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건강기능식품의 원산지 표시 제도 손질에 나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면역력 강화, 장 건강,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찾으면서 종류와 소비 패턴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1750억 원에서 2024년 6조440억 원으로 116% 증가했다. 가장 많이 구매한 기능성 원료는 프로바이오틱스로 약약 29,535천 건으로 집게됐다. 종합비타민이 약 15,014천 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다소비 건강기능식품인 프로바이오틱스와 비타민 제품이 원산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농수산물 원산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농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등의 주요 원재료의 경우에는 원산지를 반드시 표시하도록 돼 있지만 비타민은 식품첨가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원산지 표시제는 1991년 FTA 체결 확대에 따른 외국산 값싼 농산물이 국산 농산물로 부정 유통을 막기 위해 도입된 뒤 2008년 음식점으로 확대됐고, 1993년 가공식품 일부 품목도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 됐다. 2010년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전면 시행됐다. 원산지 표시는 국산 원료는 '국산', '국내산', 수입 원료는 원산지 국가명을 표시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도 일부 제품은 원산지를 표기해야 한다. 인삼(백삼, 태극삼), 홍삼, 엽록소함유식물, 녹차추출물, 밀크씨슬 추출물 등 51개 기능성 원료를 주원료로 하는 제품은 생산 지역을 포장 등에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타민류 등 건강기능식품은 화학적 합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가 의미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 위해 정보를 충분히 주고 선택할 수 있도록 원산지를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비타민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원산지 표시는 지난 2014년에도 논의가 된 바 있다. 당시 이마트가 고려은단과 협력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 만든 저가 비타민C 제품을 유통했다가 원료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논란이 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비타민 C 제품의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업계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바이오틱스나 비타민류가 원산지 표기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도 아니고 천연이 아닌 합성일 수도 있고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원산지 표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업계에)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어 현재는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에 프로바이오틱스나 비타민류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소비 패턴, 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건강기능식품 원산지 표시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이후 산업계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환경적 변화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많이 변화되서 내년에 전반적인 연구용역을 추진하려 한다"며 "(원산지 표시 품목 중에)빼야 되는 품목도 있을 것이고 추가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 때문에 이런 부분을 연구용역을 통해서 점차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라며 "법을 개정하게 되면 업체나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