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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식품Talk] 뽀안 국물이 진국~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점은?


[푸드투데이 = 이하나기자]  곰탕이나 설렁탕은 집에서 둘 다 적은 양을 끓여서는 제맛이 안 나며, 큰 솥에 많은 양을 푹 끓여야 제맛이 난다.


둘 다 '소' 를 진하게 푹 고아서 끓인 국물로 영양분이 국물에서 우러나와 노화방지나 피로회복, 빈혈예방에 탁월하다는 효능을 지녀 같은 음식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엔 곰탕과 설렁탕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사실 곰탕과 설렁탕은 서로 다른 음식이다.


두 음식은 소를 끓인 음식이지만 어떤 부위를 얼마나 쓰는지, 기름진 정도의 차이, 국물의 간을 맞추는 방법, 이름의 유래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 같은 '소' 를 쓸지라도…주사용하는 고기 부위와 뼈의 비율이 달라


설렁탕은 사골과 도가니, 양지머리 또는 사태를 넣고, 우설, 허파, 지라 등과 잡육을 '뼈째' 모두 한 솥에 넣고 끓인 음식이다. 


이에 비해 곰탕은 소의 내장 중 곱창, 양, 곤자소니 등의 소의 고기의 내장들을 더 많이 넣고 끓인다. 


쉽게 말해 '뼈'도 함께 고아서 국물을 낸 것이 설렁탕이라면 주로 '고기'로 국물을 낸 것이 곰탕이 되는 것이다.


설렁탕에도 허파나 창자 등 '소'의 내장들을 넣기도 하나 곰탕에 비해 '뼈'가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육수가 곰탕보다 한결 뽀얗다.


◆ 사골곰탕과 설렁탕 서로 국물 맛 달라…맑고 기름지거나 담백하고 진하거나


설렁탕에는 '뼈'가 더 많이 들어가고 기름을 더 자주 걷어내기 때문에 우유빛을 내며 곰탕보다 국물이 더 진하며 담백한 것이 특징이라면 곰탕에 들어가는 곤자소니는 소의 창자 끝에 달린 기름기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국물이 설렁탕에 비해 더 기름지며 다시마나 무를 넣어 끓여 육수를 내기 때문에 국물이 더 깨끗해 보이고 맑다.


◆ 소금? 간장? 국물 간 맞추는 방법도 달라


설렁탕은 먹는 사람은 소금과 파를 넣고 간을 맞추지만 곰탕은 원래 국을 끓일 때 간장(진간장)으로 간을 맞춰 맛을 냈다.


그렇다 해도 요즘에는 설렁탕이든 곰탕이든 대부분 먹을 때 소금으로 간을 맞춰 먹기 때문에 그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 '곰탕'과 '설렁탕' 이라는 이름, 명칭에 따른 유래 달라


곰탕의 '곰'은 원래 고기나 생선을 천천히 푹 삶은 국을 의미한다. '고다'의 '고'는 기름지다는 뜻이고, '고음'은 '기름진 음식'을 뜻하기 때문에 이 말을 줄여 '곰' 이라는 글자가 나왔다. 여기에 국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곰국, 탕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곰탕이 됐던 것이다.


곰탕이 더 서민적인 음식이었다면 설렁탕은 훨씬 더 종교적인 색을 띄던 음식이었다.


우리나라 신라 시대 때부터 농사의 신인 신농(神農)을 모시는 제사로 선농제를 지내왔는데 선농제는 국가 규모로 지내는 큰 제사로 왕부터 정승, 판서, 문무백관 그리고 상민과 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소를 제물로 받쳐 올려왔던 제사였다.


'성종실록'에 보면 성종 6년에 원산대군과 재상 신숙주 등이 선농단에 제사를 지냈는데 이 날 신하가 임금께 바친 헌시(獻詩) 를 보면 “살찐 희생의 소를 탕으로 만들어 널리 펴시니 사물이 성하게 일고, 만복이 고루 퍼지게 하여······”라는 시구가 나와 있다. 이를 통해 선농단에서는 소를 탕을 끓여 함께 나눠 먹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유래된 설렁탕은 선농단에서 끓여 선농탕이라 하다가 나중에 음운이 바껴서 설렁탕이 됐다고 한다.


또한 '설농탕(雪農湯)'이라고도 하는 것은 국물 색깔이 하얀 '눈' 처럼 희다 해서 선농탕 이후에 붙여진 이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중에 음운이 바껴 설렁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