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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3일분만 먹여보세요"...건강기능식품 불법 소분포장 판매 실태

일부 약국 '근육통', '피로회복' 등 효과 내세우며 건기식 임의 소분 포장해 판매
식약처 "동일제품이든, 다른 제품과 섞어 판매하는 행위 자체 허용하지 않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감기 자주 걸리는 아이한테 좋아요. 처방 약하고 같이 3일분만 먹여보세요."(서울 소재 A약국 관계자)


"요즘 잠도 제대로 못자고 무리하게 일을 했더니 피로도 쌓이고 감기까지 걸렸어요.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고 약국으로 왔는데 (약국)매대에 피로회복에 좋다고 해서 샀습니다. (약사 분이)좋다고 하니 일단 사긴 샀습니다."(직장인 한모씨 43.남)



건강기능식품의 소분포장 판매(낱알 포장) 허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미 약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소분포장 판매가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방문한 경기도 소재 한 약국의 매대에는 약사가 임의로 소분 포장한 건강기능식품이 '근육통', '피로회복', '산소공급', '기억력 감퇴' 등에 효과가 있다는 문구와 함께 진열돼 있었다. 약사는 처방전을 들고 오는 환자나 일반의약품을 사러 온 손님에게 여러가지 건강기능식품을 소분해 재포장 한 것을 권했다.


서울 소재의 또 다른 약국 역시 다르지 않았다. 소아과 병원과 같은 층에 위치해 어린이 환자가 대부분인 이 약국은 어린이용 홍삼,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임의 소분 포장해 판매하고 있었다. '열감기, 기침감기 오래 앓는 아이에게 약과 함께 먹이세요'라는 문구가 아이가 아파서 온 부모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같은 건강기능식품의 소분 포장 제조.판매는 불법이다. 정부가 건강기능식품의 소분 포장 제조.판매를 허용할 것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 경우에도 소분 포장 제조.판매 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구매자가 구매한 제품에 한 해 소분을 원했을 경우다. 즉 소분 포장 제조.판매 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약사 임의로 소분해 판매하는 것은 불법인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소분 포장해 판매 된 건강기능식품의 섭취방법, 원재료명 및 함량, 영양.기능 정보, 유통기한 등이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실제 약국에서 소분 포장해 판매된 A사의 어린이용 홍삼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섭취방법만 표시돼 있을 뿐 원재료명 및 함량, 영양.기능 정보 등은 표시돼 있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40대 주부 김모씨는 "아이가 아프니까 면역력이 좋아지면 빨리 낫겠지 하는 마음에 구매했다"며 "집에 와서 아이에게 먹이려고 보니 대체 어떤 성분이 들어간건지 알 수가 없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스 구매 보다 가격도 훨씬 비싸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는 지난 7월 3일 구매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건강기능식품의 맞춤포장을 위한 소분 포장 제조.판매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여러 가지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소비자가 휴대 및 섭취 편의를 위해 1회 분량으로 소분 포장해 주기를 바라는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맞춤포장을 위해 소분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섭취.휴대 편의 등의 목적으로 구매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건강기능식품을 소분.조합해 포장해 줄 수 있다.
 

현재 식약처는 해당 개정안의 고시를 앞두고 세부적인 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이같은 약국의 건강기능식품 임의 소분포장 판매 행태에 대해 식약처는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임의 소분포장 판매는)현재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허용하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동일 제품이든, 다른 제품과 섞어서 나누는 행위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기능식품 소분포장 제조.판매 허용에 대해)소비자가 직접 구매를 하기 위해 약국에 가서 구매해 먹기 편하게 소분해 달라고 했을 경우 그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그 정도까지만 허용하는 걸로 윤곽이 잡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