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0 (월)

종합

[이슈 점검] ‘현대판 봉이 김선달’ 제주도, 제손으로 발등 찍었다

한진그룹 한국항공 지하수 개발 연장 허가 논란부터 오리온 사태까지


[푸드투데이 = 황인선 기자] 제주도 지하에 빨대를 꽂고 물 장사로 오랫동안 재미를 봤던 제주도가 때아닌 물난리에 휘말렸다. 물 장사를 위해 필요할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법을 바꿔온 제주도가 제손으로 발등을 찍은 꼴이 된 것이다.


최근 제주도와 오리온은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를 놓고 날 선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 생수 점유율 1위 브랜드 삼다수를 보유한 제주도는 ‘국내 판매 불가’ 방침을 내세우며 물 공급 자체를 끊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반면, 오리온은 국내 판매실적없이 해외시장 진출은 불가능하다며 국내 판매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오리온은 530mL에 이에 2L 제품도 출시해 지난 31일부터 앱을 통해 주문을 받고 있지만, 제주도가 오리온의 국내 판매를 막을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다.


강이 없는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상 항상 물 부족과 지하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지역여론 불만까지 무시하며 내준 사업권으로 싸움이 커지자 제주도의 물장사에 대한 지역여론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 제주도 2008년 특별법 개정..민간기업에 제주물 내줘


지난해 말 오리온은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 내에 3만㎡ 부지에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제주용암수’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제주용암수’는 오리온의 신사업 모델로 3년간 12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출시 기념회에서 오리온은 ‘제주용암수’를 앞세워 국내 시장 ‘빅3’ 진입은 물론 글로벌 진출하겠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8년 특별법 개정하면서 부터다. 원칙적으로 제주용암수 원수는 염지하수로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따라 공공자원으로 관리, 민간기업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제주도는 2008년 특별법 개정을 통해 도지사가 지정·고시하는 지역에서 염지하수를 이용해 민간기업이 음료류를 제조·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11년 제주시 구좌읍에 염지하수를 개발할 수 있는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를 운영했고, 오리온은 2016년 이 단지에 입주한 제주용암수 지분 60%를 21억2400만원에 인수했다.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 삼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는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해외에서도 제주물을 팔아줄 상대를 찾았고, 오리온이 낙점된 것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염지하수도 특별법상 공공자원으로 돼 있고 민간기업이 들어오면 안된다. 근데 특별법에 제주도지사가 지정한 지역에서 뽑아낸 염지하수에 대해서는 음료로 판매할 수 있다고 부칙을 추가했다"며 “오리온이 생산하는 음료 역시도 공공자원 성격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 물 생산 기한만료된 한국항공 위해서도 법개정 ‘강행’


제주도가 더 많은 물을 팔기 위해 법개정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항공은 최근 2021년 11월까지 먹는샘물 ‘제주퓨어워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신청, 허가를 받았다.


제주도는 2000년 특별법을 전부개정하며 공기업 만이 먹는 샘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항공은 더 이상 제주도 물을 판매할 권리가 없다. 다만, 기존 허가 민간기업에 대한 연장허가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한국항공은 논란 속에 판매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06년 7월 제주도가 특별법 부칙 33조(경과조치)를 개정해 주며 한국항공은 안정적으로 물을 팔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줬다. 개정안은 ‘종전 규정에 의해 지하수 개발 및 이용허가 등을 받은 자는 도지사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며 한국항공의 물사업을 도왔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한국공항 경우는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지하수 개발 허가를 받은 상황이라서 그 근거로 30년 넘게 먹는샘물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2000년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연장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져 버렸다. 한국항공의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는 이미 2000년부터 효력을 잃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주도는 지하수가 오염되거나 모자라면 대체할 수 있는 수자원이 없다"면서 "최근 이상기후 등으로 제주도에 기상이 변하고 있고, 지하 수위도 낮아지고 있고, 가뭄도 길게 오고 이런 상황이다. 수자원 관리나 연구, 보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개발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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