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 (화)

수많은 역학 조사를 통하여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녹황색 채소와 과일의 섭취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서 폐암 발생률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흡연자들에게 녹황색 채소에 함유된 대표적 영양소인 베타카로틴을 보충제 형태로 섭취시키는 대규모 인체 실험을 실시하였다. 

1994년 핀란드 남성 흡연자 2만9천명을 대상으로 절반은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나머지 절반은 가짜 약을 먹인 연구를 하였는데, 놀랍게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섭취한 집단에서 폐암 발생이 약 18%나 증가한 결과가 나왔다. 

1996년 미국에서도 유사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흡연자 약 1만8천명을 대상으로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복용 시킨 결과 폐암 발생률이 약 28% 높아져서 도중에 연구를 중단하였다. 즉 흡연자에게 베타카로틴을 음식이 아닌 보충제로 먹였을 때 오히려 폐암 발생 가능성이 20~30% 높아진 것이다. 

이 연구들을 근거로 핀란드와 미국 정부는 흡연자에게 식품이 아닌 보충제 형태의 베타카로틴 섭취를 금하라고 경고하였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를 섭취하면 폐암이 줄어드는데, 베타카로틴을 보충제로 먹으면 왜 폐암 발생률이 높아질까?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녹황색 과일과 채소의 암 예방 효과를 곧 베타카로틴 단독의 항암 효과로 단순화하여 대규모 인체 실험을 수년간 실시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녹황색 채소에 함유된 수많은 영양소와 항산화 물질들 중 베타카로틴은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성분일 뿐인데, 마치 대표 주자처럼 뽑혀 나가서 큰 망신만 당한 꼴이 되었다.   

암을 비롯한 많은 질병의 주범으로 찍힌 활성 산소들은 체내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활성산소들은 모든 조직과 세포, DNA에 까지 공격하여 신체를 망가뜨린다. 이러한 활성 산소의 악랄한 공격에 맞서서 싸우는 것이 바로 항산화 성분들이다. 그런데 활성 산소와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난 항산화 물질은 그 자신이 큰 상처를 입고 또 하나의 활성 산소가 된다는 것이다.  마치 드라큘라가 다른 드라큘라를 만드는 것과 같이.

특히 흡연자의 경우처럼 체내에 활성 산소가 많은 상황에서 베타카로틴을 단독으로 과량 투여하면 이 베타카로틴들이 활성 산소들에 의해 독성물질로 변하고, 궁극적으로는 DNA를 파괴시키는데 일조를 하여 암 발생률을 높이게 된다. 

따라서 상처 입은 베타 카로틴을 다시 회복 시켜주는 다른 친구들이 필요하다. 그것도 잘 짜여진 팀워크를 통해서만 활성 산소의 공격에 대한 효율적인 방어가 가능하다. 

평생 항산화 연구에만 몰두한 버클리 대학의 ‘레스타 팩커’박사는 《항산화의 기적》이라는 저서에서 ‘항산화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다. 즉, 항산화 물질은 단독으로 일을 하다가는 문제가 생기므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서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는 다른 항산화 물질들의 협조적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개념을 어떻게 우리가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겠는가? 그래서 녹황색 채소에는 그러한 팀을 이루는 각 종 항산화 물질들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하나만 내세워 보충제로 만들어 투입하였으니, 그 해악을 늦게나마 어렵게 알아낸 것이다.  

유독 항산화 물질들만 팀워크로 일을 할까? 독자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영양소, 기능성 성분은 아무것도 없다. 팀워크를 통해서만 각자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 식품이야 말로 각종 영양소와 기능성 성분들이 팀으로 함유되어 있는 또 하나의 생명체이다. 사회가 발전한다고 하면서 점점 자연 식품을 멀리하고, 보충제로 건강을 챙기려 하니 편의성에만 집착한 대가가 어떻게 나타날지? 

인류가 이제껏 가보지 않은 길을 현대인들은 겁도 없이 가고 있다.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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