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현장] 기획 현대家 정문선, 연출 제주도 'JFWF'..비싸고 불편했던 2시간

2023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11일 개막...제주산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 선봬
제주 대표 12곳 레스토랑 셰프들이 한자리에 '테이스트 오브 제주'..."실망스럽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제주를 대표하는 12곳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주의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테이스트 오브 제주'가 13일 제주한라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제주를 대표하는 미식 축제이지만 현장을 방문한 참관객 사이에서는 불평이 줄을 이었다. 일반 관람객들은 10만원이 넘는 값을 치렀지만 자리 부족으로 불편을 호소했다. 20여개 코너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남은 음식물과 일회용 식기 쓰레기는 죄책감마저 불러 일으켰다.


# 이 돈을 내고 쓰레기통 옆에서 음식을 "어디서 어떻게 먹으란 거야"


테이스트 오브 제주를 찾은 참관객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앉을 자리가 없다', '음식이 그저 그렇다'는 것이였다. 행사장 규모에 비해 많은 참관객이 찾다 보니 공간은 좁고, 테이블이 부족해 앉을 자리가 없어 음식을 들고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행사장을 찾은 주부 A 씨는 "남편과 아이까지해서 32만 4000원을 내고 왔는데, 앉을 자리가 없어 사람들 틈바구니에 서서 음식을 먹는다는게 말이 되냐"며 "아이에게 제주의 식재료와 맛을 느끼게 해주려고 왔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테이스트 오브 제주는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홈페이지에게 티켓을 구매해 참가할 수 있다. 티켓 구매 가격은 성인 기준 식사&음료(주류 불포함) 10만 8000원, 패키지(주류 무제한) 13만 5000원에 판매된다. 5성급 호텔 뷔페 디너 가격이 15~20만원 선인걸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은 가격. 볼멘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것인지 주최측은 무척 당황스러워 보였다. 서서 음식을 먹는 참관객들에게 '자리가 부족해 죄송하다'는 말을 건내며 이곳 저곳 자리를 마련하느냐 분주했다. 행사장 밖에까지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테이블로 급기야 쓰레기통 옆에서 음식을 먹는 참관객까지 보였다. 


양식, 한식, 일식, 아시아퓨전요리,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는데 잘라서 먹어야 하거나, 비벼서 먹어야 하는 일부 음식은 도저히 서서 먹을 수 없어 맛을 보지도 못하는 버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 제주음식 문화를 알린다?...전달되지 않는 정문선 부사장의 기획 의도 


행사 기획 의도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제주의 음식 문화를 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다른 음식 축제와의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은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의 작품이다. 정 부사장은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하와이푸드앤와인페스티벌' 창립자이자 미국 하와이 대표적인 스타 셰프 로이 야마구치와의 인연이 이 행사의 시작이 됐다.


정 부사장은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독특한 문화,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있는 제주가 개최지로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음식 축제가 아닌 제주의 음식 문화를 발전시키고, 제주 현지 셰프들을 알리며, 지역 요리 인재들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정 부사장의 포부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행사는 여느 음식 축제와 다르지 않았다. 셰프들이 선보인 요리는 특별한 설명이 없어 제주의 음식 문화를 전달하기에는 부족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도 제주 음식 문화를 느낄 만한 공간은 없었다. 직장인 B 씨는 "제주의 맛을 보여주겠다는데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행사는 여느 식품박람회와 차이점을 모르겠다"라며 "1인당 10만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돈값을 못 한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동문야시장이 더 제주스럽고, 음식도 더 다양하다"고 푸념했다.


음식에 대한 불평도 이어졌다. 관광객 C 씨는 "유명 셰프가 만든 제주스러운 요리를 맛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먹은거 보다 버리는게 더 많았다.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테이스트 오브 제주는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주요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다.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과 제주관광공사, 제주한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은 국내외 정상급 셰프와 제주도 대표맛집이 참가하는 비영리 미식행사로 제주를 동아시아 미식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목표로 2016년 시작됐다.


8회째를 맞는 올해 페스티벌에는 제주도, 제주관광공사, 동원F&B,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씨에스알와인 등이 후원하고 국내외 정상급 미쉐린 스타 셰프 30여 명이 재능기부로 참여한다. 제주지역 조리전공 대학생 셰프 지망생과 호텔리어 지망생 70여명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수익금은 조리전공 대학생의 장학금으로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