활동, 교류협력, 홍보사업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푸드폴리스의 익산 조성 배경을 국가식품클러스터센터 김영애 과장으로부터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 총 6회에 걸쳐 소개한다.
세 번째 순서로 전남북.제주지역의 잡곡 주산지에 대해 살펴본다. / 편집자 주
농진청, 전통명곡 프로젝트로 회생본격화
낫또 수출까지 일사천리… 일본시장 위협
웰빙.로하스 등 신소비문화가 자리잡아가면서 건강식인 잡곡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사실 잡곡 효능에 대한 인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멀리는 2000여 년 전 출판된 중국 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經)’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은 잡곡이 몸에 좋다고 체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경역사로 볼 때도 3000년 전 신석기 후기에 이미 잡곡재배에 관심을 뒀으니, 최근 들어 수선을 피우는 게 좀 낯선 풍경이기도 하다. 반면 잡곡의 생산량은 매년 줄어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으로 불리며 곡물 자급률은 OECD 30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1987년 콩 수입량은 최고조에 달해 100만 톤을 넘어선 바 있다.
2010년 현재 국내 잡곡의 재배면적은 10만 3500ha에 그치는데다 자급률은 9.4% 수준. 해마다 떨어지는 잡곡 자급률 사정은 자못 심각하다. 2009년 옥수수 자급률은 겨우 1%에 그쳤고, 콩은 8.4%, 조·수수 등 기타곡물은 9.7%로 조사됐다.
문제는 또 있다. 그나마 생산된 잡곡은 대부분 원료 곡으로 판매되는 등 가공유통에 대한 기반이 취약해 농업인 중심 자립모델 구축이 시급한데다 부가가치 향상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2차, 3차 산업으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남북·제주지역이 잡곡 주산지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로 냉해 때문에 강원도나 경북지역은 보리나 밀, 콩 등 잡곡재배가 쉽지 않은 상황. 그 뿐 아니다. 생청국장인 ‘낫또’의 가공 역시 일본문화를 합쳐 부가가치를 높인 식품으로 생산거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남북, 제주도 잡곡 주산지화
잡곡 자급률을 의식한 농진청은 몇 해 전부터 기능성 잡곡 생산량 증대를 위한 ‘탑 프로젝트’ 추진에 나선다. 일명 ‘전통명곡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2007년부터 포천.영월. 고창.신안 등 12곳 1144ha를 추진하기 시작해 이듬해는 파주 김제 등지로 확장했다.
특징은 또 있다. 지역여건에 맞는 특화단지 조성. 포천·영월(잡곡), 합천(밀), 신안(잡곡·참깨), 영주(부석태) 등으로 차별화했으며, 국산밀의 재배면적도 2007년 2800ha에서 2009년 1만 5000ha로 4.4배나 확대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에 탄력을 받은 농진청의 전략은 다시 품종다양화 시도로 확장된다. 2010년부터는 논에 조.수수.옥수수.콩 등 다양한 품종재배를 권장한 바 있다.
그 뿐 아니다. 웰빙잡곡 특성화사업도 있다. 2009년 광주 괴산 등 4개소에 이어 2010년에는 정선 등 2개소를 추가했다. 이와 함께 전남 곡성군은 ‘10전통명곡 생산기반 조성사업’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명곡 생산기반 구축은 물론 잡곡산업 활성화의 큰 기틀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농가소득 역시 인근농가 46만 7000원에 비해 단지평균 64만 8000원으로 39%나 증가했다는 보고다.
사실 농진청이 잡곡에 관심을 둔 것은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있다. 밀.옥수수.감자 등의 가격이 치솟고 있고 많은 경제학자와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곡물가격 랠리가 10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유엔 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도 농산품 가격상승을 예고했다. 앞으로 10년간 평균가의 20~50%선을 상회할 것이라며 적절한 대안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잡곡은 전통적으로 산간부가 주산지였던 반면 농진청 프로젝트로 인해 충남이나 전남북, 제주에도 생산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특히 제주는 국산콩나물의 80%를 수급하는 최대 경작지로 거듭난 지 오래다. 나아가 제주도는 유전자조작 콩이 없는 이른바 ‘GMO-free’ 지역 검토도 준비 중이다.
◆꿈틀대는 ‘낫또’시장도 주목
잡곡의 기능성이 부각되면서 이를 활용하는 전략도 다양해진 것이 사실. 콩, 조, 수수 등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결핍되기 쉬운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영양식품이며 각종 성인병 예방에 필요한 영양 보고로 각광받고 있다.
