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1 (월)

<윤선 칼럼> 치유되지 않는 현대병; 해피 칼로리

1977년 미국 상원 ‘영양문제 특별위원회’는 세기적인 연구를 통하여 총 5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기념비적 맥거번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국병을 일으키는 근원적 병인은 잘못된 식습관이라고 결론지었다.


지나치게 정제되고 가공된 인스턴트, 패스트푸드와 가당 음료 등이 범람하는 식생활 환경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현대병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회에 미국병의 원인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결정적 보고서가 제출되었으면 거기에 따른 적극적인 대처가 뒤따르는 게 당연한 순리일텐데, 오히려 맥거번 보고서는 사장되고 맥거번의 정치 생명도 끝나게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거대 다국적 식품 회사들의 전방위적 로비에 국회와 정부가 아무런 후속 대책을 세우지 않고 손을 들어버렸던 것이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건만 맥거번의 보고서에서 현대병의 주범으로 밝혀진 고 당질, 고지방의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달콤한 식음료들은 여전히 활보하고 있으며 바빠진 현대인의 동반자로 더욱 의기가 양양해지고 있다.

 
범인을 찾아냈지만 범인을 잡을 수 없다니. 범인을 양산하고 있는 주체가 바로 입맛과 편이성에만 집착하는 현대인 그리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대형 식품 회사니, 알고도 잡을 수가 없다고 한다.


2013년 마침내 코카콜라는 “탄산 음료 등 고열량 음료를 많이 마시면 살이 찐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러면서 ‘함께 하자’는 비만 퇴치 캠페인의 일환으로 12온스 코카 콜라병에 담긴 140 칼로리를 태워버릴 수 있는 즐거운 행동들을 보여 준다. 즉 140 칼로리는 즐거운 행동들을 통하여 쉽게 태워 버릴 수 있는 해피 칼로리라는 것을 소비자에게 각인 시키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로 청량음료에 함유된 칼로리는 다른 영양소는 하나도 없는 텅 빈 칼로리라는 것이다. 둘째로 청량음료는 습관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즉 한 병에 그치지 않고 계속적으로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비만의 주범이라는 낙인이 찍혀 갈수록 떨어지는 판매고에 맞서 코카 콜라가 시행한 ‘해피 칼로리’ 마케팅이 진정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하는 것일까? 해피 칼로리를 계속 마시면서 과연 미국인들은 비만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2016년 WHO(세계보건기구)는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전 세계에 설탕 함유 제품에 설탕세를 부과하라고 공식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비만을 유발하는 정크 푸드에 대한 세금 부과 방안을 제시하였다. 세금이 올라가면 정크 푸드 소비가 감소하여 질병이 줄어들고 삶의 질이 증진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이미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거나 검토 중인 나라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설탕세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품 매출 감소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경제 위축, 주 소비층인 서민의 세금 부담이 주된 반대 이유이다.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히는 것이 영국의 설탕세이다. 영국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2016~2017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전격적으로 설탕세 도입안을 발표하였다. 그는 예산 연설에서 “나는 이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달콤한 음료가 질병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어’라고 자식 세대에게 말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설탕세가 과연 현대병의 묘약이 될 수 있을까? 일부라도 효과를 보고 있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남기 위해서 식품회사는 마케팅보다 건강한 식품 제조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 실제로 설탕을 대체 할 수 있는 우수한 대체 감미료들이 있는데도, 행여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할까봐 시도를 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가공 식품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의 영양 교육 강화가 우선 되어야 한다.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둔 실천적 개입이 세금과 결합된다면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달콤한 유혹을 떨쳐 버리기엔 현대인의 삶이 너무 고달프지나 않은지, 정신적·육체적 허기를 달콤함으로 달래고 있지나 않은지… 이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방안들도 함께 찾아 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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