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회가 유전자변형식품(GMO) DNA와 단백질 잔류 여부와 관계 없이 모두 GMO 식품임을 표시하는 'GMO 완전표시제'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식품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행법은 GMO식품의 표시대상을 제조.가공 후에 GMO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 있는 GMO식품에 한정하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가 현실화될 경우 GMO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원재료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추적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식품업계는 과학적 검증에 대한 우려 등으로 지난 10년간 미뤄왔지만 이번에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지난달 16일 대표 발의한 GMO DNA와 단백질 잔존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GMO식품임을 표시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포함한 105건의 법률안과 1건의 청원을 일괄 상정했다.
앞서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전날 유전자변형 DNA와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간장, 전분당, 대두유 등 주요 품목에 대해 GMO 완전표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GMO 농축수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지 아니한 식품에 대해 Non-GMO(비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를 도입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 의원의 GMO 완전표시제 법안 복지위 상정에 이어 남 의원의 법안도 곧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2대 국회에서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학적 검증 결과 및 경제적 부담에 따라 남 의원이 대표 발의한 품목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남 의원이 발의한 법개정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는 비의도적 혼입이 발생한 농축수산물을 원재료로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GMO DNA와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GMO 식품에 대해서도 GMO 표시를 하도록 하고, GMO 농축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비의도적 혼입치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에 Non-GMO 표시를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모든 식품에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할 경우 GMO DNA와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아 관리상의 어려움이 불가피하고 원료 수급 및 원료가격 상승 등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간장과 주류(맥주), 전분당(물엿, 과당 등), 대두유 등 주요 품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남 의원은 "GMO 완전표시제를 품목별·단계적으로 도입시 표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품목부터 우선 시행하되 주요 품목에 대해 가능한 한 조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간장.주류 가장 먼저 도입, 대두유 제조업체 가장 큰 반발 예상
대두유, 제조용 대두 전량 GMO 원료로 사용...CJ.대상.사조 해표 긴장
"제품 표시사항.포장재 등 다 바꿔야...시행까지는 상당한 시일 소요"
간장과 주류(맥주), 전분당(물엿, 과당 등), 대두유 등 주요 품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도입될 경우 간장과 주류가 가장 먼저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대두유 제조업체의 반발이 가장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주요 품목 중 간장과 주류(맥주) 등은 이미 Non-GMO 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전분당(물엿, 과당 등)은 제조용 옥수수 수입량의 70%를 Non-GMO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대두유는 제조용 대두의 전량을 GMO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CJ제일제당, 대상, 사조 해표, 오뚜기 등 식용류지류 제조업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가정용식용유 소매점 총매출은 1887억원으로, CJ제일제당이 695억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사조 해표(404억원), 대상(196억원), 오뚜기(131억원), 동원F&B(130억원) 순이다.
샘표 등 간장 제조업체들도 속 편히 바라볼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Non-GMO 원료 사용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해야 한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가정용식용유 소매점 총매출은 894억원이다. 이 중 샘표가 524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58%를 차지하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가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GMO 완전표시제)바로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려하던 것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식약처에서도 전체 보다는 단계적으로 도입하는게 낫겠다고 하는 것 같아서 GMO 완전표시제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완전표시제가 도입이 된다 해도 바로 반영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제품 표시사항, 포장재 등을 다 바꿔야 하기 때문에 어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식품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식품산업협회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준비를 계속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며 "관련 부서에서 관련 업계랑 어떻게 대응할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