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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법안] 수경재배 유기식품 인증 논란 '재점화'

임종득 의원 이어 조경태 의원 '스마트농업 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일정한 기준으로 수경재배된 농산물도 친환경농업.유기농산물로 인정"
농업계 반발 "수경 재배, 환경보존.토양생태계 순환에 기여하지 않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스마트농업으로 수경재배한 농산물을 친환경농업이나 유기농산물로 인정하는 법안이 다시 한번 추진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농업계 반발로 좌절됐던 관련 법이 이번 22대 국회에서 통과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지난 31일 일정한 기준으로 수경재배된 농산물에 대해 친환경농업이나 유기농산물로 인정하는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번 개정안은 수경재배 방식을 포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방식으로 환경을 건강하게 보전하는 농업의 형태를 친환경농업이나 유기농산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현행법은 친환경농어업과 유기에 대해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에서의 생물적 순환 활동을 촉진하거나 토양의 비옥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토양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팜 육성과 장려를 통해 수직농장 스마트팜을 통해 수경재배 되는 농산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농산물은 무농약으로 재배될 뿐만 아니라 환경에 끼치는 오염도 적어 친환경과 유기의 조건에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의 토양에서의 생산 전제로 인해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없는 제약이 있다.

 

또한 미국에서도 일정한 기준으로 수경재배된 농산물에 대해 유기농 인증을 실시하고 있어 이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수경재배 방식으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친환경, 유기농 인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2017년 수경재배 작물에도 유기농.친환경 인증을 허용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을 통해 친환경적인 스마트농업을 육성하고, 소비자들의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확대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이 통과.시행되면 수경 재배 농산물도 유기농산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개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경태 의원에 앞서 임종득 의원이 지난해 8월, 전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2023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윤재갑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이번에 국민의힘에서 같은 내용으로 재발의 한 것이다.

 

임 의원은 제안이유로 “유기식품 등에 대한 인증제도는 ‘토지’에서 생산한 농산물 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스마트농업으로 토양을 이용하지 않고 수경 재배한 농산물에 대해서도 유기식품 등에 대한 인증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농업으로 수경 재배한 유기식품 등에 대해서도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업인의 소득증대와 농업‧농촌의 성장‧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아 충돌이 예상된다. 21대 국회에서도 농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폐기됐다. ‘친환경농어업법’에서 규정하는 유기농업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데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유기 농업의 철학과 가치에도 벗어난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수경 재배는 환경보존 및 토양생태계 순환에 기여하지 않으므로 유기 농업이 아니라는 것이 농업계의 주장이다.

 

친환경농업계는 "수경 재배는 토양을 이용하지 않고 고형배지나 수경에서 배양액으로 생산하는 공장형 식물 생산 방식의 일종"이라며 "현재도 수경재배는 무농약 농산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특례조항까지 만들어가며 유기농의 가치와 정의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수경재배는 토양 대신 작물 생육에 필요한 양분을 적정 농도로 녹인 양액과 배지를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양수분 관리 기술이다. 토양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토양재배라도고 하고, 물에 녹인 무기질 비료를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양액재배라고도 한다. 수경재배가 도입된 초창기에는 양액재배, 무토양재배, 용액재배 등 여러 가지 명칭이 혼용됐으나 현재는 수경재배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980년대 초 혼탄배지를 이용한 수경재배가 국내 도입됐으나 배지 가격 등과 관련해 경제성이 없어 실패했고,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세계자유무역 강화 움직이 감지되자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농가가 생겨나며 토마토, 파프리카, 장미 등 수출작물을 중심으로 수경재배가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그 면적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국내 수경재배 면적은 1996년 275ha로 1992년 대비 21배 증가했고 2005년에는 677ha로 증가했다. 2010년 이후 작업 자세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딸가의 고설벤치 보급과 맞물려 수경재배 면적은 3779ha로 급격히 증가했다. 2021년 기준 채소와 화훼를 합한 수경재배 면적은 5634ha로 2000년(474ha) 대비 12배가량 늘었다. 딸기와 토마토 등 시설과채류가 전체 수경재배 면적의 80%를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