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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축산계열화사업 '갑질' 논란 오해와 진실.."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 육계 계열화사업 주요 쟁점 입장 밝혀
국정감사 등 노예 발언 "정당한 대가 받아, 노예 비하 인격모독"
서면 통보 계약서 논란 "계열화사업 체계 따라 정당한 절차 밟아"
계열화사업 참여 농가 자율 선택..."참여농가 95%이르러, 소득 안정"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우리는 계열화사업자의 노예가 아닙니다.", "우리 농가는 계열화사업자와 동등한 계약주체입니다.", "계열화사업 참여 여부는 농가가 자율적으로 선택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축산계열화 사업'에 대한 전국육계사육농가 대표들의 목소리다. 지난 4일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회장 김상근)는 한국육계협회 회의실에서 각 계열업체 육계 사육농가협의회 대표자 회의를 열고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육계 계열화사업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김상근 회장은 "육계 계열화사업과 관련해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됐던 대부분의 쟁점사항은 일부 특정한 소수농가들의 근거 없는 주장에 치우쳐 수년째 되풀이 되고 있다"면서 "이해 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공개토론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검증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육계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계 사육농가 대표단체인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전국의 육계 사육농가 70% 이상인 1600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0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 부처 국정감사에서는 축산계열화 사업체의 이른바 '갑질'과 불공정행위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하림 등 국내 축산계열화 사업체들이 병아리‧사료 값을 부풀려 정부‧지자체가 농가에 지급하는 AI살처분 보상금을 가로채고 연중 병아리 공급원가를 공급부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가격을 변경하는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를 전후해 육계산업에 대한 잘못된 주장들이 제기되어 언론을 통해 사실인양 나돌고 있으며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육계 사육농가와 계열화사업자 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져 그나마 닦아놓았던 상생협력 기반이 무너지고 산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감 상실로 이어져 우리 육계계열화사업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마저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우리는 계열화사업자의 '노예'가 아니다..."정당한 대가 받아, 노예 비하 인격모독"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제공하는 계열화사업자-농가 간 표준계약서에 부칙을 붙여 계약체결 후에도 계약금액을 서면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김현권 의원은 "계약농가와 맺은 병아리 공급단가를 병아리가 모자라다는 이유로 공급가격을 변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가뜩이나 노예계약서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데 계약가격 마저 제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바꾸는 일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냐”면서 “이렇게 교묘하게 계약농가들을 후려친다면 정부가 마련한 축산계열화 사업분야 불공정행위 근절대책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강력 반발했다.

협의회는 "농장을 만드는데 수 억원 또는 십 수억원 이상을 투자한 농장주이자 사업을 하는 엄연한 사장들이다"라며 "회사와 당당히 협상해 계약을 맺고 사육에 쏟은 비용과 정성, 시설운용과 사양 노하우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닭 사육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결정하는 인격체"라며 "마치 영혼도 없이 누구의 강요에 의해 움직이는 노예로 비하하는 것은 심각한 인격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만약‘노예’라고 얘기했다는 농가가 있다면 과연 그 농가가 누구인지 밝히고 사육농가 전체의 뜻이 아니라 특정농가의 주장만을 전달했다면 그 경위를 밝히고 전체 사육농가들에게 정중히 사과해 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농가는 계열화사업자와 동등한 계약주체..."계열화사업 체계 따라 정당한 절차 밟아"

협의회는 "회사가 사료 값을 인상할 때 우리 사육농가들의 협의체인 사육농가협의회와 사전 협의하고 이를 회사가 서면으로 농가들에게 다시 통보해주도록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며 "사료 값이 인상되는 것은 국제 곡물가의 변동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우리 농가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자재 공급가격이 아무리 변해도 다 키운 닭을 회사에서 되사갈 때 인상분이 100% 반영되기 때문에 우리 농가들의 수익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면 통보 계약서에 대해서는 " 회사와 사육농가는 평등한 계약 주체들이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있을 경우 사전에 협의하지만 사육농가들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한 것"이라며 "계열화사업 체계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것을 단순히 ‘서면통보로 변경할 수 있다’ 문구만으로 회사가 ‘갑질’한다고 주장하니 당사자인 우리 농가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하고 "마치 ‘노예’이기 때문에 회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반문했다.



◇ 계열화사업 참여는 농가 자율적 선택..."계열화 참여농가 95% 이르러, 소득 안정돼"
 
우리나라 닭고기 계열화사업은 3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닭고기사업에서 계열화 참여농가는 95%에 이른다.

