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2019년 농협중앙회 차입금 잔액은 13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차입금 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은 농협중앙회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정상화와 회원조합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100% 지분을 보유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사업이 잘 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융지주가 빅배스를 단행하면서도 흑자를 기록한 반면, 경제사업은 신경분리 이후에 여전히 사업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는 사업이 경제지주 계열인 것으로 미뤄보아 그 심각성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볼 수도 있다.
2019년 농협경제지주는 당기순이익 목표를 440억원으로 잡았으나 결과는 650억원 가량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업량이 전년대비 비슷한 수준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내실 경영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농협경제지주는 2020년 사업량 목표를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14조2176억 원과 당기순이익 200억 원을 목표하고 있어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만성적자구조를 가진 경제사업분야에서 오는 31일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 후보들은 각기 혁신적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각 후보들은 적자문제 개선과 경제사업의 필요성에 공통의견을 보였으나 해결방법에서는 차이를 나타냈다.
◇ 김병국 후보, 사업구조 혁신과 체질개선에 방점 실천 방안 제시
김병국 후보는 ▶경제지주 지방 이전, ▶도단위 판매연합회 구축, ▶조합지원사업 중앙회 이관, ▶축산경제 전문성 및 자율성 강화, ▶가공식품 생산 · 판매채널 이원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병국 후보는 ‘경제지주 지방이전’을 통해 농축협과 경제지주의 사업밀착도를 높이고 현장 중심의 사업추진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도단위 판매연합체’를 구축해 지역농산물 판매규모화, 물류 효율화, 마케팅 전문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법개정을 통해 ‘경제지주의 조합지원사업 중앙회 이전 ’을 현실화하고, 조합지원사업은 지원에 충실하게, 시장경쟁사업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체질개선과 관련해 축산경제의 전문성 및 자율성 보장을 통한 사업체계 구축과 가공식품의 ‘생산 · 판매채널’ 이원화를 내세웠다. 특히, 채널 이원화는 농협식품을 가공식품 통합판매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마케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 강호동 후보, 경영정상화 중심 경제사업 혁신 추진
강호동 후보는 경영 정상화에 방점을 두고 경제사업 혁신을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공약으로는 ▶농촌농협 컨설팅을 통한 맞춤형 지원, ▶경제지주 지원부서 중앙회 이관, ▶부실, 적자기업 정리, ▶관행적 사업방식을 농축협 중심으로 혁신, ▶경제지주 직원 사업마인드 및 경영이념 무장 등을 공약으로 약속했다.
강호동 후보는 농촌농협 컨설팅 기능을 강화해 강소농협 육성을 지원하고, 부실 적자 기업을 정리해 경제지주 자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경제지주 조합지원부서 중앙회 환원’은 농축협과의 사업경합이나 이해충돌을 해소할 목적으로 보인다.
◇ 유남영 후보, 사업경합 해소 초점 구체적 공약 방안 파악 불가
유남영 후보는 ▶본래의 협동조합 사업방식에 충실, ▶옥상옥 조직구조의 합리적 개편, ▶농축협 경제사업의 사업경합 해소, ▶농축협 책임판매 75% 이상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남영 후보는 기본에 충실한 협동조합, 옥상옥 조직구조 개편, 농산물 취급물량 75% 책임판매 등을 언급했는데, 구체적인 세부 방안은 공개되지 않아 파악이 불가했다. 또한 농축협과 경제지주의 사업경합 문제 해소,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 등을 통해 농축협 경제사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도 지적됐던 것은 선거를 위한, 표심을 얻기 위한 선언적 공약이 많다는 것이었다"며 "전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경우에도 경제사업 정상화를 위해 경제지주철폐 등 혁신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농림부와 관계부처의 반대의견에 취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공약을 철회하고 경제사업의 적자문제가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동일한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공약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제시돼 진정하게 체질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 정책선거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