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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너지드링크 먹고 간.신장 손상"...식약처도 업체도 외면

"카페인 중독 응급실행"...'고카페인 음료 안전기준마련' 국민청원안점검사제 청원 올려
"식약처는 케이스가 없어 할 수 없다, 해당 음료회사는 20만원 이상 보상 어렵다고 답해"
식약처 "카페인, 유해물질 해당 되지 않아 안전기준 설정 어려워 세계 어느 나라도 없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아들이 에너지드링크 고카페인 음료를 복용한 후 부작용으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카페인 중독으로 인한 간, 신경, 신장 등의 손상을 입었습니다." 


지난 4월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국민청원안전검사제 게시판에는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청원인은 자신의 아들이 에너지드링크를 복용 후 카페인 중독으로 인해 간, 신장 등의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식약처에 수회에 걸쳐 민원을 제기해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했으나 식약처의 최종 답변은 장기과제로 하겠다고 것이었다"면서 "식약처 공무원들도 고카페인 음료의 부작용에 대해서 인식은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은 외면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수천억씩 벌어들이는 대기업에 누가 될까봐 그러는 것이냐"며 "(식약처 답변)이유는 케이스가 없어서 할 수 없다. 내 아들의 케이스가 있으니 하면 안되겠냐고 하니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해당 음료회사의 답변은 법원 판례로 유사 부작용이 발생해도 승소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20만원 이상의 보상은 어렵다고 했다"면서 "일년에 수천억을 버는데 몇 개의 부작용은 20만원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법이 없어서 식약처도 책임이 없고 해당 음료회사는 식약처의 시행령을 준수해서 죄가 없다고 한다"며 "국민을 위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안전기준을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해당 청원은 청원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청원 한 달만에 종료됐다. 

◇ 식약처 공식 답변 내놔 "카페인 유해물질 해당 되지 않아 안전기준 설정 어렵다"

식약처는 지난 6일 영상을 통해 해당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식약처는 청소년은 에너지음료 한 캔만 마셔도 일일 최대 섭취권고량을 초과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카페인은 유해물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안전기준을 별도로 정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

한상배 식품기준기획관은 "식품으로 먹으면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이나 벤조피렌 같은 유해물질은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안전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카페인은 유해물질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에 굉장히 해롭지만 소금 자체가 유해물질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라고 답했다.

한 기획관은 "카페인은 이미 커피나 녹차 같은 기호식품을 통해서 오랫동안 음료로 즐겨온 것이고 또 개인마다 기호도와 섭취량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을 기준으로 카페인 음료에 대해 일괄적인 안전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안전기준은 설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서도 어린이들이 카페인을 많이 마시려는 유혹을 받지 않도록 어린이가 가장 많이 TV 시청을 하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에너지 음료 등 고카페인 음료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올해 9월부터는 학교매점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팔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기획관은 "예전에는 카페인 음료라고 하면 제약회사에서 피로회복제로 만드는 드링크제품 이외에 커피나 녹차 등으로 종류가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마트에서도 국내산 제품과 외국산 제품 등 음료제품 가운데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면서 "유제품 가운데도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 있어서 어린 자녀들에게 먹일 때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도 있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음료제품 등을 사기 전에 카페인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제품에 표시된 함량과 주의 문구를 확인하고 드실 것을 당부 드린다"면서 "식약처도 카페인이 들어 있는 제품의 적절한 섭취를 위해 해외의 관련 정보나 연구결과 등 최신 정보를 안전관리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에너지음료 판매량 증가 추세...부작용 사례 잇따라 발생
에너지음료 한 병당 50mg에서 505mg 고카페인 함유
체중 50kg 청소년 에너지음료 1캔 마시면 기준치 4배 초과

에너지음료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5월 고등학생이 에너지음료를 마신 후 카페인 과다복용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3년전 에너지음료를 즐겨마시던 20대 남성이 숨졌다. 프랑스에서도 운동선수가 에너지 음료 레드불을 과다섭취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이를 계기로 판매허가가 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이처럼 에너지음료의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세계적으로 에너지음료 판매량은 증가 추세다. 에너지음료는 강장 음료의 한 종류로 고농도의 카페인과 타우린, 당 등을 포함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에너지음료는 세계 음료 시장에서 최근 5년간(2009~2013년) 가장 높은 성장률(8.6%)을 나타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음료 판매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오스트리아 에너지 음료인 ‘턴온’을 시작으로 현재는 롯데칠성음료 ‘핫식스’, 레드불’, '번인텐스' 등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2010년 46억원에 불과했던 시장은 2016년 1669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불면증, 두통, 신경과민, 혈압상승, 현기증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식약처는 카페인 권장 섭취량을 하루에 성인 400mg, 임신부 300mg, 어린이는 몸무게 1kg당 2.5m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음료 한 병당 50mg에서 505mg의 고카페인을 함유, 체중 50kg 청소년(일일 섭취권장량은 125mg)이 에너지음료 1캔만 마셔도 기준치의 4배를 초과한다.

일각에서는 고카페인 함유 식품의 어린이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어린이에게 고카페인 함유 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황 정책위의장은 "피로 회복에 좋다고 광고되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는 과도한 카페인 성분 뿐 만 아니라 고농축 타우린 성분까지 포함돼 어린이들 성장에 치명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법에서도 고카페인 음료는 유해하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는 판매 금지됐지만 학교 밖에서는 쉽게 판매되고 있다"며 “어린이들에게 유해한 음료 판매 기준은 학교 담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