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푸드메카는 이미 시작됐다.
예정보다 1년 정도 늦춰졌으나 2015년 익산에 들어설 국가식품클러스터(FOODPOLIS)는 이미 올 3월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의 본격 가동으로 기업유치 활동, 교류협력, 홍보사업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푸드폴리스의 익산 조성 배경을 국가식품클러스터센터 김영애 과장으로부터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 총 6회에 걸쳐 소개한다.
네 번째 순서로 한약재.허브의 전초기지로서의 전남북의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 편집자 주
한약재.허브 이용 특화산업 육성기지
식품 소재 세계화 선도적 역할 '톡톡'
창단 15년 만에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에 오른 전북현대모터스 축구선수단. ‘진안홍삼’으로 체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주목을 끌었다. 득점왕에 리그 MVP를 차지한 이동국선수는 물론 도움왕 루이스도 진안홍삼 마니아가 됐다.
올해 초 송영선 진안군수는 아예 현대모터스 축구단 서포터로 가입했고 홍삼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피로회복에 그만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도 홍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진안은 실제로 인삼의 주 생산지로 꼽힌다. 본고장으로 불리는 금산보다 더 많은 물량이 생산되고 있는 상황. 다만 품질인증기관이 없어 금산의 도움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진안의 특작물은 인삼 뿐 아니다. 더덕도 빼놓을 수 없는 작목. 오래 전부터 더덕 도라지 등 다양한 약초를 재배해오고 있으며 550년 전 세종.문종.단종.세조 등 4대에 걸쳐 30여년간을 궁중어의로 활동한 조선초기 명의 전순의(全循義)의 고향이기도 해 역사성까지 갖췄다.
남원은 최근 허브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원·체험장 등을 갖춘 남원허브밸리가 운봉에 들어섰고, 이곳은 국내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남원시는 아예 남원 허브를 의미하는 ‘오헤브’라는 브랜드 명칭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또한 허브밸리가 있는 운봉읍 용산리는 ‘춘향허브마을’이란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이와 함께 벌여온 허브축제도 벌써 3회에 이른다.
또 지리산의 1300여 자생식물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을 비롯 식물재배온실, 탐방로, 테마별 생태식물 군락원 등이 갖춰진 ‘자생식물환경공원’도 완성됐다.
이 뿐 아니다. 전남 화순군은 국비지원을 받아 우수한약유통지원시설 건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국가지정 우수 한약육성 지역으로 선정돼 한방산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무주와 경남 산청도 한약육성지역으로 선정돼 있는 상태.
경남 산청군은 ‘세계전통의약엑스포’로 세계적인 한방도시를 꿈꾼다. ‘두메산골 산청’을 벗어나 한의학 치료·병원이 집결된 세계적 휴양지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에 있어 한약재나 허브 등 식품소재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 인근에 있는 육성지역들은 이를 조달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세계화로 질주하는 ‘한약재’의 보고
요즘 대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미난 현상을 혹시 아시는지? 미국인과 대만인이 만나 한국드라마 ‘대장금’얘기로 대화를 풀어간다는 내용이다. ‘대장금’ 인기만큼이나 우리 먹을거리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 드라마 틈에 끼어 나가는 광고 중 홍삼제품이 으뜸이라는 전언이다.
고랭지 인삼재배의 최적지로 평가받아온 게 진안군. 해발 300m 고원지대로 인삼 조직이 단단하고 백심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다른 지역 인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높아 오래전부터 약효를 인정받아왔다.
진안군 전체 농가 5387가구 가운데 32%가 인삼을 재배할 정도. 가공하지 않은 수삼으로 연간 420억원의 소득을 올린다. 진안인삼의 전국 유통시장 점유율은 7.9%에 달한다.
진안홍삼연구소는 최근 고부가가치 인삼·홍삼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체질에 구애받지 않고 복용할 수 있는 홍삼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시설과 가공, 연관 산업 확대에 주목한 셈이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산학연 홍삼클러스터도 구축했다.
진안군은 이어 홍삼산업의 홍보에도 관심을 뒀다. 마이산 관광단지 입구에 있는 ‘홍삼스파’가 바로 그 결과물. 1만 3743㎡ 규모에 홍삼·약초를 입욕제로 활용한 스파시설(체험관), 26개 객실, 세미나실, 명상실, 수련실 등을 갖추고 고객몰이에 한창이다.
