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먹거리를 말하다④] 유명무실한 분유 이력추적제...전시행정 헛돈

  • 등록 2017.10.24 09: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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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시 '영양성분'.'원재료' 가장 중요, 남양.매일 등 분유업체 특허 기능성 소재 강조
소비자가 직접 이력추적제 홈페이지 들어가야...의무화 대상 한 곳, 정보도 제각각

[푸드투데이 = 황인선·금교영기자]  아기를 가진 엄마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 바로 모유수유와 분유수유다. 모유가 좋다는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현재 우리나라는 모유수유 권장 국가이며 해마다 모유 수유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기에게 모유를 어떻게 잘 먹어야 하는지, 모유가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모유를 먹이다 엄마 몸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엄마들은 알고 있을까? 모유를 먹이지 못한 엄마는 죄인이 되야 할까?

모유를 먹일 수 없다면 차선책은 분유다. '가장 모유에 가까운 분유는?' 엄마들은 여기서 또 선택의 기로에 선다. 분유업체마다 자사 제품이 가장 모유에 가까운 최고의 분유라고 홍보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분유의 종류도 많고 단계별로 나눠있다 보니 초보 엄마에게는 분유를 선택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푸드투데이는 엄마들이 미처 몰랐던, 궁금해하는 분유와 이유식의 상식, 성분, 종류 등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본다. <편집자주>



엄마들이 분유를 고를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영양성분'과 '원재료'였다. 영유가 먹는 제품이다보니 가장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조제분유를 구입할 때 종합적으로 가장 고려하는 속성은 주요 영양성분(71.3%)이었으며 이어서 구성 원재료(51.2%), 가격(50.8%)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분유를 고를때는 한 가지 속성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여러가지 속성을 비교해보고 구입하는 특징을 보였다. 즉 영양성분이 우수한 제품을 구성 원재료까지 파악해 1차적으로 선별한 뒤에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분유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국내 분유업계는 이 같은 까다로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기능성 소재를 첨가한 맞춤형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도 소비자 알권리와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분유 이력추적관리제'를 시행했으나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 국내 분유업체 원유 영양 그대로 보존 살균하는 원천기술 보유
홀스타인종 산유량↑ 유고형분↓...저지종 유지방.유단백질.비타민↑

좋은 분유의 기준은 좋은 원유와 꼼꼼한 영양설계를 위한 기술력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제분유 원천기술을 보유한 조제분유 선진국이다. 살균공정과정이 가장 핵심기술인 조제분유는 원유를 열처리하는 과정에서 원래 원유에 담겨져 있던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을 보존하는 것이 기술력의 핵심이다. 국내 분유회사들은 원유의 영양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살균을 해내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30년대부터 조제분유를 생산할 때 홀스타인(Holstein) 젖소만을 사육하도록 규제해 왔다. 이후 법이 개정돼 2010년부터는 모든 젖소 품종을 도입 사육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홀스타인 이외 다른 품종은 거의 사육하지 않고 있다.

홀스타인 젓소를 선호하는 이유는 원유 생산량이 많기 때문인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육되고 있다. 체격이 크고 산유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나 유고형분 함량은 낮은 편이다. 특히 더위에 약하다 보니 최근 지구 온난화로 생산능력과 번식능력이 저하돼 낙농가의 관리비용이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저지종 젖소는 체격 및 산유량이 홀스타인 젖소에 비해 약 70% 수준으로 낮지만 유지방, 유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의 함량이 높고 맛과 풍미가 뛰어나 고품질 우유 생산 목적으로 사육하고 있다. 또한 저지종 젖소는 더위에도 강하고 유방염 등 발생률이 홀스타인에 비해 낮아 경제수명이 긴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1년 캐나다에서 수정란을 도입해 현재 저지종 젖소 18마리를 생산.사육 중이다. 

