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화식을 하지 않던 인류는 새로운 요리방법이 발견될 때마다 기존의 식사량보다 두 세 배의 음식을 먹게 됐다"고 한 철학자는 말했다. 배달음식의 진화도 마찬가지인걸까. 피자와 치킨, 중식이 전부였던 배달음식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기자실에 출근해서 점심과 저녁미팅을 하던 평소보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배달음식을 먹는 빈도수가 높아진 사람은 나뿐인 것일까.
코로나 19로 기자실이 문을 닫으면서 재택근무를 실시하라는 데스크의 명이 떨어졌다. 자연스레 자가격리의 시간을 가진 한 달여의 기간동안 신나게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해 먹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출.퇴근을 하던 일상보다 활동.운동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는데 먹고 싶은게 많아지고 배달앱에 입점한 음식들은 식탐을 불렀다.(사실 식탐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카페부터 분식집은 물론 삼겹살 전문점까지 다양한 업장의 메뉴가 모두 배달이 되는 신세계를 만나자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를 오가며 아침부터 야식까지 야무지게 쉴 새 없이 시켜먹었다. 같은 업체라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서비스와 배달료, 최소금액이 달랐다.
예를 들어 A와플전문점에서 메뉴를 주문할 경우 쿠팡이츠의 최소금액이 12000원 배달료가 2000원이라면 배달의민족은 최소금액이 15000원, 배달료는 1000~3000원인 대신 리뷰를 쓰면 업장에서 정한 서비스 메뉴를 제공했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전용 배달기사인 쿠리어가 다른 곳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배달의 민족 라이더가 배달해 주는 시간보다 짧았다. 배달의 민족은 배달이 몰리는 시간이나 비가 올 경우 60~90분이 걸렸다면 쿠팡이츠는 20~30분이 소요됐다.
배달시간이 짧다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큰 장점이었지만 쿠팡이츠를 가끔 나를 희롱하곤 했다. 배달료 무료, 주문 최소금액을 5000원이라고 명시했지만 12000~15000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배달료를 부과했다. 특히, 배민은 결제 페이지에서 배달료의 금액을 표시했지만 쿠팡이츠는 공지 없이 결제하고 은근슬쩍 음식이 주문됐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점이 매우 기분이 상했다.
어쨌든, 코로나19시대에 원하는 식사메뉴와 디저트를 화장도 하지 않은 맨얼굴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었기에 홀린 듯이 배달앱을 이용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도자료를 보며 생크림과 시럽으로 뒤덮인 와플과 두꺼운 버터와 카야잼으로 토핑된 카야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휘핑크림이 '빵빠레'처럼 올라간 아이스모카를 마시고 싶었지만 양심상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나도 안다. 양이 많다는 것은 나도 눈이 있기 때문에 안다. 그렇지만 최소금액이 12000원이라는데 소비자인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받아보니 엄청 많아보였지만 인체는 참 신비하다. 아무생각 없이 먹다보니 먹힌다고 해야할까. 뇌에서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마구 분비되는 느낌적인 느낌을 만끽하며, 천천히 먹다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칼로리앱에 계산을 해보니 1000kcal가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점심을 거르기로 했다.
세상 일은 이런 작은 문제 하나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나보다. 오후가 되니 출출한 기분이 들면서 슬며시 배가 고파왔다. 끼니를 거르면 저녁에 폭식을 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메뉴를 고른다. 배달이 밀릴 수도 있는 시간대, 배달의민족보다 쿠팡이츠가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며 메뉴를 검색한다.
아침에 당분과 탄수화물을 섭취했으니 단백질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삼겹살 전문점에서 삼겹살 2인분을 시킨다. 찌개가 함께 제공되는 삼겹살 1인 셋트와 삼겹살만 2인분만 배달되는 구성의 가격은 비슷했지만 나트륨과 탄수화물을 자제애햐 한다는 생각에 삼겹살 2인분을 선택했다. 사실 삼겹살 2인분이라고 해도 실제 양은 300~400그램인데다가 쌀밥 없이 고기만 섭취하기 때문에 완벽한 단백질 식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기자들과도 자주 방문하던 ㅎ삼겹살 전문점에서 시킨 삼겹살을 혼자 먹으면서 또 다짐한다. 단백질 그 자체인 고기만 밥 없이 먹었지만 그래도 고칼로리를 섭취했으니 저녁은 먹지 말자고... 아침메뉴보다 죄책감이 덜한 소박한(?)점심을 마치고 업무를 이어가면서 아직 해가 떠있는 낮 시간을 확인하고 평소 즐겨먹던 카라멜이 코팅된 초코바를 먹었다. 왠지 목이 마르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중간중간 탄산음료를 마셔줬다.
"꼭 너 같은 기사만 쓴다"고 데스크에게 깨진 오후 6시, 이불에 얼굴을 묻고 우는 대신 피자와 맥주를 선택하는게 현명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번에는 리뷰를 쓰면 치즈스파게티를 주는 배민의 선택했다. 치즈와 햄이 토핑된 피자와 생맥주를 배달시켜 신나게 먹어댄다.
"오늘 딱 하루만"은 매일매일 치팅데이처럼 먹어제끼면서 당이 나트륨을 부르고 나트륨이 술을 부르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스커트가 작아지고 늘 입던 옷이 맞지 않고 몸이 커진 불쾌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불길한 마음으로 체중계에 올랐다.
보름달보다 더 동그란 얼굴. 토실토실을 넘어 비루한 몸뚱이. 만랩이었다. 만랩. 평생 40kg대를 유지했던 내 몸무게가(초단신이기 때문에) 50kg에 진입하는 그 순간. 깨끗하지 않은 이 기분. 건강앱을 열어 활동량을 체크했더니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앉고 눕고 거의 숨만 쉬고 산 수준이었다.
내 하소연을 들은 동료기자는 50kg에 진입하는 순간 60kg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진지한 상담을 해줬다. 병원을 출입하는 의학전문 선배는 더욱이 이 나이에는 혀가 즐거울수록 몸은 망가지고 장기간 이어진다면 당뇨병은 물론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진심어린 충고를 해줬다.(이 사람들이...도대체 날 어디까지 보고)
그래서 숱한 밤을 고민한 끝에 배달앱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금주와 운동 식단관리로 체중감량을 하기로. 성공할진 모르겠으나 체중감량 체험기는 다음달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