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노태영기자] 컵밥의 전성기는 저물고, 냉동 듀얼팩 국밥·제육 덮밥이 빈칸을 메운다. 2026년 식품외식산업의 새 방향은 ‘혼밥’과 ‘웰니스’가 결합된 ‘혼웰식(혼자 먹는 웰빙식)’. 식품업계의 다음 한 수는 한 손·한 그릇·한 접시로 대표되는 ‘원보울·원디시 포맷’에 있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식품외식산업 전망’ 행사에서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교수는 '푸드 트렌드 2026'을 발표했다.
그는 “혼자 먹는 식문화가 이제는 웰니스와 결합해 ‘혼웰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한 손, 한 그릇, 한 접시로 식사가 완결되는 원보울·원디시 식문화가 산업의 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팀은 오픈서베이, 엠브레인,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 aT FIS(농식품수출정보시스템), 민텔, 카카오헬스케어 등 다수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국내 식생활의 변화 흐름을 수치로 제시했다.
외식 트렌드, 섭취 빈도, 예측모델(ETS)을 결합해 향후 2~3년간 성장할 간편식 카테고리 8개도 제시했다.
샐러드, 샌드위치, 치킨(닭가슴살 포함), 국밥, 육류찜, 일식면, 덮밥, 비빔밥 등이 핵심 품목이며, 이 중 6개는 ‘혼자 먹기에 적합한 포맷’으로 분류됐다.
덮밥·비빔밥·샐러드 ‘한 그릇 포맷’ 급성장
최근 1년(2024~2025 상반기) 섭취 빈도 분석 결과, 덮밥·비빔밥·샐러드·햄버거·파스타 등 한 접시로 완결되는 메뉴가 빠르게 성장했다.
샐러드가 22.2%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어 비빔밥(+13.7%), 파스타(+12.9%), 햄버거(+9.8%), 덮밥(+8.2%), 샌드위치(+7.0%) 순으로 상승했다.
반면 생선구이·양념육·떡볶이 등 반찬형·공유형 메뉴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덮밥'은 혼자 먹기 편한 포맷이라는 점에서 성장의 중심에 있다. 문 교수는 “덮밥은 밥 위에 단백질·소스가 한 번에 얹혀 있어 준비와 설거지 부담이 없고, 한 손 식사로도 가능한 효율적인 식사 구조”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덮밥의 전반적인 섭취 빈도는 대부분 증가세를 보였다.
과거 2년(2022~2024) 대비 최근 1년(2024~2025) 동안 덮밥류 섭취 빈도는 전반적으로 확대됐으며, 특히 계육덮밥이 28.0%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마파두부덮밥(21.8%), 기타덮밥(18.1%), 수산물덮밥(14.1%), 우육덮밥(11.4%), 짜장밥(8.9%), 오므라이스·계란밥(8.9%), 제육·돈육덮밥(8.2%) 순으로 증가했다.
문 교수는 “혼밥 증가율이 높은 밥류 가운데 덮밥이 14.9%, 비빔밥이 20.1% 성장했다”며 “이는 단순한 섭취 빈도의 변화가 아니라 식사 방식 자체가 ‘개인화’되는 구조적 전환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데이터는 외식업계뿐 아니라 간편식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며 “혼자 먹기 편하고 한 그릇으로 완결되는 포맷에 맞춰 제품을 기획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이는 줄고, 볶음은 늘었다”…‘양념형 단백질’ 전성시대
문 교수팀의 데이터에 따르면 ‘구이류’ 섭취는 조사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삼겹살·목살 같은 돈육구이, 스테이크류 우육구이는 모두 줄었지만, 양념 돼지고기 ‘제육볶음’은 오히려 9.3% 성장했다. 이는 “함께 먹는 구이문화가 약화되고, 혼자 먹기 쉬운 양념 볶음이 밥 위로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닭류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닭갈비와 닭구이 간편식은 꾸준히 증가하며, 오프라인 델리코너(즉석조리 코너)와 온라인 간편식 모두에서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
국탕류는 감소, ‘국밥’만 역성장
국·탕·찌개류는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국밥만은 예외다.
문 교수는 “국밥은 밥과 국이 이미 한 세트로 구성돼 있어 숟가락 하나로 해결되는 ‘원보울 포맷’의 대표 메뉴”라고 말했다.
간편식 형태로는 순대·내장국밥(+76%), 소고기국밥(+49%), 콩나물국밥(+42%), 짬뽕밥(+128%) 등이 성장했다.
그는 “기존 컵밥 형태는 수명이 다했고, 밥·국물이 분리 포장된 냉동 듀얼팩 국밥이 차세대 포맷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냉동 샐러드’·‘샐러드 랩’도 부상
신선식품 유통기한 문제로 한때 편의점 진열에서 사라졌던 샐러드는 ‘냉동 웜샐러드’와 ‘샐러드 랩’ 형태로 돌아왔다.
브로콜리·단호박 등 냉동 가능한 채소를 기반으로 한 전자레인지 조리형 샐러드가 주목받고 있으며, 카페·샐러드 전문점 중심으로 또띠아에 감싸 먹는 랩 형태가 급성장 중이다.
토핑 트렌드는 연어·단호박·견과류가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그릇 트렌드가 던진 과제…제품·유통·소비자 전략 전면 재편
이번 ‘푸드 트렌드 2026’ 발표는 단순히 식문화 변화를 짚은 데 그치지 않았다. 데이터는 ‘한 그릇 식사’가 소비 트렌드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변화의 축임을 보여줬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는 덮밥·비빔밥·국밥 등 밥과 메인·양념이 일체화된 포맷이 핵심 트렌드로 부상하고 할 전망이다. R&D에서는 밥·국물을 분리 포장한 냉동 듀얼팩 기술이 간편식 경쟁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채널은 온라인과 동네 슈퍼 델리코너를 아우르는 냉장·즉석형 투트랙 모델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층 전략은 세분화된다. 20대 남성은 원물형 닭가슴살, 20대 여성은 큐브·볼형 가공 제품, 3040 직장인은 샐러드랩·국밥형 식사에 높은 선호를 보인다.
마케팅 전략은 단순한 ‘혼밥’이 아니라 웰니스·심리적 안정·개인 맞춤형 건강 가치를 결합한 ‘혼웰식’ 콘텐츠 전략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문정훈 교수는 “지금 식품시장은 수많은 트렌드와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결국 ‘혼밥의 극단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혼밥 소비자를 위해 포션을 줄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가족과 함께 먹는 행위 자체가 번거롭게 느껴질 정도로 개인화가 심화됐다”며 “집에서 고기를 굽는 일조차 귀찮아할 만큼 식사 방식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은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웰니스(Wellness)’ 개념과 결합된 새로운 식문화, 즉 ‘혼웰식(혼자 먹는 웰빙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시장은 혼자 먹더라도 건강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