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농협 하나로마트가 정체불명의 상품을 만들어 제조.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장 내 3평 남짓한 공간에서 간편조리세트 일명 밀키트를 제조.판매한 것인데 제품 포장 불량, 표시사항 위반 등 소비자들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20일 푸드투데이 취재 결과, 제주 서귀포 성산일출봉농협(조합장 강석보) 하나로마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흑돼지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마라탕' 등 제품 어디에도 제조사나 반품처, 중량, 보관방법, 알레르기 표시 등 식품표시정보가 없었다.

식품의 뒷면에서 볼 수 있는 식품표시정보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이고 건강한 선택을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포장지에는 품목, 유통기한, 중량, 원재료, 영양성분 등이 표시된다.

포장 상태도 부실했다. 진공 포장된 고기는 밀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기 핏물이 새어 나왔다.

이에 대한 취재가 이뤄지자 해당 하나로마트는 임대 수수료 매장에서 제조.판매한 제품이라며, 해당 제품들은 매장 내 별도 표시판에 관련 식품 정보가 표시돼 있어 제품에는 표시를 생략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식품 제조업체는 자사의 제품에 대한 성분, 영양성분, 알레르기 유발 성분, 제조일자 및 소비기한 등을 표시해야 한다. 다만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하 즉판업)은 매장 내 표시돼 있는 경우 제품에 개별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즉 소비자가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매장 내 소비자가 확인이 가능할 수 있게 보기 쉬운곳에 식품표시정보를 게재하면 된다.

문제는 해당 하나로마트 매장 내 대표 표시된 식품표시정보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상품들은 입점업체가 만든 제품이 아닌 하나로마트 자체 제작 상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푸드투데이 확인 결과, 해당 매장은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영업신고 됐으며 법인명은 성산일출봉농업협동조합으로 확인됐다. 매장 내 3평 남짓한 공간에서 하나로마트 직원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장 내 대표 표시에는 해당 상품들의 식품유형이 '기타식육가공품'으로 표시돼 있다. 식품공전 상에는 기타식육가공품은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공전 식품유형에 기타식육가공품은 없다. 기타식육 또는 기타알은 있다"고 말했다.

소비기한 표시도 위반했다. 2024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가 본격 시행되고 있음에도 유통기한으로 표시한 것.

식약처는 식품 등의 유통기한 표시제가 2023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으로 변경 시행돼 시행일로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2024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기한 대신 유통기한이 표시된 경우는 기타 위반사항으로 시정명령(1차 위반)에 해당되며, 동일 위반행위가 반복될 경우(2.3차) 품목제조정지 또는 영업정지에 해당된다.

또 다른 문제는 매장 내 개별 표시의 경우 대부분의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이 모씨(여.50대)는 매장 내 개별 표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그는 "제품만 집어 들고 바로 장바구니에 넣지 누가 매장 내에 별도로 표시사항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냐"며 "다른 마트에서 밀키트를 구입해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제품 포장 겉면에 (관련정보가)표시가 돼 있는데"라고 말했다.

하나로마트 측은 임대 수수료 업체가 제조.판매했다고 한 것에 대해 "부서 이동이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파악이 안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식품유형 등에 대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없었다.