송영선 진안군수는 “홍삼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국내 최고 브랜드”라며 “특성화와 연관산업 육성으로 진안홍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거듭 다짐한다.
진안 더덕의 명성도 가히 전국적이다. 생더덕을 비롯 더덕김치 등 1차 가공품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농특산 품목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의 뒤에는 진안더덕조합 대표 이종기 씨가 있다. 그의 집념어린 연구와 활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가 진안군 제 2호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된 것은 그 반증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사삼으로 불리는 더덕의 가치를 인삼보다 더 친다.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된 진안산 농특산물 중에서 으뜸으로 잘 나가는 품목 역시 더덕이었다.
경남 산청은 요즘 2013년에 열릴 ‘세계전통의약엑스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청의 역사와 위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기회라며 더 이상 ‘두메산골 산청’을 거부하겠다는 것. 이재근 군수는 ‘세계적 한방의료 클러스터, 산청’ ‘국제적 한방 웰빙타운, 산청’이 산청의 새로운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목청을 돋운다.
‘세계전통의약엑스포’는 정부가 동의보감 400주년(1613~2013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하는 행사. 한의약을 과학화·산업화·세계화해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고 한국이 세계 전통의약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하자는 비전이 바탕에 깔려 있다.
엑스포를 성공할 경우 산청은 한방약초산업의 중심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이 군수의 전망. 세계적 한방도시는 물론 국내 최대의 명품 약초 재배지에서 한약재 산업의 중심이자 한의학 치료·병원이 집결된 세계적 휴양지로 부상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허브 대명사로 재포지셔닝된 ‘운봉’
‘향기요법’ 즉 ‘아로마 테라피’로 현대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허브. 국내생산량 70%를 차지하고 있는 남원 운봉은 허브의 보고로 주목받는 중이다.
산악지대여서 별 눈길을 끌지 못하던 운봉이 바뀐 것은 순전히 허브 때문이다. 2004년부터 29만 평 대지에 조성되기 시작한 허브밸리가 그 중심. 해발 100m에서 700m까지 다양한 고도를 가지고 있는 데다 일조량과 강수량이 많아 허브 재배에 최적지였던 연유다.
남원시는 운봉읍의 다양한 고도를 갖춘 지리적 이점에 주목했고 이후 허브재배가공유통단지, 공원, 체험장 등을 조성했다. 현재 이곳에서 생산되는 허브의 국내 생산량은 70% 이상.
남원시는 한발 더 나아가 브랜드 네이밍에 나섰다. 남원 허브를 의미하는 ‘오헤브’라는 명칭을 따로 만들었고, 허브밸리가 있는 운봉읍 용산리는 ‘춘향허브마을’이란 이름으로 마케팅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성공하면서 운봉읍은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쌀, 콩 등 전형적인 농작물이 차츰 허브로 대체됐으며 현재 60가구 중 25가구 정도가 허브농사를 짓고 있다.
이의 배경에는 동갑내기 부부 박상섭·추선옥 씨(39)가 있다. 처음에는 취미로 허브를 키웠으나 점차 허브의 매력에 빠져들어 전문적으로 키우면서 전도사가 된 셈. 추 씨는 “남편이 좋아 남원으로 왔는데, 이제는 허브가 좋아 마을에 정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르고 있는 허브 종류만도 40여 종. 모종을 따로 재배해 마을에 제공하기도 한다. 고도가 높은 탓에 겨울 맹추위를 견디도록 도와줘야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계절을 불문하고 남원 허브의 인기가 높아져 보람이 크다는 게 추 씨의 설명.
강대열 춘향허브마을 위원장(59) 역시 마인드가 180도 달라졌다. 일단 허브를 재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데 고무적이다. 그는 “옛날에는 벼농사나 짓던 조용한 마을이었는데, 허브로 바뀌면서 사람도 많이 찾고 수입도 늘어 여러모로 좋다”고 말한다.
허브가 치료 개념에서 벗어나 먹을거리로 관심을 끈 것도 오래전 일. 꽃 비빔밥의 창안자로 알려진 김현희 씨(음식전문가)는 20여년 전부터 완주군 구이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허브의 효능을 전파했다.
그 뿐 아니다. 전주의 ‘허브아일랜드’도 허브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 10여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메뉴를 늘려왔으며 삼겹살은 물론 각종 허브 비빔밥, 몰로키아 냉면 등 다양한 허브를 맛볼 수 있다.
허브 역시 전북이 센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격. 이들 식재료들을 연구 개발해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드는 것도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