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유럽의 대형 슈퍼마켓들이 동물성 식품에서 식물성 식품으로 판매를 전환하고 나섰다. 리들(Lidl), 코업(Co-op) 등은 소매업자 넷제로 공동 행동 계획을 기반으로 식료품의 판매에서 생기는 환경 영향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fi) 등에 따르면 유럽 대형 유통 체인들은 식물성 식품 비율을 늘리고 있다.
민텔에 따르면 유럽 대형 유통체인인 리들(Lidl)은 유럽 전역의 지점에서 식물성 제품의 점유율을 늘릴 계획이다. 리들은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 32개국에서 1만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리들은 2030년까지 자체 상표 식품에서 통곡물 비율을 20%로 높일 계획이며, 모든 식품 범주에서 적어도 하나의 통곡물 대체 식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콩, 견과류, 씨앗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과 육류, 계란, 생선에 대한 비건 대체 식품을 2030년까지 20%로 늘릴 계획이다.
네덜란드 대형 마트 알버트 하인(Albert Heijn)과 잼보(Jumbo)는 2030년까지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의 비율을 60:40으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유럽 연합의 식물성 식품이 패티, 소시지, 런천미트 등의 육류 대체 식품에 집중돼 있으나, 식물성 우유 대체 식품의 시장 가치 또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유럽 27개국 육류 대체품 시장 규모는 2023년 20억 달라(약 2조9000억원)이며, 우유 대체 식품 시장은 거의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8년부터 대체품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 중이며, 육류 대체품의 경우 2025년 24억 달러, 식물성 우유 시장 규모는 38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이 된다. 또한 5년 후인 2029년에는 대체육 시장은 34억 달러, 식물성 우유 시장은 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민텔의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유럽인들이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 단백질보다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식물성 우유가 일반 유제품보다 높은 단백질과 섬유질을 함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결과 유제품 시장에서도 꾸준히 식물성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선호도와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해 다국적 식품 기업들은 다양한 식물성 기반 식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로 두는 유럽 대표 식음료 기업인 네슬레는 2023년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아미노산이 함유된 식물성 우유 2가지 품목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제품들은 귀리와 누에콩(fava beans)이 함유된 제품이다.
![네슬레에서 출시한 식물성 우유(출처: //www.nestle.com)](http://www.foodtoday.or.kr/data/photos/20250207/art_17391586574577_07701a.png)
유럽의 식물성 우유 시장의 38.9%는 두 브랜드가 차지하는데, 프랑스 식품기업 다논(Danone)의 브랜드 알프로(Alpro)가 22.7%, 스웨덴 식물성 우유 브랜드 오틀리(Oatly)가 16.2%이다. 3위는 프랑스 유기농 식품 및 채식 전문 브랜드 에코톤(Ecotone)의 브랜드 비요르그(Bjorg)로 3.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4위부터는 브랜드 점유율이 모두 2.0% 미만이다.
한국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유럽의 식물성 식품 트렌드를 수출확대의 기회요인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유럽 식물성 식품 시장의 강점과 한계점을 잘 파악하고 한국 식품의 건강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한국의 쌀 음료, 두유, 미숫가루 등의 식물성 제품들을 유럽 시장에 소개할 적기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파리지사는 유럽의 식물성 우유 시장 진출 시 시장 특성과 현지 소비자 선호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파리지사 관계자는 "유럽의 식물성 식품 시장은 현지 일반 유통 매장에서 쉽게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대중화 되어 있으며 계속해서 성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유 대신 소비되는 쌀 음료나 두유는 당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소량만 포함된 제품이 소비자 선호도에 부합하다"며 "유럽인들의 기호에 맞는 채식, 설탕무첨가, 유기농, 건강기능, 재활용 및 분해가능 용기 사용, 지속가능성 등 친환경적 요소를 디자인과 홍보전략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맛 선호도, 유럽요리에서의 유제품 중요성과 활용도, 식습관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식단에서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을 완전히 끊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텔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유제품 소비자의 89%는 ‘유제품 섭취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답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설문자의 60%가 유제품 대신 대체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영양학적으로 부족할까봐 우려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식물성 우유는 ‘포화지방과 유당이 포함돼 있지 않아 몸에 좋다’라고 어필해 소비자들에게 건강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는 성공했지만 이것만으로는 기존의 유제품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이에 민텔은 "식물성 우유의 자체적인 영양성분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며 "식물성 우유는 일반 우유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를 계속해서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식물성 우유 미구매자의 35%는 식물성 우유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답했다. 여전히 많은 유럽인들은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보다 저렴하고 영양가 있는 식음료를 찾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