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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간장은 발효식품이다

최주영 간장협회 사무국장

국민 대다수는 우리 전통장류인 ‘간장’이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구입하는 간장에 ‘발효간장’은 7%만 들어있고, 나머지 93%는 발효 없이 속성으로 만들어진 ‘산분해간장’으로 채워져 있다면 소비자가 이를 납득할 수 있을까?


자연의 시간표대로 미생물에 의해 발효 숙성된 간장이 아닌, 염산으로 속성 분해되어 이틀 만에 만들어진 간장이 과연 우리가 기대하는 간장이 맞을까?


이런 현실 속에서 최근 식약처가 추진하고 있는 혼합간장의 표시 기준 개정안은 반갑다.


그 내용은 현재 라벨 뒷면에 깨알같이 쓰여 있는 ‘산분해간장 혼합 비율’을 라벨 앞면에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가 간장을 선택할 때 발효하지 않은 산분해간장이 들어간 것인지 아닌지, 혹은 산분해간장이 얼마나 섞여있는지를 더 잘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시제 개정안에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산분해간장 제조업체들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 표시제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식약처의 제도 개선은 여러 시민단체들과 생활협동조합들, 한식간장 제조업체와 우리 같은 장담그기 강사들이 주장해 온 것들이다.


산분해간장 생산자 입장에서야 할 말이 많겠지만 그동안 발효하지 않은 간장임을 감춘 채 발효간장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혼합간장이 사실은 대부분 산분해간장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표시제도의 개선을 막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간장의 분류체계와 표시방법이 정해진 이후 지금까지 50년 이상 시장을 주도해 온 산분해간장 생산자들이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산분해간장에 대한 규제기준과 표시는 강화되어야 한다. 산분해간장의 사용 비율을 전면에 표기하는 것에 더하여 산분해간장을 간장 분류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고 있는 간장은 발효 간장이 아니라 일제치하 식민지 조선에 들어와 발효 없이 속성으로 만들어진 산분해간장이다. 산분해간장 생산자들이 전통장류의 이미지에 편승해 마치 발효간장인양 광고하며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 우리 간장이 갖고 있는 5000년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표시제를 제대로 정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우리 발효간장의 발전과 글로벌화를 위해 온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본,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장류 문화권의 나라들은 산분해간장을 간장의 분류에서 ‘삭제’하여 더는 간장으로 부르지도 않고 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발효도 없고, 전통도 없고, 심지어 국제 기준에 맞지도 않는 것을 간장이라고 부르며 생산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다.

 

소비자 알 권리를 위함은 물론 소중한 전통 간장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출발점이 이번 ‘혼합간장의 표시법 개정안’이다. 부디 이번 식약처 개정안이 통과되고 일본 전쟁문화의 잔재인 산분해간장이 아닌 우리 전통간장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고 사랑받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간장협회에서는 작년 광복절에 이어 올해도 산분해간장 추방 캠페인을 시작한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산분해간장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소책자도 만들어 배포하고 간장 맛 평가도 진행하고 발효간장 레시피도 개발하여 공개할 예정이다.


장담그기 강사들 중심으로 개인 SNS에 우리 간장으로 만든 음식사진과 레시피를 올려 우리 간장으로 모든 음식이 다 가능하단 걸 보여주는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쉽게 우리 간장을 접근할 수 있게 해 보자는 취지다.  


‘간장의 진실’을 감추려는 시도가 그 어느 때보다 노골적인 요즈음 ‘간장은 발효식품’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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