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12만명의 계열 임직원과 29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재계서열 9위의 대기업집단인 농협의 수장인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제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농협중앙회장은 230만 농민의 경제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리로 소위 농민대통령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중요한 인물을 뽑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제대로 된 정책토론도 이뤄지지 않는 깜깜이 선거로, 더욱이 지역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농업·농촌 소멸 위기, 농업소득 정체로 인한 도농격차 심화, WTO 개도국 지위 포기로 인한 농산물 시장 개방 등 우리 농업·농촌의 당면한 문제가 산재해 있기에 이번에는 여느 때보다 고질적인 지역구도에서 벗어나 당면한 우리 농업·농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철학과 정책을 가진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정책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예비후보자가 13명에 달할 정도로 유례없는 후보 난립 현상을 보였고 지난 16일과 17일 양일간에 걸쳐 이뤄진 후보자 등록에서도 총 10명의 후보가 최종 등록하면서 혼전의 양상이 지속되었으나, 선거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들 중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조합장(5선),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조합장(4선),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6선) 등 세 명의 후보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3명의 유력 후보들은 각자 농업·농촌의 성장과 농협의 발전을 위한 공약을 하나 둘 씩 내놓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하나같이 농협의 유통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김병국 후보는 도단위 판매연합체를 구축해 지역농산물 판매를 규모화·전문화해 조합 간 경합을 줄이고 전국단위 생산․유통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지역농산물의 수집․분산을 원활히 해서 마케팅전문화, 물류효율화, 교섭력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마케팅 역량이 부족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경제계열사의 가공생산과 유통을 분리해 유통문제와 경영을 개선하고 로컬푸드와 학교급식을 연계해 지역 농산물 생산과 유통의 선순환 구조 정착으로 우수 농산물의 판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물류효율화를 명분으로 안성물류센터가 운영하고 있으나 과도한 적자, 가동률 저조, APC와의 경합, 역물류 등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안성물류센터에 대해 폐쇄, 매각, 용도전환 등 다양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농축협의 산지유통시설을 거점별로 규모화하고 조합의 거점 APC를 유통센터화해 지역단위 농산물 공급체계를 효율화하겠다고 했다.
강호동 후보는 현재 250개인 로컬푸드 전문매장을 1000개로 확대하고 대도시농협 마트에 산지농협의 로컬푸드 매장을 설치해 로컬푸드 활성화를 이뤄 농축산물의 유통비중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지역 농산물 판매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고 유통센터가 농산물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등 하나로마트의 운영방식을 개선해 농산물 판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국산 농산물 소재화를 통한 대량의 수요처를 개발을 위한 식품기업과 지역 농협의 사업연계로 가공식품을 육성하고, 현재 1.5억원인 유통손실보전자금 역시 10억원으로 지원한도를 증액하기로 했다.
유남영 후보는 강호동 후보와 마찬가지로 도시지역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설치하여 로컬푸드를 활성화하고, 유통 물류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농협몰을 확대 개편하는 등의 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1인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대도시의 대형 유통매장에서 새벽배송제도를 실시하는 등 농산물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2025년까지 중앙회(경제지주)에서 농축협 취급물량의 70%이상을 책임판매 함으로써 농산물을 제 값 받고 많이 팔 수 있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후보자 등록 이 후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함에 따라 예년과는 다르게 정책선거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선택의 기준이 지역이 아닌 정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