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150년 전 강화도조약 떠올라"...美대사관 앞 선 한우농가의 절규

  • 등록 2025.07.30 15: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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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압박 중단하라”…한우협회, 검역주권 침해 규탄
2026년 관세 0% 앞두고 불매운동 경고…총궐기대회 등 전방위 투쟁 예고

[푸드투데이 = 노태영 기자]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은 이른 시간부터 모여든 전국 한우농가들의 절박한 외침으로 가득 찼다. 전국한우협회(회장 민경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절대 불가하다”며,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제기된 검역 완화 압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관세가 2026년부터 전면 철폐되는 가운데, 미국 측이 추가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협회는 이를 “검역주권 침해이며, 강화도조약을 연상케 하는 굴욕 협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경천 회장은 이날 “한국은 이미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자 시장을 충분히 개방한 나라”라며 “이제 와서 검역 기준까지 무너뜨리려 한다면 이는 공정 무역이 아닌 일방적 압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것은 식량주권의 중요성”이라며, “식탁은 협상 카드가 될 수 없다. 자국 농업을 등진 대가는 결국 후세가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양수 전국한우협회 부회장은 “FTA 체결국이 59개국에 달하지만 항상 가장 먼저 농축산물이 희생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한우농가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고 성토했다.

 

박영철 강원도지회장도 “30개월령 수입쇠고기 금지는 식품안전의 최후 보루”라며 “이 기준이 무너지면 향후 타 국가들의 요구도 막을 수 없다. 국민 건강과 검역주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선”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에서는 “이미 미국은 한국과의 농축산물 교역에서 연간 8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 중”이라며 “그럼에도 쇠고기 추가 개방 요구를 한다면 이는 경제적 굴욕”이라고 규정했다.

 

한우협회는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정부의 협상 결과에 따라 1만 명 규모의 ‘한우농가 총궐기대회’를 예고했다. 민 회장은 “이번 협상이 불공정하게 타결될 경우 전국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산물을 내어주는 게 싸게 먹힌다 치더라도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고 이 나라 농업을 완전히 박살 내는 협상은 농민들은 거부한다”라며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농업은 지켜내야 한다. 한 번 무너진 농업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수입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2024년) 기준 쇠고기 총수입량은 46만1,027톤으로, 이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가 약 22만1,627톤을 차지해 약 48% 수준에 달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에 부과되던 수입 관세가 2026년부터 전면 철폐될 예정이어서 업계는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추가 개방을 요구한다는 점에 대해 농가들은 “이제는 산업계의 협상 성과를 위해 농업을 또다시 희생시키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푸드투데이 노태영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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