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에서 법인을 분리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했던 팔도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최재문 팔도 대표의 경영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팔도는 1983년 9월 한국야쿠르트가 신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만든 라면 패밀리브랜드다. 처음엔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한 가정판매와 슈퍼마켓 등 일반 유통 채널을 통한 판매를 병행했으나 1989년 이후 전면 시중판매 유통체제로 전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주력 업종에 집중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2세의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팔도를 합병한 삼영시스템은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의 외아들 윤호중 전무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한국야쿠르트 오너일가는 팔도의 매출을 다변화시키며 야쿠르트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사업구조를 탈피하려 했다. 하지만 최근 이뤄진 거래내역을 보면 여전히 재무적 부담은 야쿠르트가 지고 있다. 당초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팔도는 독립 경영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꼬꼬면이 공전의 히트작으로 떠오른 게 희소식이였으나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생산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원활하지 못한 공급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비빔면 생산 라인에서 꼬꼬면을 만들며 생산량을 늘렸다. 이후 한국야쿠르트는 전라남도 나주시에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라면&음료사업부를 넘겨받을 당시 팔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221억, 99억 원. 차입금은 기업구매자금대출 등으로 이뤄진 730억 원의 단기차입금이 전부다. 이 정도 규모의 사업체가 갑자기 매출액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난 부채를 감당할 만한 능력은 없었다.
결국 지난 2월 야쿠르트가 팔도와 팔도의 자회사인 팔도테크팩에 지급보증을 섰다. 차입금 규모는 무려 3275억원이다. 팔도의 차입금 2995억원, 팔도테크팩 차입금 280억원. 오너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지급보증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팔도에 현금을 지원했다.
팔도는 지난 3월 음료사업부의 자산과 부채를 비락에 매각했다. 팔도가 비락에 넘긴 부채는 11억 원으로 영업권(102억 원)과 자본금 등을 합쳐 팔도가 지급받은 현금은 380억원이다. 결국 야쿠르트는 팔도에 음료사업부를 넘기고 다시 사오는 방법으로 팔도에 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이승기 한국야쿠르트 홍보담당은 팔도가 보유했던 비락의 지분이 야쿠르트쪽으로 넘어갔냐는 질문에 "내가 알고있어야 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재무제표가 공시돼 있으니 직접 찾아보라"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룹 재무구조에 비상등이 켜진 팔도가 역대 최고의 후원금액(55억원)으로 2012년 한국프로야구 공식 스폰서로 지정됐으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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