협의회는 "육계산업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참여하는 농가들은 지속적으로 소득을 높여가고 있다"면서 "농가들이 현실적・합리적으로 판단해 자율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농가들은 과거 병아리와 사료를 사고 닭을 키워 시장에 내다파는 일을 농장주 혼자 감당하면서 시세가 폭락하면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던 뼈아픈 경험들을 갖고 있다"며 "닭 키우는 일에만 전념하며 소득을 안정적으로 키워갈 수 있는 계열화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육계 농가의 소득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따르면 2016년 육계 계약농가 호당 조수익은 1억7000만원으로 2000년 5000만원에 비해 약 3.4배 향상됐다. 닭고기는 돼지(72.4%)와 쇠고기(37.7) 중에 자급률 85.2%로 가장 높다. 닭고기 자급률이란 국내에서 생산돼 소비되는 양이다.

국내에 계열화사업이 도입된 1980년대 중반 이후 2000년까지 모든 회사의 기준 사료요구율이 2.0으로 고정돼 생산성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으나 2000년 상대평가 도입 이후 생산성이 크게 개선돼 2016년 사료요구율이 1.6 대까지 떨어져 미국에 근접한 수준에 도달했다.

사육농가는 품질이 개선된 사료, 병아리를 공급받아 과거에 비해 질병은 줄어들고 증체률은 크게 증가해 연간 1회 이상 사육기회가 늘어나 소득향상으로 이어지는 순기능을 도모했다는 평가다.

현재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업체도 상대평가 도입업체의 생산성 향상노력에 힘입어 매년 기준 사료요구율이 향상돼 현재 사료요구율이 1.6~1.7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AI 살처분 보상금 전액 농가에 지급돼 배분..."농가가 전액 수령, 보상금 사용 권한도 농가가 갖는다"

AI 살처분보상금 역시 적어도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에 가입해 보상금을 받은 당사자들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며 현재의 보상제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불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육계를 사육하는 농장에서는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AI 발생농장은 7개소로 전체 발생농장의 1%에 불과하다"면서 "그러나 육계 사육농가들은 예방적 살처분을 당하거나 소비 감소로 인해 피해만 보는데도 사육농가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보상금 관련 시비가 일어나는 것이 정말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AI 살처분 보상금은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요령(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제 2016-27호)’에 의해 ‘살처분한 가축 등의 소유자에게 시장 군수가 지급’하는 것이다.

2012년 이전에는 보상금이 일부 계열업체로 지급됐고 계열업체는 원자재 외상매출대금(사료, 병아리 대금)만 정산하고 모든 보상금을 농가에게 지급됐다. 2013년부터는 AI 살처분 보상금 정산에 따른 분란 예방을 위해 정부 지침에 따라 보상금을 농가에 지급하고 농가는 업체에 외상 병아리, 사료대금만 업체에 상환하도록 지급방법을 변경시행 중이다.

협의회는 "정부가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법률에 의해 지급하는 보상금은 살처분 가축의 소유 농가가 지자체에 지급 신청해 농가가 전액 수령하며 보상금 사용에 대한 권한도 우리 농가가 갖는다"고 설명하고 "대부분의 농가는 외상으로 구입한 사육 원자재인 병아리, 사료 등의 대금을 거래하는 회사에 상환하고 나머지는 기타 농장 운영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사실관계 밝히고 소모적 논쟁 끝내자"...공개 토론 제안

육계 사육농가들은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협의회는 "사육농가들은 육계산업과 관련해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됐던 대부분의 쟁점사항은 특정인들의 근거 없는 주장에 편향되어 수년째 되풀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써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판단한다"며 "이해 당사자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제기된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검증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공개적이고 현실적인 토론을 제안했다.

이들은 육계 계열화사업 공정화를 위해 계열화사업자 등록제와 등급평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자기자본 등 일정요건을 갖춘 자에 한해 등록토록 해 소규모·유사 계열업체 난립을 방지하고 평가결과 공표를 통해 농가들이 거래회사를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부적격자는 자동 퇴출 된다.
 
김 회장은 "우리 농가들은 육계 계열화사업이 지난 30여 년 동안 열악한 생산기반, 사료 값 폭등, 시장개방 확대 등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농가들의 소득안정과 닭고기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불철주야 노력하여 억대 수익을 올리는 당당한 농장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는 우리 사육농가들은 ‘노예’라는 수치스러운 표현에 대해 전 육계인들은 공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