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7 (토)

172명 식중독에 주의처분?

   △ 이승현 기자
지난 4월 부산의 사하중학교에서 172명이 복통과 설사 증세를 보인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올 1분기 식중독 발생건수가 9건으로 작년에 비해 대폭 줄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업계 및 정부에게 작년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사건이었다.

사고 발생 후 부산시는 급식소를 조사하고 환자들의 가검물을 채취해 검사하는 등 조치를 취했고, 검사 결과 환자 14명의 가검물에서만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리젠스’란 식중독균이 검출됐고 급식소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부산 사하구청은 학교 위탁급식소에 주의처분 공문을 발송하고 사고 후 급식소 점검시 방충망의 위생상태가 불량한 것을 지적해 조치를 하고, 조리실의 공간을 넓힐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난달 28일 사하중 영양사 및 조리사를 대상으로 위생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모든 조치를 끝냈다고 밝혔다.

때맞춰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중독 발생 우려기간에 위탁급식소를 특별관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리젠스는 혐기성균으로 공기와 접촉이 적은 곳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통조림이나 덜 익힌 식품중에서 주로 발견되고 장내세균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를 통해 유입될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이 균에 의한 식중독은 설사와 심한 위경련이 일반적인 증상이고 영양세포가 오염된 음식을 통해 섭취될 경우 대부분 위산에 의해 사멸되기 때문에 많은 균에 오염된 경우에만 발병하게 된다.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해보면 사하중에서 일어난 식중독은 환자들이 통조림이나 덜 익힌 음식물을 섭취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주된 음식물 공급처인 급식소나 매점 등의 식품이 잘못 관리돼 식중독균에 오염됐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급식소에 대해 더욱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환자의 가검물에서는 식중독균이 검출됐는데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궁색한 변명이 아닐까?

물론 지금까지 전례를 보더라도 식중독의 원인균을 명확하게 규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런 자세가 결국 작년과 같은 식중독 대란을 일으켰던 원인 중 하나였다.

또한 급식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상식적으로 172명의 환자가 발생한 대형 식중독 사건이 있어났는데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는다면 계속될 혼란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식중독으로 인한 처벌은 환자, 원인균, 원인식품 등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사하중학교의 경우 원인식품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행정처분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 3월에 서울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식중독의 예를 보면 원인식품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소에 대해 영업정지, 벌금 등 강력한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서울시 보건관계자는 “원인식품이 없다하더라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통상적인 관련법에 대한 유권해석”이라고 말했다.

‘식중독 최소화의 해’를 외치고 있는 정부가 이런 소극적인 행정을 펼친다면 아무리 좋은 외침에도 식중독 퇴치의 꿈이 이뤄지기는 요원할 것이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