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시장 진출을 시도했던 하림(회장 강신국)과 이를 반대하는 대한양계협회(회장 오세을) 간 법정다툼에서 양계협회가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박평균)는 하림이 "계란유통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며 대한양계협회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하림은 지난해 11월 계란유통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친환경인증을 받은 일부 계란농가로부터 계란을 납품받아 '자연실록'이라는 상표로 계란을 판매하기로 하고 12월 롯데마트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양계협회는 하림의 계란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양계협회는 롯데마트 측에 '닭고기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하림이 최근 돼지고기, 소고기 산업에 이어 계란유통 사업에까지 진출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향후 100만인 서명운동과 함께 자연실록의 불매운동을 벌일 예정이니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지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27일 '하림 '자연실록' 판매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고, 계란제품의 매출 비중도 크지 않으며, 대기업 확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하림 계란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자 하림은 "양계협회는 단순한 불매운동의 차원을 넘어 롯데마트에 판매 중단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롯데마트 각 지점에서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결국 회사의 계란유통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림의 계란유통사업은 하림이 직접 산란계 농장을 운영해 생산한 계란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계란농가나 집하장으로부터 계란을 구매해 '자연실록'상표로 유통하는 것으로 합법적인 사업일 뿐만 아니라 영업력이 취약한 계란농가에게 안정적인 판매처가 확보되고 대기업간 경쟁이 촉진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대한양계협회는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통지하거나 실제로 하지는 않았고 판매 중단 요청은 계란농가와 유통 상인의 생존권 보호 등을 위한 것이었다"며 공익적 목적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양계협회의 이 같은 활동은 하림에 대한 부당한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계협회 측이 1인 시위에 대해 발언한 등의 사실은 인정되나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고지하거나 실제로 한 적은 없다"며 "양계협회가 롯데마트에 공문을 보낸 것은 국내 채란산업의 균형있는 발전과 영세 산란계 농가, 소상공인 등과의 상생을 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롯데마트가 하림의 계란 판매를 중단 한 것은 양계협회 측의 요구에 의해 불가피하게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기보다 위 제품의 판매로 얻을 이익과 불매운동 등으로 발생할 영업손실을 비교형량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계협회의 이 같은 행위는 하림의 업무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