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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캘리포니아의 유기농 산업을 고창에 옮기다-매일유업 상하농원 1편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농업이 발달한 캘리포니아주는 유기농 산업의 발원지다. 스프라우츠 파머스마켓(Sprouts Farmers Marcket),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등 유명 유기농 유통회사들이 바로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 LA 등 캘리포니아주의 도시들은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듬뿍 먹고 자란 갖가지 싱싱한 식재료가 즐비한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유기농. Organic은 느림과 기다림의 결합체다.  차분한 기다림은 결국 자연과는 뗄 수 없는 연결고리다. 한국의 서울은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과는 먼 도시다. 코로나19로 여기저기 휘청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6월의 어느날, 한국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캘리포니아의 온화함과 자연빛을 고창 상하목장에서 만났다. 

고창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이다. 유기농 먹거리를 생산하는 상하농원은 고창군과 농림축산식품부, 매일유업이 합자해 만든 유기농 농업법인으로 농어촌 테마공원으로 꾸며졌다. 상하농원은 1차 농산물 생산을 뛰어넘어 가공(2차 산업)과 유통·서비스·관광(3차 산업)까지 접목한 '한국형 6차 산업'의 농어촌 테마공원이다.

 

유럽을 연상시키는 뾰족지붕의 건물을 지나면 지역 농부들이 생산한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한국형 파머스 마켓이 나온다. 건물 내부에는 제품의 안정성과 신선함을 책임지겠다는 느낌으로 환하게 웃는 지역 농부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파머스 마켓은 합성첨가물 밀가루을 사용하지 않은 어묵부터 고기함량이 월등히 높은 햄과 베이컨, 철을 맞아 아삭하고 당도가 높은 고창 수박과 블루베리 등 건강한 가공식품과 제철 먹거리로 가득했다. '빵 공방', 비엔나소시지와 햄, 프랑크 소시지 등을 생산하는 '햄 공방', 장류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발효 공방' 등 다양한 공방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가장 인기가 좋은 공방은 '햄 공방'이다. 체험을 신청하면 반죽된 고기와 가위, 파슬리가루, 얼음과 소시지 충전기 포장 용기까지 준비된 테이블로 안내를 받는다.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은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너무 많이 치대면 손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설명을 듣고 미리 반죽된 고기를 치대고 파슬리 가루와 얼음을 넣고 충전기 안에 반죽된 소시지를 넣었다. 마지막으로 양의 창자 껍질에 고기반죽을 주입하자 신기하게도 소시지의 형상이 나왔다. 이렇게 완성된 수제 소시지는 밀봉해서 주의사항을 붙인 스티커와 함께 포장해준다.

그 다음 찾은 곳은 상하 키친. 가장 인기 있는 파머스키친에서 판매되는 페퍼로니햄과 유기농 야채로 만든 피자라고 한다. 자회사인 엠즈푸드는 살바토레 쿠오모를 운영하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노하우를 알아서일까. 잠시 후 나온 피자는 몇 년 전 시칠리아에서 맛 본 그 피자였다. 토핑재료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도우가 담백했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바지락의 풍미를 살린 파스타, 케이준치킨의 맛도 훌륭했다. 함께 곁들인 생맥주도 관 청소에 공을 들이는 업장에서 맛 볼 수 있는 청량함이 느껴졌다.

 

키친을 나와 농장을 거닐다보니 예쁜 라벤더 꽃과 각종 허브와 감자캐기를 체험할 수 있는 감자밭이 건물 디자인과 오목조목 어우러져 안정감을 준다.

동선에서도 미적 관점이 느껴지는데 건축과 디자인을 총괄한 김범 설치미술가 등이 건물 한 동의 디자인만 3년을 고민했다고 한다. 은은한 로즈마리향이 나는 상하목장 카페에서 맛 본 아이스크림은 일본 삿뽀로에서 먹었던 우유 아이스크림보다 신선하고 달콤한 맛이 났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오롯이 100% 수박 만을 갈은 수박쥬스는 달콤하고 시원하기로 유명한 고창의 수박 그 자체였다. 별 기대 없이 주문한 블루베리 에이드는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 블루베리의 향긋한 향과 목구멍이 살짝 따끔할 정도로 농축된 당분이 스며드는 신선한 맛이었다.

 

서울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인걸까. 5시간 가량 운전을 해서 달려온 곳임에도 유럽의 섬세함과 미국의 풍요로움이 공존하는 이 곳에서 공간시차를 느낄 때 쯤 저 멀리 파머스 빌리지가 눈에 들어왔다.

To be continued.

 

취재/조성윤

사진/박성진.조경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