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아직 정부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다. 우리 경제의 위상과 대내외 여건, 경제적 영향 및 농업계 의견까지 두루 감안해 10월 중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4일 서울 나라키움 여의도빌딩에서 농민단체와 갖은 간담회 자리에서 "농민들이 우려하는 WTO 개도국 특혜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부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상대로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90일 시한 내 조처가 없다면 개도국으로 대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제1차관은 “정부는 농업을 단지 하나의 개별산업이나 여타 산업을 위해 희생.양보해야 하는 대상으로 결코 보지 않는다”면서 “농업이 갖는 중요성과 농민 분들의 노고를 알기 때문에 이번 WTO 개도국 특혜 관련 결정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정부에 WTO 개도국 지위 유지와 ▲ 공익형 직불제 도입, ▲ 최저가격안전보장제, ▲ 청년농업인 지원금, ▲ 농업 관련 예산 4~5% 증액, ▲ 1조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정부 출연, ▲ 상생기금 관련 총리실 산하 위원회 설치 등 6가지 사항을 이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차관은 이날 공익형 직불제와 관련해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필요한 만큼 정부도 공익형 직불제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이행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8000억원 늘려 2조 2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고 약속했다.
농업 예산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내년 농업 예산 규모를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 수준으로 확대한 15조 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방에 이양한 부분까지 포함하면 증가율이 10%에 육박한다”며 “앞으로도 재정여건을 고려해 농업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지속해서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목표액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해서도 지원키로 했다. 김 제1차관은 "기업들의 출연이 활성화되도록 인센티브 확대, 현물출연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농업 분야 민관합동 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제가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정부 내에서 검토해보고 농업계의 의견을 수시로 듣고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에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선언시 대대적인 투쟁이 나설 것을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김홍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전국한우협회장)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인정할수 없다"며 "개도국 지위 포기로 축산관련단체의 피해보상이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전에는 축산관련단체는 절대 개도국 지위 포기를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 대정부를 향해서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 측에서 김 차관, 산업부 통상정책관,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 국조실 농림국토해양정책관 등이 농업인단체에서는 한국농축산연합회 회장, 한국농업인단체연합 상임대표,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 한국쌀전업농업중앙연합회 회장,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