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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테러행위 그자체

공업용 염색제가 들어간 냉면·감자떡 재료, 사료용 대구머리 식용으로 둔갑, 알코올로 탈색된 백사 적발…. 이번 한주 동안 식품업계를 우울하게 만든 기사 제목들이다.

최근 플라스틱이나 천 등을 염색할 때 쓰는 공업용 염색제 ‘아닐린 블랙’으로 냉면이나 감자떡 재료를 만들어 유통시킨 식품제조업체 2곳이 적발됐다.

식약청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음식의 색깔을 좋게 하기 위해 대량의 아닐린 블랙을 밀가루와 전분 등과 섞어 식품혼합가루 약 2만㎏(3천만원 상당)을 제조 유통, 냉면 제조용 전분과 감자떡 가루 30만㎏(5억5천만원 상당)가 음식점 등에 판매했다는 것.

식약청이 손써볼 겨를도 없이 이제품들은 대부분 팔려나간 상태.
아닐린 블랙은 섭취할 경우 현기증과 두통, 귀울림,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상시 섭취시 권태감과 식욕 부진, 빈혈 등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식약청은 지난 3일, 수입한 40t 러시아산 사료용 대구머리 가운데 22t은 압수했으나 18t가량은 이미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 전국의 식당 등을 통해 소비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냉동 대구머리의 경우 러시아산은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식용으로 수입이 불가능하고, 미국산 중 태평양산만 식용으로 수입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희귀해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백사, 이 백사도 믿을 수가 없다. 4일에는 알코올로 표백된 백사 130여마리를 수입하려한 업체들도 세관에 적발됐다.

이 ‘표백 백사’는 공업용 표백제와 형광 물질을 섞은 알콜에 1년 넘게 담궈 놓아 진짜 백사와 달리 눈동자는 물론 내장까지 모두 하얗게 변해 버린 것. 이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형광물질까지 포함돼, 식용할경우 간에 치명적이며 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무심코 먹은 대구찜이 사료용이었고 점심으로 먹은 냉면에 공업용 염색제가 들어있다면, 정말 기함을 할 일이다. 이런 짓을 하는 업자들은 얼마나 강심장이길래 이럴수 있을까.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돈이 만능인 물질주의 시대라 하지만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먹을것 가지고 장난쳐 다수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 이것은 강간, 유괴를 능가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명백한 테러행위 그 자체이다.

도대체 사료용 대구머리와 공업용 염색제가 든 냉면이 시중에 유통될 때까지 관계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관계당국은 이러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구체적인 대응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