건강식의 대명사인 콩은 아이소플라본 성분이 있어 유방암·전립선암 억제효과와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국산콩은 11만~12만톤 정도에 이르며 장류용으로 7~8만톤, 나물용으로 1~2만톤이 소비되고 있다. 나머지는 두부용, 떡소용, 자반용, 밥밑용, 종자용으로 사용되는 중이다.
콩의 상품성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의 베스트 식품 1위인 ‘낫또(생청국장) 시장’이 꿈틀대고 있는 것. 순창골전통식품(대표 양종술)은 2008년부터 미국 동부지역으로 수출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삼이원식품(대표 정재수)도 본토인 일본수출을 추진했다. 또한 대영푸드시스템(대표 이순호)을 비롯 풀무원 오뚜기 대상 등 대기업들도 줄줄이 낫또 생산에 참여했다.
제주도는 아예 2000억엔이 넘는 일본의 낫또 시장을 겨냥한다. 1% 정도만 점유해도 650억원이라는 거금을 쥘 수 있어 제주도는 일본시장을 주목하는 중이다. 일본 내 재일제주인 거주지 오사카를 중심으로 제주산 낫또제품의 판매 거점화까지 점치고 있는 상태다.
제주시 관계자는 “디자인 개발과 홍보 마케팅 지원, 신제품 개발 등 일련의 사업을 통해 제주전통된장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업그레이드 한 상황”이라며 “머지않아 고추장하면 전북 순창을 떠올리듯, 콩 발효식품하면 제주가 떠오르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낫또 수출의 선두주자는 순창골전통식품을 빼놓을 수 없다. 청국장을 대표상품으로 생산하다 보니 자연스레 낫또에 시선이 멈췄다는 설명. 양종술 대표(46)는 “낫또는 다이어트와 혈전용해 성분 함유로 성인병을 예방하는 기능이 탁월한 식품”이라며 “국내에서 상당한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소개했다.
양 대표는 이어 “지난해는 국내 업체들이 낫또를 출시하면서 100억 원대 시장 규모를 형성했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국산 낫또가 세계인들을 사로잡을 날이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또 “지난해 상반기는 인지도가 낮아 매출이 미미했지만 낫또가 웰빙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하반기부터 매출이 상승했다”며 “앞으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 영동군에 있는 삼이원식품도 이미 2008년 이후 일본시장 진출에 나선 상태. 일본 굴지의 낫또생산 업체인 ‘마루미아’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낫또환, 낫또분말, 낫또카라멜, 당뇨간식 등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그동안 마루미아가 국내에 수출해온 월 1억원이상의 낫또를 OEM방식으로 대신 생산해 판매중이다.
보리밥 프렌차이즈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포장 낫또를 OEM방식으로 개발해 온라인,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에 판매하고 있는 대영푸드시스템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만큼 국내시장은 수입산과 국내산으로 뚜렷하게 갈린다. 수입산은 온라인을 통해 주로 구매가 이뤄지며 20~30대 젊은 여성층이 선호하는 추세. 반면 국내산은 웰빙족이나 중년층이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을 통해 구입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의 내수시장 경쟁은 자못 치열한 형국. 일본식 낫또에서 진화해 우리 입맛에 맞게 ‘검은콩 낫또’ ‘김치생낫또’ 등 맛을 다양화한 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시장 선점을 노리는 중이다.
이를 반증하듯 낫또 시장점유율의 상승세는 급격한 편. 현대백화점이 2009년 4월 건강식품군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비타민은 18.2%, 홍삼은 15.9%, 낫또류는 12% 각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가 내다보는 올해 낫또 시장전망은 130억원대.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에 따라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관계자는 전한다.
업계의 시각은 결코 내수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을 벗어나 세계화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 미국 건강전문 월간지인 ‘헬스(Health Magazine)’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돼 있는데다 본래 우리 청국장에서 파생된 만큼 세계화는 시간문제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비단 콩 뿐 아니라 잡곡의 기능성에 대응하는 농진청의 변화도 부산하다. 이학동 부장(농촌진흥청 기능성작물부“은 “앞으로 잡곡의 건강기능 성분에 대한 활성평가를 동물시험까지 확대하고 안전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건강기능성식품과 의약품 소재개발 분야 등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단지 부재, 기계화의 부족, 우량종자 확보가 쉽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잡곡시장. 잡곡생산 이력제 실시 등 농진청의 국내 잡곡류 경쟁력 향상 프로젝트와 맞물려 잡곡 주산지도 평야부로 이동하는 등 지각변동을 가져왔으며 이미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를 모두 집약할 익산 푸드폴리스가 주목받는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