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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대로 가면 양봉산업은 죽는다!

신창윤 양봉관리사협회 회장

꿀벌의 집단폐사와 개체 수 감소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생태계 위기의 또 다른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있으나 주요원인으로는 꿀벌 응애 등 천적의 개체 수 증가와 기후 변화 등을 꼽고 있다.

 

필자가 양봉업에 입문한지가 50여년이 지났지만 올해처럼 꿀벌을 관리하기가 힘든 해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현재 당면하고 양봉산업의 위기는 꿀벌을 집단적으로 폐사시키는 꿀벌 응애라고 단적으로 지적할 수 있다.

 

기생충과 병원체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면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로 인한 질병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꿀벌 응애 방제용으로 프루발레이트 성분 약제와 이미트라제 성분 약제를 수년 간 사용해 온 탓에 약제에 대한 내성이 크고 잔류가 심한 편이다. 따라서 꿀벌 응애 방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약제가 없으므로 양봉농가들의 98% 정도가 지금도 이 약제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꿀벌 응애의 개체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으나 꿀벌 응애를 퇴치할 적절한 약이 없으므로 양봉농가는 살충제로 이런저런 약을 분별없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효과도 없는 약제들의 피해로 인해 꿀벌들은 조기에 힘을 못 쓰고 자기 역할을 못하는 노봉이 되어가고 있다.

수명이 짧아진 어린노인 꿀벌 노봉은 후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일찍 죽어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노봉들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생약제 개발과 내성이 없는 약제개발이 가장 급선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약제가 신속히 개발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소, 돼지, 닭은 가축이고 꿀벌은 집에서 키워도 가축에 속하지 않으므로 꿀벌이 질병으로 폐사를 해도 소, 돼지와 같이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소나 돼지 등의 질병이 발생하면 정부가 예방에 전념하고 있으나 꿀벌의 질병발생에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관련법에 꿀벌은 가축에도 속하지도 않고 보상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꿀벌의 폐사로 화분을 수정 못해 농작물이 감소되고 있는데도 왜 그런지 정부는 원인을 찾으러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양봉산업의 문제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원인분석을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꿀벌의 응애라도 퇴치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꿀벌 응애를 예방하고 치료를 하게 된다면 꿀벌은 다른 세균성 병원체나 곰팡이에서 오는 질병을 이길 수 있는 면역을 가지게 되고 건강한 꿀벌로 생육할 수 있는 것이다.

 

 

소, 돼지, 닭, 가축에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1급 전염병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꿀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급 전염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서 꿀벌이 질병으로 집단 폐사되어도 양봉농가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양봉농가에서 꿀벌 응애로 인한 질병이 의심되어 검사를 의뢰할 경우 이것이 정부가 하는 역할인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검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될 경우 검역소에서는 농림식품부 축산과로 통보하고 축산과에서는 꿀벌 질병을 의뢰한 민원인에게 질병에 감염되었다고 단순통보만 하게 된다. 더욱 양봉농업인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사유재산인 꿀벌을 소각 또는 매몰하고 꿀벌의 이동 중지명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양봉농가가 꿀벌의 질병을 신고할 경우에는 나쁜 소문만 나고 정부의 아무런 대책도 없이 행정명령서만 받게 됨으로써 꿀벌에 질병이 발생해도 양봉농가는 동물 위생검역소에 아예 검사를 의뢰하지 않고 있다.

 

양봉농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는 하루 빨리 개선이 되어야만 한다. 아울러 꿀벌 응애 퇴치 약제를 허가한 관청에서도 양봉농가의 살충제사용실태를 반드시 확인하는 사후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약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양봉농가의 피해정도와 내용은 무엇인지 현장을 방문해서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1급 전염병에 해당되어 소각 매몰되는 소, 돼지, 닭의 경우와 같이 꿀벌의 전염병도 현재 2급에서 1급 전염병으로 상향조정하여 꿀벌의 집단 폐사로 인한 양봉농가의 재산손실도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꿀벌의 집단 폐사가 생태계 위기를 가져 올 수 있으며 식량 위기와 같이 인간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로 확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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