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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곰탕엑기스로 곰탕" 학교급식도 간편식으로?...안전성 우려

여명 의원-기회평등학부모연대, '학교급식 방향재정립 필요성' 주제 간담회 개최
농수축산 식재료 전처리 일상화, 가공.반제조 공산품화된 식재료 사용비율 증가
김정욱 대표, "식재료 원물 안전성 미확보 상태로 조리되는 현실 학부모 경악할 일"


[푸드투데이 = 홍성욱기자]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대규모 학교급식 식중독 사태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그리고 공산품화된 식재료 사용비율 증가 등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급식의 문제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5일 '학교급식 방향재정립 필요성'이란 주제로 기회평등학부모연대와 여명 의원(교육위원회)이 주최한 간담회에서는 '공산품으로 구매하는 가공 또는 반제조 상태의 농수축산 식재료 사용에 대한 현실진단 및 개선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시교육청 보건진흥원 급식운영과(과장 조정용), 서울시학교급식 영양교사회(회장 권수현), 영양사회(회장 김혜영), 서울시학교급식식자재연합회(대표 김영수), 학부모대표(교육앤시민 김호월 편집장) 시민단체(기회평등학부모연대 김정욱 대표) 등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여명 서울시의원은 모두 발언을 통해 “학교급식에 대한 학부모들, 영양사들, 시민단체들의 여러 가지 요구가 그동안 많았다”며 “오늘 간담회를 통해 관련단체가 모두 모였으니 허심탄회하게 문제 개선을 위해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시작을 알렸다.



발제에 나선 김정욱 대표(기회평등학부모연대)는 2006년 학교급식법 전면개정의 취지를 돌아보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학교식당을 학교장이 직접 운영하게 한 당시 법 개정의 취지는 ➀학교가 직접 식재료 전처리 및 조리시설을 갖추고, ➁식단 작성, 원물 식재료 구매, 식재료의 전처리, 조리, 배식을 학교가 직접 운영함으로써 학교급식의 영양, 위생,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직영식당에 의한 학교급식을 추진한 지 13년이 지났는데 과연 법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돌아보면 학교현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식중독 사태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 됐고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인건비 비중이 과다하게 커지고 조리종사원들의 노동 강도는 현저히 낮아지고 있으며 농수축산 식재료의 전처리 납품이 일상화되고 가공 및 반제조 상태의 공산품화된 식재료 사용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결과적으로 인건비 상승 및 식재료 전처리 비용 및 외부 가공비 추가로 급식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급식품질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전처리 일상화 및 가공/반제조 상태의 공산품화된 식재료 구매비율이 높아지면서 식재료 원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조리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학교 현장에서 곰탕 엑기스를 구매하여 조리한다든지, 이미 외부에서 양념하여 버무려 숙성시킨 돼지 불고기를 조리한다든지 심지어, 생선의 경우 외부에서 소스까지 곁들인 반제조 상태로 구매해 조리한다든지, 학부모들이 알면 경악할만한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폭로했다.


김 대표는 “우수한 식재료 구매 및 자연식품을 권장하는 학교급식법의 입법 취지나 전 처리 시설 및 식품보관을 위한 냉동냉장 시설을 의무화한 교육부 지침 등에 반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 참석한 관계자들이 중지를 모아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조정용 과장은 “농수축산 식재료를 학교현장에서 원물로 구입하기 보다는 공산품화된 가공 또는 반제조 상태로 구매하는 비율이 날로 높아지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에 공감한다”며 “복합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또 “교육청에서는 그동안 위생관리 중심의 급식운영을 해 왔으나 앞으로는 급식 품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중”이라며 “가공/반제조 상태의 농수축산 식재료 사용을 지양하라는 공문을 2019년 하반기에 시행해서 이미 많은 변화가 있다. T/F를 구성해서라도 공산품 식재료 구매 상한 권장비율 등 여러 가지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학교영양교사회 권수현 회장(연일초)은 “발제자의 발표 취지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가정식이 무너지고 외식문화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학교급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학교급식에 교육적인 요소가 있다는데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맛있고 다양하고 세계적인 식단이 마치 학교급식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처럼 치부되는 언론환경 등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권 회장은 “우리 영양교사들도 함께 노력하려고 하지만 교육청의 행정적인 지원, 학부모들의 이해 등 학교급식의 취지에 대한 분위기 조성이 따르지 않으면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시 학교영양사회 김혜영 회장(길음초)은 “영양사들이 영양교사에 열악한 여건 하에서 근무하면서도 학교급식에 대한 사명감과 철학을 가지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영양사회 내부에서도 관련 문제점을 인식하고 토의를 거쳐 직접조리를 강화할 것을 회원들에게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고승희 영양사(잠실중)는 “때로는 저염식 식단에 대해 불평하며 아이들이 먹기 좋게 해달라는 학부모의 노골적인 요구를 접하기도 한다”며 “영양사들이 해야 할 행정업무가 많다보니 메뉴 개발에 신경 쓸 시간적인 여유가 사실상 없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식자재연합회 관계자들은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식자재는 공공조달시스템에 의거 신뢰도가 확보된 상태인 점을 감안해 대면검수 예외를 적용한다면 물류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다”며 “일부 학교의 경우 서울친환경센터를 이용한다고 해 놓고 실상은 공산품 발주를 하는 비율이 더 큰 경우도 있다”며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 중 학교쓰레기 처리에 대한 애로가 논의되기도 했다. 특히 학교에서 나오는 재활용 쓰레기를 서울시가 처리해주지 않아서 겪게 되는 애로가 제기되자 참석자 대부분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간담회를 개최한 여명 서울시의원은 간담회에서 도출된 학교급식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개선을 위해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학교쓰레기 중 재활용 쓰레기의 경우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학교영양사의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