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우 요리 변천사...불고기부터 갈비구이, 스테이크까지

  • 등록 2024.10.31 14: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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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한우협회, 2008년 '11월 1일 한우 먹는 날' 공식 선포
혈통관리.브랜드 한우 출시.유통단계 이력제 등 고급화
광복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부위.조리법으로 즐겨

[푸드투데이 = 황인선.노태영 기자] 11월 1일은 한우 먹는 날, 전 국민이 한우를 싸게 먹는 날이다. 전국한우협회는 한우맛이 최고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우가 ‘최고’ ‘으뜸’ ‘제일’이란 뜻을 담아 숫자 ‘1’이 세번 겹치는 11월 1일을 한우먹는 날로 지난 2008년 공식 선포했다. 이를 기념해 매년 11월 1일이면 전국적으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한우는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온 동반자로 인식돼 가축이 아니라 ‘신(神)’으로서 숭배의 대상이 됐으며 ‘식구(食口)’로서 사랑의 대상이 돼 왔다. 농경민족으로 발전한 한민족에게 소는 농경에 절대적 요소 였고, ‘먹는 것은 백성의 근본이 되고, 곡식은 소의 힘으로 나온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는 중요한 가축이었기에 때때로 도살을 금지하고 보호․육성할 정도로 귀한 가축 이었다.

 

5천 년의 한민족 역사에서 한우를 정점으로 하는 육식문화는 한민족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푸드투데이는 11월 1일 한우 먹는 날을 맞아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한우문화 이야기’ 연구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한우를 정점으로 하는 육식문화 변천사를 살펴본다.<편집자주>


국내 지난해 돼지·소·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이 1인당 60㎏을 넘어 쌀을 웃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3대 육류 소비량 추정치는 60.6㎏로 전년(59.8㎏) 대비 1.3% 증가했다. 1인당 3대 육류 소비량은 이미 지난 2022년 1인당 쌀 소비량을 추월해 지난해에도 쌀 소비량(56.4㎏)보다 많았다. 이처험 한국인의 주식이 고기로 바뀌면서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198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소고기 소비량도 연평균 6.5%씩 상승했다. 정부는 한우고기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가격이 계속 오르자 뉴질랜드에서 소고기를 수입해 가격을 안정시키려 했다. 수입 소고기는 수입 초기에는 낮은 품질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점차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앞세우며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공략했다.


2001년 소고기 시장의 전면적 개방에 맞서 한우 농가는 한우고기의 품질 향상에 주목했다. 즉,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한 한우고기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혈통 관리, 브랜드 한우 출시, 유통단계 이력제 등의 고급화 전략을 실시했다. 이러한 한우 농가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현재 한우는 맛있는 고기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광복이후...불고기, 갈비 그리고 등심의 전성시대


광복 이후 최고의 외식 메뉴는 불고기였다. 불고기는 크게 숯불 위에 석쇠를 놓고 고기를 굽는 형태의 불고기와 국물이 많은 육수 불고기의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한국전쟁 이전까지 대부분의 불고기는 한우고기의 안심이나 등심 같은 부위를 양념해서 석쇠에 굽는 방식이었다. 


한우 사육 두수가 급격히 감소한 한국전쟁 이후 육수 불고기가 등장했다. 육수 불고기는 한우의 하급 부위를 각종 채소와 함께 양념에 재우고 육수를 부어 끓여 먹는 음식으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과 잘 맞아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오래된 불고기 전문점으로는 화선옥(1939), 우래옥(1946), 옥돌집(1948)과 진고개(1963) 등이 있다. 1939년에 개업한 ‘화선옥’은 종로 청진동 일대에서 한우고기를 얇게 썰어 밥 위에 얹고 소고기 국물을 부어주는 탕반과 너비아니를 팔았다. 화선옥은 광복 후에 이름을 ‘한일관’으로 바꾸고 1960년대부터 육수 불고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충무로 일대에서 1963년에 개업한 ‘진고개’는 투구형 불고기 판으로 유명하다. 주물로 만들어진 이 집의 불고기판은 두 군데나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어서 국물을 먹기에 적합하게 개발됐다. 불고기 판조차 육수 불고기에 적합하게 개발할 정도로 1960년대는 육수 불고기의 시대라 할 수 있다.


