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노태영 기자] “학교에서 시작된 급식이 이제는 국가 인프라가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공공급식통합플랫폼 ‘eaT’가 올해 거래실적 4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며 국내 급식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급식이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먹거리 복지’와 ‘지역 순환경제’,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까지 아우르는 K-급식 혁신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홍문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과 함께 ‘공공급식통합플랫폼(eaT) 4조 시대, 급식 발전방안’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aT가 운영하는 공공급식통합플랫폼 ‘eaT’의 거래실적이 4조 원에 육박한 가운데 급식산업의 공공성·지속가능성·환경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여야 의원과 산·학·관·연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eaT 4조 원 돌파…공공급식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지난 2010년부터 운영된 eaT는 공공분야 수요기관과 지역 급식지원센터가 친환경·지역산 식재료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표준화한 시스템이다.
현재 국내 공공급식 시장 규모는 약 9조 8천억 원, 그중 eaT가 40% 이상을 점유하며 38,649억 원(2023년 기준)의 거래실적을 기록했다.
홍문표 사장은 취임 이후 ‘농수산식품산업 7대 혁신 방향’을 추진하면서 공공급식의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aT는 수요기관 맞춤형 시스템 개선, 철저한 공급업체 관리, 로컬푸드 유통 활성화를 통해 eaT를 명실상부한 국가 대표 급식 식재료 전자조달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플랫폼 활성화는 단순한 거래량 확대를 넘어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와 탄소 감축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aT 분석에 따르면 eaT를 통한 친환경·지역농산물 조달 확대는 연간 약 25,167톤CO₂eq 감축, 이는 소나무 20만 그루 식재 효과에 해당한다.
급식은 복지이자 산업…“먹거리 복지 실현의 사회 인프라”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황윤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급식은 국민의 영양과 건강을 넘어 농업·식품산업·지역경제와 긴밀히 연계된 사회적 기반 산업”이라며, “복지와 산업, 지역과 환경을 연결하는 먹거리 인프라로서의 급식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특히 “급식은 생산-가공-유통-소비 전 단계를 잇는 복합 시스템으로, 기관의 특성과 목적에 맞춘 맞춤형 공공급식정책이 필요하다”며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어린이·청소년 대상 급식은 줄고, 노인복지시설 급식 수요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위기 대응형 급식 모델,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주목
김훈규 경기도농수산진흥원 본부장은 ‘기후위기 대응형 경기도 우수사례’를 주제로 발표하며, 경기도가 2009년부터 추진 중인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이 사업은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의 가격 차액을 지원함으로써 농가소득을 보장하고, 학생들에게는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하는 구조다.
2024년 기준 경기도의 친환경급식 예산은 540억 원, G마크 축산물 차액지원에 226억 원이 투입됐다.
공급 규모는 21,586톤, 매출액은 1,790억 원에 달하며, 도내 22개 시군 34개 출하회와 1,200여 개 친환경 인증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경기도 모델은 공공주도형 공급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급식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강화한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WFP “학교급식은 여성·소농 참여 이끄는 사회안전망”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이현지 한국사무소장은 세계 학교급식의 현황과 ‘지역연계형 급식모델(Home-Grown School Feeding, HGSF)’을 소개했다.
전 세계 174개국에서 4억6,600만 명의 아동이 학교급식 혜택을 받고 있으며, WFP는 학교급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여성·소농의 경제참여를 촉진하는 포용적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냉, 라오스 등지에서는 지역 농산물 조달 비중이 80%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여학생 재등록률 9% 상승, 학업중퇴율 15% 감소 등 사회적 효과도 입증됐다.
한국은 2019년 KOICA와 협력해 ‘한국형 지역연계 학교급식(Home-Grown School Feeding, HGSF)’ 모델을 공동 개발했으며, 현재 라오스·기니·소말리아 등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해 4월 학교급식연맹(School Meals Coalition)에 공식 가입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제2차 고위급 회담을 주최하며 한국형 공공급식 모델의 국제적 확산을 주도했다.
행사 전 열린 ‘기후위기 대응 식단 전시회’에서는 ‘랍스타 영양사’로 알려진 김민지 영양사가 eaT 시스템의 저탄소 식단 2세트를 선보였다. ‘매콤 콩고기 견과류 강정’과 ‘단호박 달걀치즈 오븐구이’는 영양과 맛, 탄소절감 효과를 결합한 대표 사례로,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홍문표 사장은 “급식은 영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전 국민의 건강과 식문화를 책임지는 국가적 기반 산업”이라며 “eaT를 통해 투명한 식재료 거래를 확대하고, 친환경·저탄소 식단 확산으로 ‘K-급식’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