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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윤 칼람] 꿀벌의 존재가 왜 중요한가?

신창윤 양봉관리사협회 회장

2018년 국내 양봉산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양봉 사육농가 수는 26,545호이며 사육 봉군 수는 2,592,197 봉군으로 농가당 98 봉군을 사육하고 있다. 우리나라 벌꿀산업의 생산규모는 벌꿀 3,711억 원, 로열젤리와 화분 등 양봉 산물 1,059억 원, 화분 매개 및 종봉 등 757억 원으로 총 5,527억 원으로 추정된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자료에 의하면 꿀벌의 화분 수정 가치를 포함할 때 5조9천억 원에 달하고 있어 경제규모로 볼 때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꿀벌이 하는 일 중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면 수분(受粉)을 들 수 있다.

 

수분이란 꿀벌이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꽃가루 화분을 암술 머리에 옮겨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생식행위를 말한다. 꿀벌은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 1,500종 중 30%의 수분을 책임지고 있다. 꿀벌에 의해 수분되는 것을 충매화(蟲媒花)라고 하는데 꽃식물 수분의 80%를 꿀벌이 수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화분 매개용 꿀벌은 농작물의 수분을 비롯하여 생태계 보전 등의 다양한 공익가치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꿀벌이 소와 돼지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가축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한다.

 

참고로 채소와 수박, 딸기 등의 7개 작물의 수분을 위해서는 39만 봉군의 꿀벌이 필요하고, 과수로 사과, 배, 감, 산딸기 등 14개 작물에는 2.4만 봉군의 꿀벌이 소요된다.

 

꿀벌에 의해 수정한 것과 인공으로 수정한 과일과는 맛과 저장성에 있어서 월등하게 차이가 난다. 참외와 같은 과일은 감별사가 구별할 정도로 맛에 차이가 크지 않지만 딸기 등의 거의 모든 과일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맛에 차이가 크다.

 

꿀벌의 집단 폐사로 인하여 꿀벌이 사라질 경우를 대비한 실험도 소개되고 있다. 화분 매개용 꿀벌 대신 드론을 이용하여 수분실험을 한 결과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져서 꿀벌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간 화분 매개용으로 필요한 꿀벌의 시장 규모는 약 45억 원 정도로 양봉산업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생산에 있어서도 꿀벌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꿀벌은 인간과 함께 친환경적인 조건에서 공생하며 생존을 영위해야 하므로 꿀벌의 집단 폐사는 반드시 막아야 할 시급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이 귀중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제는 꿀벌의 집단 폐사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러한 꿀벌의 집단 폐사의 심각성을 깨닫고 최근에 들어 꿀벌이 왜 사라지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