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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올해 말부터 훈연 향미료 식품 사용 금지한다

"유전독석 잠재적 우려...암 등 심각한 건강 문제 발생할 수 있어"
가공육류.치즈.수프.소스.스낵 등 가공식품 전반 사용 업계 반발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올해 말부터 모든 종류의 훈연 향미료가 유럽연합(EU) 식품시장에 금지될 예정이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fi)에 따르면 유럽식품안전청은 지난달 지난 10년간 훈연 향료 첨가물로 쓰이던 8가지 향미료에 대한 승인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특정 훈제향료가 포함된 식품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암을 비롯한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총 5년간의 단계적 폐지 기간이 지나면 해당 향료는 EU 연합 내에서 사용 제한 및 금지 된다.


해당 결정 이전에 EU 내에서 사용 승인을 받은 연기 향료는 총 10가지로, 2023년 승인 갱신을 신청하지 않은 2종 향료를 포함해 이번 갱신 시점에 승인받지 못한 8가지 훈제 향미료와 함께 올해 말부터 모든 종류의 훈연 향미료가 EU 식품시장에 출시가 금지될 예정이다. 


가공육류 및 치즈, 수프, 소스, 스낵 등 가공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식품 첨가물에 관한 이번 규제는 식품 업계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U는 이번 조치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제품 라벨링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이 섭취하는 식품의 성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건강에 유해한 성분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규정에 관련되는 회원국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수프와 소스 등에 첨가되는 향료는 2년, 햄 혹은 치즈, 생선 등에 가미되는 향료는 5년에 걸쳐 폐지가 진행될 예정이다. 


금지된 훈제 향미료는 ▲proFagus Smoke R714(너도밤나무와 참나무), ▲Zesti Smoke Code 10(히코리나무와 오크나무), ▲Smoke Concentrate 809045(너도밤나무 연기 농축액), ▲Scansmoke SEF7525(레드 오크, 화이트 오크, 단풍나무, 너도밤나무 및 히코리 나무의 혼합재에서 발생한 타르에서 생산), ▲SmoKEz C‐10(단풍나무, 참나무, 히코리나무, 물푸레 나무,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벚나무 혼합재에서 추출), ▲SmokEz Enviro‐23(참나무, 단풍나무, 히코리,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혼잡재에서 추출), ▲Tradismoke™ A MAX(너도밤나무), ▲proFagus Smoke R709(너도밤나무와 참나무를 주 원료로 열분해하여 생산), ▲Fumokomp Conc(너도밤나무와 소사나무를 열분해하여 생산), ▲AM 01(너도밤나무) 등 총 10종이다.


훈연 향료란 생선, 육류, 유제품 및 소스 같은 특정 식품을 보존하는 데 사용되며, 훈제 과정 중 독특한 향과 맛을 가미할 수 있다. 2017년 유럽 소비자 식품 연구 기관인 민텔(Mintel)의 책임자인 마르시아 모겔론스키(Marcia Mogelonsky)도 훈연 향미와 번트(불에 탄) 맛이 가장 인기 있는 풍미 추세임을 강조했다.


민텔의 데이터에 따르면 25~34세 독일 소비자 중 33%는 짠 과자를 구매할 때 고추냉이, 훈연, 칠리와 같은 자극적인 풍미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제향료는 특정한 목재의 열분해로 생산되며, 모든 연기 향료는 EU 시장에 출시되기 이전에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훈제향료 사용은 2008년부터 유럽식품안전청에 의해 평가되기 시작했다. 유럽 연합 규정에 승인된 총 10개의 훈연 향미료는 10년간 안전한 성분으로 간주해 2023년 7월, 갱신을 신청하지 않은 2가지 향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갱신 승인 접수 됐다. 


하지만 작년 7월 갱신 시점에 시행된 성분 안전평가에서 8개의 향료 중 6개의 향료에서 유전독성(DNA 손상)의 잠재적인 우려가 언급됐다. 이후 유럽 식품 안전청은 갱신 대기 중인 8개의 향료를 모두 승인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훈제 향미 제조업체들은 훈연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암과 연관이 없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결정은 유럽국의 식품 부분에 약 300억 유로(약 44조 6877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아일랜드 기반의 글로벌 다국적 식품 기업인 케리(Kerry)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7개의 신제품 중 1개는 바비큐 맛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맛 선호도에서 스모크는 첫 번째, 바비큐는 세 번째로 인기 있는 스낵 맛이라고 밝혔다. 유럽 소시지 브랜드인 우녹스(Unox)는 금지 처분된 훈연 향료를 사용해 연간 1600만 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규제에 영향을 받는 다양한 식품 기업의 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케리 그룹은 영국당국에 이번 EU 규제 조치에 대해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향신료의 단계적 사용 중단으로 인해 식품업계는 천연 향료 개발에 나섰다. 


영국에 본사를 둔 유니레버 plc (Unilever Global)는 “식품안전은 우리에게 최우선 과제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라며 훈제향미 대체 향료에 대한 개발과 대안 모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케리그룹도 훈제 향미 원료의 대안으로 사용할 양파, 마늘 분말 등의 차선책을 통한 공정을 알아보고 있다.


이번 규제에 타격이 예상되는 유럽 색소 및 향료 전문 기업인 Sensient Flavors & Extracts Europe는 올해 3월 이미 훈제향료를 모방한 천연향료(smokeless Smoke)를 개발했다. 해당 향미료는 전통적인 훈제 공법 대신 천연, 비건, 논-GMO 및 할랄 라벨 등의 사항을 충족하며 다양한 훈제 향미를 충족시키는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다. 


Kafi 관계자 "유럽으로 조미료, 알코올음료, 스낵류 등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금지된 훈연 향료 사용에 특히 주의해야 하며, 식품에 사용된 향료가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한 성분임을 서류상 확보해야 한다"며 "시행 규정을 잘 확인하여 발효유 제품, 치즈, 음료, 스낵류 등에 사용되는 훈제향료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