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쌀밥', '김치'는 단순 음식을 넘어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음식은 저 나름대로의 가치와 특색, 그리고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그 나라의 문화와 연관돼 있고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다 보니 음식 속에는 다양한 역사가 얽혀 있다. 식탁에서 만나는 음식 속 역사이야기~ 우리가 매일 먹지만 몰랐던 식품 속 숨겨진 이야기를 '아식모이(아는 식품 모르는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부>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피자 하나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탈리아와 미국의 원조 싸움인데 지난 2017년 이탈리아의 나폴리 피자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되면서 이들의 '피자 논쟁'은 이탈리아의 완승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여기에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나폴리 피자의 명성과 맛을 지키고자 조리법 규격화 등 보존운동에 앞장섰던 나폴리시의 노력이 배경으로 크게 작용했다.
나폴리를 중심으로 피자가 발전한 배경에는 부르봉 왕조의 페르디난도 1세와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의 역할이 컸다. 왕비는 서민들의 요리인 피자를 즐겨먹을 정도로 입맛이 소박했고 왕은 이런 왕비의 입맛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왕은 왕비에게 어울리는 보다 세련된 피자의 레시피를 개발하려 했고 그러다 보니 피자에 대한 왕과 왕비의 사랑은 커져 갔다. 급기야 궁궐에 피자 오븐을 들여놓게 됐다. 이같은 사실이 귀족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집에 피자 오븐을 들여놓은 귀족들이 생겨났다.
나폴리 피자 중 가장 있는 피자는 바로 '마르게리타피자'다. 마르게리타피자는 전형적인 나폴리 피자로 도우(피자반죽) 위에 토마토, 바질, 모차렐라치즈로 토핑해 만드는 피자다.
마르게리타피자의 탄생에는 피자를 너무나 사랑했던 한 여왕의 사연이 숨어 있다.
1889년 여름, 사보이왕가의 움베르토 1세와 마르게리타 왕비가 나폴리를 방문했다. 마르게리타 왕비는 먹어본 적은 없지만 예술가 등을 통해 피자의 명성을 익히 듣고 있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왕비에게 피자를 대접하기 위해 당대 가장 유명 피자 요리사 라파엘로 에스포지토가 왕궁으로 불려졌고 그는 가장 전통적인 피자들을 선보였다. 그 중 하나가 기존의 바질과 토마토소스에 모차렐라 치즈를 추가해 초록색·흰색·빨간색의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피자를 만들었다. 왕비는 매우 기뻐했고 여와의 이름을 따서 마르게리타 피자가 됐다.
최근 이탈리아 농무부는 나폴리피자를 보호하고 다른 패스트푸드피자와 차별화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 지침에는 피자의 크기, 화덕의 종류, 토마토 및 밀가루의 종류 등 8개항을 규정했다. 나폴리피자의 종류도 마리나라·마르게리타·엑스트라 마르게리타 3가지로 제한했다.
마르게리타피자의 치즈는 아펜니노산맥 남쪽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차렐라치즈만 사용해야 하며 크러스트 반죽은 손으로 해야 한다. 크러스트의 두께가 2cm가 넘으면 안되고 피자의 가운데 부분은 두께가 0.3cm 이하이어야 한다. 토핑은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치즈, 바질잎만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