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인가 싶더니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바다가 생각나는 여름이 왔다. 어렸을 적 동네 어귀 밭고랑에 하얗게 앉은 서리가 희미한 아침햇살에 녹아내린 자리에 연두빛 여린 잎이 돋는 것을 보고 봄이 왔음을 실감했었는데, 요즘 들어 봄이라고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봄이 짧아졌다. 올해엔 6월 2일부터 폭염 주의보, 벌써 여름이 이슥해진 것이다. 짧아진 봄만큼 여름은 길어진다.
여름! 휴가를 많이 가는 시기인 만큼 마음이 들뜨게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자. 오염된 바닷물이나 어패류 섭취를 통해 감염되는 비브리오패혈증 때문이다. 게다가 식중독은 여름에 집중되어 발생한다. 식약처 발표 통계자료에 따르면 평균 식중독 환자수의 39%가 여름에 식중독에 걸렸다고 한다.
비브리오패혈증, 그것이 알고 싶다!
비브리오패혈증은 크게 비브리오콜레라균(Vibrio chorela), 비브리오불니피쿠스균(Vibrio vulnificus), 장염비브리오균(Vibrio parahemoliticus) 세가지로 나뉜다. 각 균에 따라 질환명도 다르다. 이름이 다소 복잡해 보이는 비브리오패혈증의 어원부터 살펴보자.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라는 세균명의 ‘비브리오’와 미생물에 감염되어 오한, 발열, 설사, 복통 등의 염증 반응이 나오는 ‘패혈증’의 합성어이다. 오염된 어패류를 날 것이나 덜 익혀서 먹을 경우, 그리고 오염된 바닷물이 상처 부위에 침입하면 감염된다. 해수온도가 상승하는 8~10월에 주로 집중된다.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렸을 때
일반적으로 장염에 걸리면 오한, 발열, 설사, 복통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비브리오패혈증도 건강한 사람에게는 비슷한 증상이 일어나며, 패혈증은 세균이 혈관 내로 들어가서 생기는 질환으로 훨씬 심한 전신 증상이 생긴다.
어패류 섭취 시 오염된 바닷물 접촉 시에 따라 잠복기가 다르다. 피부 접촉 시에는 약 12시간, 어패류 섭취로 인한 감염일 때는 약 2일(3시간~최대 8일)이다. 피부를 통해 감염되었을 경우에는 발열 후 36시간이 지나면 하지에서 발진, 부종이 발생한다. 그리고 수포, 출혈성 수포가 생기고 괴사성 병변으로 진행된다.
비브리오패혈증, 얼마나 위험한가?
비브리오패혈증은 간헐적으로 유행할 수 있어 발생 가능성을 계속 감시하고 예방책을 수립해야하는 제3군 법정 감염병으로 구분되며 말라리아, 결핵 등이 이에 속한다.
건강한 사람이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리면 장염 정도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감염되어 패혈증으로 발병하는 경우 치사율이 50~60%에 이르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간 질환자, 알코올중독자. 당뇨병, 폐결핵 등의 만성질환자, 위장관 질환자, 면역결핍환자, 부신피질호르몬제나 항암제를 복용 중인 자 등의 고위험군이 감염될 경우, 혈류감염을 일으켜 저혈압 피부괴사, 반상 출혈 등의 패혈성 쇼크 증상을 유발하고 치사율이 훨씬 높아진다.
비브리오패혈증 예방법
비브리오패혈증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여름철에 특히, 만성 간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는 것을 피하고 충분히 가열 조리하여(85℃ 1분 이상) 섭취하여야 하며, 수돗물로 2∼3회 깨끗이 씻고, 횟감용 칼과 도마는 반드시 구분해서 사용 후 깨끗이 씻어 열탕 처리 등 2차 오염을 예방하여야 한다. 또한 상처가 난 사람은 오염된 바닷가에 들어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 같은 간단한 요령으로 식중독 예방에 관심을 가진다면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릴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한편, 부산식약청은 오는 8월 2일까지 여름철 비브리오패혈증 사전 예방을 위해 국민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과 항·포구 주변 횟집 등을 대상으로 위생관리 점검과 비브리오균 현장 신속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우리 수산물을 보다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사전 예방을 위한 현장점검과 교육·홍보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