저지종 우유는 일반 우유에 비해 모유에 많이 함유돼 있는 A2 ß-카제인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일본에서는 시중에 저지종 우유로 만든 분유가 일반 분유에 비해 약 3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이배냇이 저지종 원유로 만든 '온리12(Only12)'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 분유도 맞춤형 시대...남양.매일 등 분유업체 원유.기능성 소재 강조

기능성, 특수, 선천성 대사이상 분유 등 맞춤형 제품이 확대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출시하는 제품 마다 차별화된 원유와 특허 받은 기능성 소재를 강조하고 있다. '유기농 산양유아식'과 '임페리얼 오가닉'이 그 대표적인 제품이다. 유기농 원유에 쌀을 발효시켜 비피더스 인자를 생성하는 '3단 발효공법' 기술로 탄생한 '장내균총개선소재'를 적용했다. 장내균총개선소재는 장내 유익균 증식 및 장 연동운동 활성화를 돕는 특허 소재다. 

특허받은 기능성 면역 소재 '웰뮨(Wellmune, 베타글루칸)'도 배합했다. 베타글루칸은 선천성 면역세포 식균작용 활성화를 도모하는 성분으로 연약한 아기들의 면역력을 증진시킨다.

매일유업은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앱솔루트 센서티브'를 출시했다. 센서티브 분유는 분유 속에 든 우유단백질과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 배앓이를 하는 아기들을 위해 우유단백질을 가수분해해 소화되기 쉽게 만든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을 사용한 맞춤형 소화설계 분유다.

이 제품은 소화능력이 미숙한 영.유아기에 나타나는 배앓이,보챔 등의 증상이 일반 분유에 함유된 단백질과 유당 등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나타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이후 현재 녹십자가 독점 공급하고 있는 노발락은 수유 시 아기에게 발생할 수 있는 영아산통, 설사, 변비, 구토 등의 문제를 개선한 기능성 분유로 유명하다.

노발락은 아기의 영양 요구량에 맞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노발락 스테이지1'과 '노발락 스테이지2', 설사하는 아기에게 도움을 주는 '노발락AD', 영아산통으로 힘들어하는 아기를 위한 '노발락AC', 잘 토하는 아기를 위한 '노발락AR', 변비가 잦은 아기를 위한 '노발락IT' 등 총 6가지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 분유 이력추적제 사실상 유명무실...소비자가 직접 홈페이지 들어가야

지난해 12월부터 분유에도 이력추적관리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이 제도로 소비자들은 원산지부터 제조일자, 유통기한, 출하를 비롯한 유통과정 등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의 축산물 위생관리법 개정에 따르면 조제 분유나 조제 우유 제품을 만드는 유가공업자 중 작년 매출이 50억원 이상인 곳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가공단계의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매출 10억~15억원 업체는 올해 6월부터, 1억~10억 업체는 12월부터 이력추적관리에 의무적으로 적용을 받는다. 내년 6월부터는 모든 가공업자로 대상이 확대된다. 

또한 판매업자의 경우 영업장 면적 1000㎡ 이상은 올해 6월부터, 500~1000㎡는 내년 12월부터, 300~500㎡ 혹은 올해 이후 영업신고자는 내년 6월부터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문제는 분유 이력추적제도가 제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력추적제 정보가 사실상 소비자들이 파악하기 불편하다는 것.

제품의 제조공장, 원재료명, 원산지, GMO여부, 원재료 인증정보 등을 확인하려면 소비자가 식품이력관리스스템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 들어가야만 볼 수 있다.

식품이력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해도 확인할 수 있는 제품도 극히 한정적이다. 현재 의무대상 업체는 삼양패키징 광양공장 한 곳 뿐이다. 오는 12월 1일을 기준으로 8개 업체가 추가될 예정이다.

정보 공개도 제각각이다. 수입제품은 GMO 표시대상에서 제외 돼 GMO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식품안전정보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는 사이트(식품이력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는 방법 뿐이다"라며 "개선하려고 하고 있으나 예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안전정보원이 관리하고 있다.

푸드투데이 황인선.금교영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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