한동안 외식문화를 선도했던 불고기는 1980년대를 전후로 주춤하게 됐다. 중산층이 한우 갈비나 한우 등심을 구워 먹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불고기는 점차 쇠퇴하게 된다. 경제 성장이 육수 불고기 등의 국물 중심 육식문화에서 고급육을 사용한 구이 중심으로 변한 것이다.


1980년대...초호화판 가든형 갈비구이 전문점 등장


야외에 있는 대형가든 형태의 갈빗집에서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으며 여가를 즐기는 풍조가 1980년대 중산층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이 시기에 갈비로 유명한 곳은 수원, 마포, 이동, 해운대 등이다. 


각 지역의 갈비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해운대 갈비는 즉석에서 양념을 해서 굽는 형식이고, 이동갈비는 갈비를 반으로 갈라서 짧게 토막을 내고 살을 저며 간장 양념에 재워두는 방식이다. 마포 갈비는 간장과 물을 4:1의 비율로 하고 각종 양념을 넣고 끓인 뒤에 야채를 다져 넣고 하루 정도 숙성시킨 후 굽는다.


수원 갈비는 1945년경에 수원 영동시장 싸전거리에서 개업한 ‘화춘옥’으로부터 시작됐다. 해장국에 갈비를 넣어 팔다가 수원 갈비를 개발하게 됐다. 한국전쟁때 부산으로 피난 간 화춘옥 사장은 그곳에서 갈비 기술을 전수해 해운대 갈비를 탄생시켰고, 전후에 수원으로 돌아와 팔달로 근처에 다시 갈빗집을 열었다. 화춘옥을 중심으로 점차 갈빗집들이 형성됐다가 1979년에 영동시장이 개발되면서 법원 사거리 쪽으로 옮겨 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80년대에는 강남 개발 붐과 함께 이 일대에 초호화판 가든형 갈비구이 전문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금으로 간을 해서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던 수원갈비는 강남에서는 간장으로 양념하는 방법으로 변화돼 대중적인 입맛으로 바꼈다. 당시에 성업 중이던 대형 갈빗집들로는 삼원가든, 늘봄, 서라벌 등이 있었다.


1990년대..부드러운 식감.본연의 맛 즐기자 '등심구이'


갈비 전성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등심구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드러운 식감과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려는 풍조가 두드러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등심은 마블링이 촘촘히 박혀 있어서 수분 증발을 억제시키므로 구웠을 때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배가 시켜준다. 


특히 한우는 소고기 특유의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올레인산(Oleic Acid)의 함유량이 높아서 구이로 했을 때 풍부한 육즙을 제공해 주는 장점이 있다. 


2000년대...코로나로 홈파티 문화 활성화 구이 선호도 뚜렷 


갈비보다 육즙과 식감이 풍부한 한우 등심을 구워서 소금이나 소스를 찍어 먹는 육식문화는 2000년대에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등심과 갈비는 고급화 경향을 보였다. 2005년 외식품목 중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음식은 쇠갈비였다. 또 이 시기 언양.봉계식 불고기와 광양 불고기가 재조명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언양과 봉계는 2006년 전국 유일 한우불고기특구로 지정돼 국내 최초의 먹거리 특구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홈파티 문화가 자리잡으며 국과 불고기보다는 스테이크 등 구이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해졌다. 구이에 대한 소비 증가는 요리 예능과 먹방 유튜버의 역할도 한 몫했다. 수비드 기법을 활용한 스테이크 요리부터 에어프라이어로 리버스시어링을 하는 법까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었던 요리법을 집에서도 즐기게 됐다. 부위와 조리법에 따라 달라지는 향과 육질까지 취향이 세분화되고 있다. 

푸드투데이 황인선.노태영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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